월간 일류도시대전 2월호 _ '허브이야기' 칼럼
2023년은 토끼의 해, '재미있고 향기로운 허브 이야기'의 첫 번째 순서로 토끼풀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 풀밭에서 꽃반지를 만들어본 기억이 있다면, 혹은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 애써본 적이 있다면, 하얀 꽃송이와 동글동글한 잎사귀를 지닌 토끼풀을 금세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토끼가 잘 먹어서 토끼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사실 토끼풀을 제일 즐겨먹는 건 닭이나 염소 같은 가축들이다. 온갖 영양분이 풍부한 토끼풀이 훌륭한 식사가 되기 때문이다. 꿀벌들에게는 향긋한 꽃송이가 인기가 높고, 다른 콩과식물들처럼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서 공기 중의 질소를 땅으로 옮기는 녹비작물로도 이용된다. 강한 생명력으로 어디서든 잘 자라고 널리 번져나가는데, 친환경 농장에서는 농약이나 비료를 쓰는 대신 토끼풀을 마음껏 자라도록 두어서 토질 향상, 잡초 억제 등의 효과를 얻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토끼풀은 사람에게도 이롭다.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여성호르몬의 작용을 돕는 식물성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중장년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이 풍부해서 면역력을 높이고 해독작용을 돕는다. 부드럽고 순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서 섭취하기에도 좋다. 어린잎은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고, 꽃과 잎을 잘 말리면 바닐라처럼 은은한 향기가 나서 차로 우려 마시기에 좋다. 다른 허브들과도 잘 어우러지며 개성 강한 다른 향을 잘 둥글려주는 역할을 해서, 허브차 블렌딩의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대전으로 이사를 오기 전 몇 년 동안 거주했던 일본 오사카에는 크고 작은 동네 공원들이 많았는데, 토끼풀이 많이 나는 봄과 여름이면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채집을 하곤 했다. 인적 드문 이른 아침에, 가위와 바구니를 챙겨 풀밭에 웅크린 채로 열중하고 있으면, 이따금 호기심 많은 어르신들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토끼풀을 모아요.” “그걸 어디다 쓰게요?” “말려서 허브차로 만들어요. 여러 약효가 있대요.” “와... 토끼풀이 먹을 수 있는 풀인지 몰랐네요.” “저도 그랬어요. 꽃향기가 정말 좋아요. 맡아보세요.” 이렇게 다정한 대화가 오갔고, 꽃송이를 받아든 어르신들은 따스한 웃음을 지어보이셨다. 그런 소소한 추억들이 담겨 있어서, 내게는 토끼풀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나 역시 허브에 관심을 갖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기 전에는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 ‘허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허브에 대해 더 깊이, 더 넓게 알아갈수록 허브의 세계는 정말이지 풍성하고 흥미롭고 또 유익하다는 걸 깨우치며 거듭 감탄하게 된다. 봄이 오면, 산과 들과 물가에 토끼풀이 환하게 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향기로, 약효로,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 토끼풀을 직접 찾아보면서 잘 활용해본다면 어떨까.
** 토끼풀을 만날 수 있는 곳 & 만나는 방법
- 흰 토끼풀과 붉은 토끼풀이 있는데, 색깔과 모양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특징은 비슷하다.
- 천변, 들판, 산자락 등 도시 곳곳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대전광역시 하천관리사업소에 문의한 결과, 대전 시내 하천들의 경우 제초제 등의 농약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많이 자라났을 때 기계로 자르는 방식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깨끗한 곳에서 채집한 후, 연하게 식초를 탄 물에 담갔다가 여러 번 잘 헹군다. 채반에 올려 습기가 전혀 남지 않도록 잘 말린 후 차로 활용할 수 있다.
- 채취가 어려운 경우, 한약방이나 해외 허브 관련 쇼핑몰을 통해 건조된 상태의 토끼풀을 구입할 수 있다.
글 강수희(허벌리스트. 생활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허브의 이로움을 ‘곰과 호랑이 허브(instagram.com/bear.tiger.herb)’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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