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2022. 11. 6. 09:17
 
 
 
 
 
 

 

줄곧 생각만 해왔던 '곰과 호랑이 허브'의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거의 손을 놓고 있었던 '곰과 호랑이 허브' 일에 더 진지해지기로, 더 몰두해보기로 마음먹고 있다. 계기는 지난 10/26일날 열렸던 이응노 미술관에서의 허브차 워크숍, 그리고 서울서 만났던 오랜 벗 지영과의 긴 대화. 잊지 않고 잘 기억해두고 싶어서, 간단하게라도 후기를 남겨본다 ;-) 

 

매달 마지막 수요일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는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쭉 맡아 진행하고 있는 '쌍선힐링쎈타' 은선의 초대 덕분에 이번 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동안에는 허브차 수업 한 회당 약 2시간 넘게 진행해왔는데,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남짓. 수업 내용을 싹 다듬고 더 가뿐한 워크숍으로 꾸렸다. 재료의 가짓수도 확 줄였는데, 정작 준비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다. 그동안 안 예쁘고 안 좋은 걸 알면서도 편리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면서 재료를 담는 데 써왔던 투명 지퍼백 봉투 대신, 틈틈이 모아둔 재사용 유리병으로 싹 교체하면서 씻어 말리고 다시 담고 새 이름표를 붙였다. 품은 많이 들었어도, 더 보기 좋고, 수업 진행도 더 편리해졌으니 옳은 선택이었다. 처음 수업을 시작하던 때 스스로에게 세웠던 원칙이 '일회용품은 쓰지 않는다. 쓰레기는 최소화한다' 였는데, 지퍼백도 계속 쓰다보면 쓰레기가 되어버리고 마니까 더 엄격하게 줄였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바로잡게 되어 다행이로구나 싶다. 이렇게 해서 유리병 열 개, 찻잔 열여섯 개, 티포트 세 개, 숟가락들과 종이봉투와 참고도서.. 바리바리 챙기다보니 짐가방이 너무나도 무거워지고 말았다. 그래도 수업 시작 전 테이블을 꾸미며 찻잔들을 오종종 늘어놓을 때, 마음에 드는 찻잔을 고르며 즐거워하는 표정들을 볼 때, 수업을 다 마치고 나서 나온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걸 확인할 때, 정말로 뿌듯했다. 앞으로도 내게 중요한 가치에 있어서만큼은 고집을 굽히지 말아야겠다, 라는 다짐이 더 견고해졌다.

 

늘 그렇듯 허브차 수업은 한껏 보람차고, 또 기쁘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열 명 남짓 참가자 분들 모두 허브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주셨고, 각자 다 다른 종류들을 골라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허브차'를 만들었다. 특히 이번 수업에서는, 다 만든 다음 들어간 재료에 맞춰 패트릭의 목판화 도장을 찍어가시도록 해서 더 재밌었는데, 지난 2월 열렸던 나라현에서의 전시 'CITY AS WEEDS 도장들을 챙겨와서 잘 활용했다. 작은 도장을 반복해서 패턴처럼 찍어내는 작업에 주된 영감을 얻게 된 배경이 바로 이응노 미술관에서 보았던 작품들이었는데.. 워크숍 시작 전 큐레이터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패트릭이 그 내용을 언급했었나보다. 잠시 안으로 사라지셨던 큐레이터님께서, 커다란 작품집을 특별선물이라며 건네주셔서 깊이 감동을 받았다. 한껏 신난 패트릭은 허브차 테이블 옆 작은 목판화 테이블을 지키며 내내 밝은 표정으로 목판화 도장을 찍어댔다 ;-)

 

패트릭이 그렇듯이, 나 역시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래서 널리 나누고픈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마음이 절로 콩콩 들뜬다. 다큐 '자연농'도 그랬지만, 특히 내가 애정을 쏟고 있는 허브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내게 참 좋았던 그 무엇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달되어서 또 다른 '좋음'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좋음'을 더 널리 널리 세상속으로 퍼뜨려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또 멋진 일인지. 그러니 나는 더 성실하게, 더 아름답게 이 일을 잘 이어가야 한다. 이제는 무척 오래전이라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만 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하는 일 자체에 동의할 수 없었고 어딘가 꺼름칙했고 개운하지 않았다. 마음속 맨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무언가를 찾아다녔고, 감사하게도 조금씩 더 찾아낼 수 있었고, 그런 일들이 차츰 나의 세계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허브 일에 있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느껴지고, 그래서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고 멀지만, 조급함이나 서두름 없이 내 속도에 맞게 잘 걸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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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허브편지2022. 11. 5. 19:45
곰과 호랑이 허브 _  가을날의 허브편지

 

: 허브를 다루면서 떠올린 생각들, 널리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친구에게 편지쓰듯 적어봅니다 ;-)
 
* 지난 허브편지들
 
1호 _ 늦여름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467529305
2호 _ 초가을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507869910
3호 _ 한겨울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625100427
4호 _ 이른봄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625100427
  

 

 
 
 
 
 
 
 
 



 

1. 오랜만에 '허브편지'를 적습니다. 그새 여러 번 계절이 바뀌었네요. 이른 봄 저희는 오사카에 가서, 'The Branch' 공간을 천천히 정리한 다음, 여름의 시작 즈음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곧바로 8월 초부터 시작하는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전시를 준비했고, 일본에서 부쳐온 짐들을 정리하며 줄곧 바쁘게 지내왔습니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손수 가꾸고 돌보며 마음을 더했던 정든 집과 '주머니 텃밭'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불쑥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허전합니다만.. 그러니 더더욱 지금 머무는 이곳, 이 자리에 더 충실해져야겠다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이번 허브편지의 첫 페이지에서는, 제 오랜 즐거운 습관, '들꽃 모둠'을 소개할게요.

주변에서 꽃과 풀들을 모아 다듬어 작은 병에 담고, 식탁에 올려두거나 곳곳에 선물하는 이 '들꽃 모둠'의 첫 시작이 언제였나 싶어, 오랫동안 소소한 기록들을 잘 모아둔 제 블로그에서 '꽃병' 단어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저도 한참 잊고 있었던 이 습관의 계기가 되었던 작은 사건은 약 10년 전, 2013년 초였네요. '꽃다발 재활용'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던 꽃다발이 안타까워서, 작은 유리병을 모아다 꽃병을 만들어 널리 나누었고, 곱고 향긋한 그 존재가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경험은 '봄 사세요 꽃노점상'으로 이어져서, 길에서 소박한 꽃다발을 판매하기도 했고요, 오사카에서 텃밭을 가꾸면서도 일부러 꽃을 키워 이웃들과 나누었고.. 일본의 작은 섬 메기지마에 머물던 때에도, 바다 쓰레기였던 작은 병들을 잘 씻어다 꽃을 꽂아 두루 띄워보내며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허브를 주로 다루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꽃을 참 좋아하며 늘 가까이 두고 있네요.

 

'들꽃 모둠'을 만드는 법은 무척 간단하고, 정답 없이 그저 마음껏 자유롭게 만들면 되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분들을 위해 제 소소한 팁들을 모아봅니다. 일단 꽃병으로는, 입구가 좁은 유리병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저는 박카스, 비타500 같은 작은 병을 선호합니다.) 컵도 가능하지만 입구의 면적이 넓으면 줄기를 고정시키기가 어려워요. 다음으로, 재료들을 모아볼까요. 직접 가꾸는 텃밭이나 화분이 있다면 가장 좋지만, 없다면 산책을 나서보세요. 작은 풀, 들꽃.. 도시 안에서도 식물이 곳곳에 참 많이 살고 있답니다. 저는 학교 앞 화단, 관공서 앞 큰 화분에서 한 송이씩만, 마음속으로 '고맙습니다~' 인사를 건네며 살짜쿵 데려오기도 해요. 거둬온 재료들은 시들지 않도록 오자마자 바로 물에 꽂아두고요, 준비한 병이나 컵에 물을 채워넣은 다음, 줄기 아래쪽 잎들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줄기만 남기고 싹 다듬어줍니다. (물에 잠긴 잎은 금방 썩어서 꽃들도 금방 시들해져요) 

 

이제 플로리스트가 되어서 솜씨를 발휘할 차례, 재료들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조심스레 병에 꽂아봅니다. 조금씩 높낮이를 조절해보기도 하고,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면서, 마음에 들도록 '들꽃 모둠'을 꾸며보세요. 식물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일 정도는 괜찮은 듯 해요. 매일 물을 갈아주면 가장 좋고요, 가을 국화처럼 튼튼한 꽃들은, 다른 풀과 꽃들이 시들어버리고 난 후에도 생생해서, 쭉 잘 돌보면서 같은 꽃으로 여러 번 '들꽃 모둠'을 만들어볼 수도 있답니다. 맨 아래 사진, 지난 주 데려온 보랏빛 국화가 1주일째 환히 피어있네요. 제게 그랬듯이, 이 작고 소박한 '들꽃 모둠'이, 일상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온기를 전달하는 소중한 통로가 되어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제가 늘 꽃을 얻어오는, 저희 동네 자전거길 입구입니다 ;-)

 

 

 

2. 올해는 봄부터 여름까지 멀리 떠나 있는 바람에 베란다 텃밭을 잘 가꾸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볕이 잘 들어 식물들이 쑥쑥 자라는 베란다에서 여러 식물 친구들과 함께 알찬 여름과 가을을 보냈습니다. 작년부터 보문산 자락에서 거둬와서 쭉 키우고 있는 '파란나팔꽃'은 제가 특히 좋아하는 친구인데요. 늦여름부터 가을 내내, 매일 나팔꽃 갯수를 세어보며 시작하는 아침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나날이 꽃이 피었다가 지고, 새로운 줄기가 쭉쭉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신기했고요. 이제는 다 시들고, 꽃 진 자리에 씨앗이 맺혀 있네요. 틈날 때마다 조금씩 거두고 있는 나팔꽃 씨앗을 널리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누렸던 '아침의 나팔꽃을 만나는 큰 기쁨'을 다른 분들도 함께 누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팔꽃 씨앗을 나눕니다. 신청해놓으시면, 언젠가 문득, 아마도 초겨울 즈음에 불쑥, 우편함으로 찾아갈 거에요 ;-) 신청 페이지는 이쪽입니다. 

 

https://forms.gle/oHUpYPF2BDYyg7zA7

 

* 나팔꽃이 감고 올라갈 수 있는 지지대나 네트, 끈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좁은 실내 공간이라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듯 씨앗을 거두고, 나누고, 또 다시 심는 일은 늘 놀랍습니다. 그 과정을 곰곰이 들여다볼수록 마음이 절로 숙연해지고, 온 우주에 걸쳐 있는 끝없는 생명의 순환을 떠올리게 합니다. 9월 말의 추분을 지나, 이제는 점점 더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밤에는 추울 정도로 온도가 낮아지고 있어요. 다가오는 다음 24절기는 무엇일지 확인해보니, 내일모레 토요일이 '한로', 찬 이슬이 맺히는 때라고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다가오는 겨울을 잘 지내고 또 잘 맞이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편지를 받아보시는 분들 모두, 더 아름답고 더 충만한 가을날을 맞이하시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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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허브편지2022. 3. 19. 20:22
 
곰과 호랑이 허브 _  이른봄의 허브편지
: 허브를 다루면서 떠올린 생각들, 널리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친구에게 편지쓰듯 적어봅니다 ;-)

 

* 지난 허브편지들
1호 _ 늦여름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467529305
2호 _ 초가을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507869910
3호 _ 한겨울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625100427
 
 










 

이른봄, 새싹이 돋고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며칠 전 다녀온 동네 보문산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생명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사계절 모두를 좋아하지만, 저는 봄이 찾아들 즈음이면 어쩐지 더 마음이 붕붕 들뜨고 괜히 더 즐거워집니다. 환한 개나리, 소담한 목련꽃, 말간 진달래, 발밑 작고 여린 제비꽃.. 좋아하는 봄꽃들을 떠올리다보면 그 빛깔 그 향기 그 모습 그 이름에 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아직은 드문드문하지만 곧 와글와글 왕성하게 찾아들 봄꽃들을 기다리면서, 함께 듣고픈 아름다운 노래를 소개해요. 소프라노 임선혜님이 부른 '고향의 봄'입니다. (중간에 나오는 휘파람 소리가 정말 놀라워요!)

 

https://www.youtube.com/watch?v=ogEz6NnVMFM 

 

늦여름부터 느릿느릿 이어가고 있는 이 '허브편지'도 어느덧 네번째가 되었네요. 겨울에도 쭉 허브들을 다루면서 종종 허브차를 만들곤 했지만, 봄여름가을 날마다 이어갔던 허브들을 돌보고 거두는 일을 오래 멈추고 있다보니 조금 허전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대신 틈틈이 도서관에 가서 허브, 원예, 식물에 대한 책들을 두루 찾아 읽었어요. 그동안 수업을 열 때마다 '허브 공부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을 공유해왔는데요, 이 편지를 받아보실 분들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겨우내 읽었던 책들을 더해 새롭게 정리한 목록을 나눠봅니다. 제가 읽어보니 참 좋았던, 도움을 얻었던 책들인데요, 링크된 책 소개 페이지를 쭉 훑어보면서 마음에 드는 책들부터 차근차근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1. 허브의 기초 및 활용  

허브로 가정상비약 만들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1685297 

허브 상식사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6618170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5713352

허브와 함께하는 생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2357927

키친 허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3086773

천연약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2242130

자연약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9494836

내추럴 식물 테라피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0484488 

건강을 위한 티타임 허브차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21627 

힐링 허브티의 101가지 티블렌딩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9616460 

아로마테라피 교과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894967  ** 아로마테라피에 대해 알아가고픈 분들께 꼭 추천하는 책

 

2. 자연, 농사, 생태, 치유 관련 

향모를 땋으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0558491

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287544 

새로운 배움은 경계를 넘어선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7772971

애니미즘이라는 희망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751364

지구의 꿈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203280

나무 수업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4920326 

나무에게 배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462525

생명의 교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6417881 

생명의 정원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3138010 

핸드메이드 라이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19213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47150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22208

정원의 쓸모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6475484

정원가의 열두 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4340664

돈이 필요 없는 나라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2383059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3203109

 

 

앞으로도 꾸준히, 이 책들 중 특별히 나누고픈 구절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제가 소중히 여기며 자주 꺼내 읽는 책, 사전처럼 두꺼워서 첫인상은 영 부담스럽지만, 손길 닿는 대로 펼쳐서 한 꼭지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 좋은 책, 로빈 월 키머러의 <향모를 땋으며> 에 나오는 오논다가족의 '감사 연설'을 나눕니다. 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이 더 널리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면서요.

 

 

160p "감사에 대한 맹세"

 

이곳 학교에서는 한 주를 시작하고 끝낼 때 '국기에 대한 맹세'가 아니라 '감사 연설'을 한다. 이 기다란 연설은 부족 사람들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더 정확한 뜻은 오논다가어로 '모든 것에 앞서는 말'이다. 이 오래된 의례는 감사를 최우선에 놓는다. 감사를 직접 받는 대상은 선물을 세상과 나누는 이들이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주위의 얼굴들을 둘러보며 생명의 순환이 계속됨을 봅니다. 우리는 서로와, 또한 뭇 생명과 더불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의무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인사와 감사를 건넵시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 어머니 대지님에게 감사합니다. 당신 위를 걸을 때 우리의 발을 떠받쳐 주심을 감사합니다. 태초부터 그랬듯 지금도 우리를 보살펴주심이 우리에게 기쁨이 됩니다. 우리의 어머니에게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우리의 목마름을 달래고 모든 존재에게 힘과 원기를 주신 세상의 모든 물에게 감사합니다. 우리는 물의 힘이 폭포와 비, 안개와 개울, 강과 바다, 눈과 얼음의 여러 형태로 나타남을 압니다. 우리는 물이 아직 여기에 있으며 나머지 창조 세계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물이 우리의 생명에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물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물에 있는 모든 물고기님에게 우리의 생각을 돌립니다. 그들은 물을 맑고 깨끗하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스스로를 우리에게 음식으로 내어줍니다. 그들이 지금도 의무를 계속하는 것에 감사합니다. 물고기님들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초목님의 드넓은 들판을 돌아봅니다. 눈길이 닿는 곳 어디나 초목님이 자라며 놀라운 일을 해냅니다. 그들은 많은 생명을 먹여 살립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초목님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베리가 아직도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이 되어줌을 봅니다. 베리의 우두머리는 봄에 가장 먼저 익는 딸기입니다. 베리가 세상에서 우리 곁에 있는 것에 감사하는데 동의하고 베리들에게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한마음으로 우리가 밭에서 거두는 모든 작물님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부족을 풍요롭게 먹이는 세 자매님에게 감사합니다. 태초부터 곡물, 채소, 콩, 과일은 부족의 생존에 이바지했습니다. 다른 많은 생명도 작물로부터 힘을 얻습니다. 모든 작물을 마음속에 모아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세상의 약초님을 돌아봅니다. 태초부터 그들은 질병을 없애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치유하려고 늘 기다리며 준비합니다. 식물을 약용으로 쓰는 법을 기억하는 특별한 소수가 아직도 우리 가운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한마음으로 약초님들과 약초님의 수호자들에게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뭇 나무님이 주위에 서 있는 것을 봅니다. 대지에는 여러 나무님 집안이 있으며, 저마다 나름의 명령과 쓰임새가 있습니다. 누구는 피난처와 그늘이 되고 누구는 열매와 아름다움과 많은 요긴한 선물을 내어줍니다. 단풍나무님은 나무의 우두머리로, 사람들에게 당이 가장 필요할 때 당이라는 선물을 내어줍니다. 세상의 많은 부족은 나무님을 평화와 힘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한마음으로 나무님에게 인사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마음을 모아 우리와 함께 걷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동물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동물은 우리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많습니다. 동물이 계속해서 우리와 삶을 나누는 것에 감사하며 언제나 그러길 바랍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동물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모든 새들에게 감사합니다. 조물주는 새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새들은 아침마다 그날에 인사하고 자신의 노래로써 우리에게 삶을 누리고 고마워하라고 일깨웁니다. 독수리님은 새의 우두머리가 되어 세상을 지켜보라고 선택받았습니다.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까지 모든 새님들에게 기쁨에 찬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네 바람님으로 알려진 힘들에게 우리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를 새롭게 하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를 깨끗케 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아침 공기 속에서 듣습니다. 그들은 계절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들은 동서남북에서 와서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고 힘을 줍니다. 한마음으로 네 바람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우레님 할아버지가 사는 서쪽을 돌아봅니다. 번개와 천둥소리로 우레님은 생명을 새롭게 하는 물을 가져다줍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우레님 할아버지께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맏형인 해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해님은 날마다 어김없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늘을 가르며 새 날의 빛을 가져다줍니다. 해님은 모든 생명불의 근원입니다. 한마음으로 맏형 해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밤하늘을 밝히는 가장 나이 많은 할머니 달님에게 마음 모아 감사합니다. 달님은 온 세상 여인의 우두머리이며 바다의 미세기를 다스립니다. 우리는 달님의 얼굴이 바뀌는 것을 보고 때를 알며, 이곳 대지님에게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분도 달님입니다. 감사에 감사를 얹어 한 덩어리로 할머니 달님에게 감사를 드리며 달님이 볼 수 있도록 감사의 덩어리를 기쁜 마음으로 밤하늘 높이 던져 올립니다. 한마음으로 할머니 달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하늘에 보석처럼 뿌려져 있는 별님에게 감사합니다. 밤에 보이는 별님은 달님을 도와 어둠을 밝히며 들판에 이슬을 내리고 만물을 기릅니다. 우리가 밤길을 걸을 때 별님은 우리를 집으로 인도합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모든 별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를 도와준 깨우친 스승님들에게 마음 모아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조화롭게 사는 법을 잊으면 그들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도록 우리가 배운 방법을 일깨워줍니다. 한마음으로 자상한 스승님들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위대한 정령인 조물주께 생각을 돌려 창조의 모든 선물에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좋은 삶을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이곳 어머니 대지님에게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사랑에 대해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인사와 감사의 가장 좋은 말을 조물주께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의 말을 끝내야겠습니다. 지금껏 만물을 호명하면서 하나도 빼먹지 않았길 바랍니다. 무언가가 누락되었다면 각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인사와 감사를 드리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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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연설은 우리를 먹여 살리는 모든 것에 인사하는 것이기에 '길다'. 감사 연설을 들으면 부자가 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순진무구해 보이지만, 혁명적 개념이기도 하다. 소비사회에서 만족은 급진적 태도다. 희소성이 아니라 풍요를 인정하는 것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창조함으로써 번성하는 경제에 타격을 가한다. 감사는 충만의 윤리를 계발하지만, 경제는 공허를 필요로 한다. 감사 연설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미 우리에게 있음을 일깨운다. 감사는 만족을 찾기 위해 쇼핑하라고 등을 떠미지 않는다. 감사는 땅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치료약이다.  

 

감사의 문화는 호혜성의 문화이기도 하다. 각 사람은 호혜적 관계로 서로 얽혀 있다. 모든 존재가 내게 의무가 있듯 나도 그들에게 의무가 있다. 동물이 목숨을 버려 나를 먹이면 나는 그 대가로 그들의 생명을 떠받쳐야 한다. 맑은 개울물을 선물로 받으면 같은 선물로 보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감사 연설은 의무와 선물이 동전의 양면임을 일깨운다. 독수리는 좋은 시력을 선물로 받았으니 우리를 지켜보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인간의 의무는 무엇일까? 선물과 책임이 하나라면, "우리의 책임은 무엇일까?" 라고 묻는 것은 곧 "우리가 받은 선물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것과 같다. 감사하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다고들 한다. 이것이 우리가 받은 선물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제가 받은 '선물'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늦가을에 씨앗을 구입하고, 호기심에 심어보았는데 정말로 싹이 트더니, 겨우내 느릿느릿 자라더니, 점점 키가 크더니, 언젠가부터 작은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마침내 꽃이 핀 수레국화입니다. 오사카에 살던 때 동네 길가에 수레국화가 몇 그루 있었는데요, 오갈 때마다 시들어가는 꽃들을 거두어다 잎사귀 엽서와 허브차를 만들 때 잘 활용하곤 했었습니다. 실내였어도 몹시 추웠던 지난 겨울 저희 집 거실에서, 침착하게 잘 자라주어서 무척 기특했던, 다만 자라는 속도가 아주 더뎌서, 다음 주 출국 전에 꽃을 만날 수 있을까나.. 싶었던 한 그루 수레국화가 고맙게도, 어제 막 피어났습니다.  

 

이제 나흘 앞, 출국이 정말로 코앞입니다. 재작년 갑작스런 코로나 상황 속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그대로 두고온 오사카의 저희 공간을 정리하러 가는데요.. 두 달 동안 머물면서 지난 달 나라현 전시와 관련한 일들도 진행하고, 오사카의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면서 짐을 챙겨 부치고.. 공간을 정리하고.. 머무는 동안 저희 텃밭의 허브들도 부지런히 거두어서 가져오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틈틈이 '곰과 호랑이 허브'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다 적고나서 보니, 이번 편지는 유독 분량이 무척 길어지고 말았네요.. ;-) 긴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가오는 봄, 감사와 기쁨으로 하루하루가 충만하고 평온하기를, 마음을 모아 띄워보냅니다.

 

 











생각난 김에 찾아보았습니다 ;-)

수레국화 가득한 들판을 처음 만났던, 2019년 5월 '안양천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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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