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나만의 허브차 만들기 워크샵'의 기록. 8년 전 서울에서 처음 만나서 두물머리 주말텃밭에 쭉 함께했던 제임스, 지금은 긴 여행 중에 이 동네 '에어 오사카 호스텔' 스탭으로 머물고 있다. 그리고 느릿느릿 일본을 여행하고 있다는 프랑스 친구 마고 역시 호스텔의 손님, 이 공간의 시작부터 진행까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영미,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였다. 첫 워크샵 때보다는 덜했지만 긴장도 부담도 없진 않았는데, 일단 다같이 밭에 가서 허브들을 만나 냄새맡고 만져보고, 허브차를 마시면서 쌓인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하는 동안 차차 마음이 느슨해져서, 나중에 신이 나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이어갔다.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더니 끝나고는 완전히 기진맥진했지만, 참 뿌듯한 시간이었다.
한곳에 모여 앉아서 같은 재료를 써서 만들었는데도 각자의 차는 모두 딴판으로 다르다는 게, 늘 하는 경험이지만 참 흥미롭고 재밌다. 나도 처음 시도해보는 은행잎과 솔잎 위주에 로즈마리가 듬뿍 들어간 제임스의 차는 거친 자연의 맛이 났고, 일본에서 많이 쓰는 채소 '시소'가 마음에 든다며 시소를 듬뿍 넣은 마고의 차는 섬세하면서 풋풋한 풀향이었다. 제라늄과 로즈마리 향에 끌린 영미의 차는 꽃향기가 그윽한, 한방'약' 같은 느낌이었다. 차 이름은 뭐가 좋을까, 일단 맛부터 보고 정해보자며 티포트 세 개를 총출동시켜서 나란히 차를 우렸다. 시음회를 하듯 정성껏 우린 세 가지 새로운 허브차를 맛보고, 어떤 느낌인지 소감을 나누고 나서, 맨 마지막은 색연필로 직접 포장지를 꾸몄다.
널찍한 테이블 가득 온갖 유리병들과 티포트와 찻잔과 숟가락과 색연필과 종이까지, 산만하고 어지러운 그 풍경이 어쩐지 참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각자 고심하며, 같이 수다떨며, 숟가락과 저울을 건네고 받으며 들뜬 친구들의 표정을 보면서도 왠지 아주 그립고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는 뭔지 잘 몰랐던 단어가 후기를 적는 동안 떠올랐다. 어릴 적 늦저녁까지 놀이터에 모여 앉아 놀던 '소꿉장난', 딱 그 풍경과 닮아 있었다. 이것저것 섞고 만들고 맛보고 수다떠는 재미난 놀이, 워크샵을 열기 전 홀로 허브차를 만들 때도 '이건 정말 재미난 놀이같다'고 늘 느끼곤 했다. 향기롭고 유익한데다 즐겁기까지 한, 참 좋은 놀이. 그동안 내가 허브차를 만들어오면서 생생하게 느꼈던, 그래서 다른 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이 즐거움과 보람, 경이로움 같은 느낌들이 친구들에게 잘 전해졌다면 좋겠다. 앞으로도 더더더 많은 분들께 잘 전해진다면 더욱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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