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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6년 9월 계절의 허브티 '바람과 별과 흙' 꾸러미에 함께 보낸 허브편지, 블렌딩 노트입니다.
계절의 허브티 14 _ ‘바람과 별과 흙’
2026. 9. 13
안녕하세요. 하늘은 새파랗게 드높고, 딱 기분 좋은 온도의 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오늘 아침에, '가을이 와서 참 좋구나' 하고 절로 씨익 웃음이 났어요. 혹독하게 덥고 거칠었던 여름이 물러가고, 눈부신 계절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점점 낮이 짧아지고 있는데다가, 2026년의 남은 날들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건 살짝 아쉽지만요, 그러니 더 하루하루를 알차게 즐겁게 아름답게 잘 보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되네요.
이번 블렌딩의 이름 ‘바람과 별과 흙’은 제가 좋아하는 두 시인, 메리 올리버와 윤동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책 <휘파람 부는 사람>을 오랜만에 꺼내 읽는데,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아주 아주 많더라고요. 정성껏 수첩에 적어둔 대목을 옮겨봅니다.
"우리 개개인과 다른 모든 것 사이엔 끊어질 수 없는 무수한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우리의 존엄성과 기회들은 하나다. 머나먼 하늘의 별과 우리 발치의 진흙은 한가족이다. 어느 한 가지나 몇 가지만을 찬양하고 끝내는 건 품위나 분별 있는 일이 아니다. 소나무, 표범, 플랫강, 그리고 우리 자신, 이 모두가 함께 위험에 처해 있거나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그래서 처음 떠올렸던 이름은 ‘별과 흙’이었는데요, 조금 허전한가 싶어 고민하던 중에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생각났습니다. 책을 펼칠 때마다 아름다움을 가득 안겨주는 고마운 두 분을 올 가을엔 더 자주 만나야겠다는 결심으로, 아이디어 둘을 조합한 이름을 지었어요. 이번 블렌딩의 느낌, 가을바람처럼 선선하고, 별처럼 밝고 산뜻하면서, 흙처럼 푸근하고 깊은 향을 담고 있기도 하고요. 지난 기록을 살펴봤더니, 오래 전 만들었던 박하 주인공의 블렌딩 ‘꾸밈 없는 마음’ + 민트+차조기 블렌딩 ‘향기로운 꽃의 파도’를 많이 닮아있더라고요. 아래는 6년 전의 기록인데요,
‘조화로운 맛과 약효를 구상하면서 허브들을 알맞게 더해가는 과정이 언제나 그랬듯 너무도 즐거워서, 만드는 내내 마음이 즐거웠다. 바람직한 조화로움을 목표로 삼아, 감각을 기울여 다양하게 조율해가면서 가장 알맞도록 잘 맞추어간다. 음악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어쩌면 작곡도 이 과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니, 더 넓게는, 생각과 마음과 손길을 거쳐 무언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면 그 무엇이든 닮은꼴이지 않을까 싶었다. 앞으로 나의 감각과 지식, 그리고 필요한 기술을 부지런히 갈고 닦아가면서, 더 조화롭고 이로운 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하고 바랐다.’
6년이란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감각과 지식과 기술을 부지런히 잘 갈고 닦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여전히 즐거운가?’에 대해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이번 블렌딩에는 특히나 제 즐거움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전체 분량 중 절반 이상이 동네서 직접 거둔 허브들이거든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소중한 인연들이 보내준 먼 나라들의 특별한 허브들이 들어갔어요. 패트릭의 친구, 우크라이나의 유진이 보내준 선물 상자 속의 린덴, 다큐 ‘자연농’을 보고 통영까지 찾아와주신 프랑스의 샤를씨와 신숙언니가 준 레몬타임과 엘더, 대전에서의 인연 소크라테스씨와 혜선님이 그리스 코르푸 섬에서 가져다준 시데리티스, 미국의 시어머니께서 주셨던 로즈힙. 이렇게 ‘바람과 별과 흙’에는 통영의 여름날이, 세계 곳곳에서 온 따뜻한 마음이, 그리고 제 기쁨과 즐거움들이 소복하게 담겨 있습니다.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쑥, 로즈마리, 레몬그라스, 로즈제라늄, 라벤더, 무화과잎, 차조기, 레몬버베나, 세이지, 홀리바질, 장미꽃잎, 메리골드, 레몬밤, 루이보스, 민들레, 로즈힙, 시데리티스, 마쉬멜로잎, 엘더플라워, 레몬타임, 린덴, 칡꽃
민트류가 주인공인 허브티는 늘 온도를 낮추어 우리는 게 좋아요. 너무 뜨거운 물에는 향기도 맛도 증기와 함께 휙 날아가버리기 쉽거든요. 그리고 이번 블렌딩처럼 섬세한 향기를 품고 있는 허브들이 많은 경우, 평소 허브티를 우릴 때보다 더 낮은 온도, 대략 70도 정도에다, 우리는 시간은 조금 더 길게, 약 6~7분을 우리는 걸 추천합니다.
이번 꾸러미에 함께 보내는 덤, 제 작은 선물은 ‘레몬그라스’에요. 작년부터 저희 부엌밭 한가운데 늠름하게 자리 잡은 레몬그라스는 거의 제 키에 가까울 만큼 튼실하게 잘 크고 있는데요, 잎사귀만 단독으로 차로 드셔도 좋고요, 다른 허브들과 섞어 우리셔도 좋답니다. 혹시 태국요리를 즐긴다면 커리나 똠양꿍에 더하셔도 되어요. 여기에 더해 고운 빛깔이 매력적인 ‘칡꽃’도 그 양은 조금이지만 같이 담아보았어요. 볕이 아주 잘 들고 바닷바람이 솔솔 부는 당포리 저희 텃밭 풍경을 상상하면서 즐겁게 드셔주셔요.
"이 경이로운 계절의 따스함과 햇볕과 기쁨과 향기가 어찌 쓸모없이 사라져서야 되겠는가? 꽃이나 어디 다른 데에 그런 것이 응축되어 손에 닿을 곳에 매달려 있어서, 나중에 춥고 험한 시기에 우리가 그것을 집으로 가져가 그것으로부터 위로를 받아서는 왜 안 된단 말인가.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한 주머니씩 가득 담아서 아쉬울 때를 위해 보관해둘 수만 있다면!" _ 헤르만 헤세, <보리수꽃>, 1906년
끝으로 120년 전 헤르만 헤세가 쓴 문장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한 주머니씩 가득’ 담는 참 좋은 가을날, 충만한 가을날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5월 마르쉐 참가 때 옆자리 인연, '허브로치' 덕분에 구할 수 있었던 홀리바질 :-)

산밭에 심은 페퍼민트는요, 차차 옆으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거친 산밭에서도 굳세게 잘 자라주어서 기특한!

로즈제라늄도 튼튼하게 잘 크고 있고요

따로 심지 않았는데도 부엌밭 언저리에서 알아서 잘 자라는 백일홍

쑥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허브 아줌마 (<- 먼 옛날 '꼬마자동차 붕붕'의 노랫말을 아시나요..)



자주색+보라색이었던 칡꽃은 마르고나면 군청색+진보라색으로 바뀝니다 :-)


'바람과 별과 흙' 허브티가 만들어진, 통영 산양읍 원항마을의 풍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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