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꽃
Flowers of Himalaya
상쾌한 민트에 상큼한 신맛이 더해지면 더더욱 상콤! 산뜻! 입안이 그저 환-해집니다. 처음 그 놀라운 상콤함을 만난 건 2013년 봄, 몇 주 동안 머물렀던 인도 북부, 히말라야 자락의 다람살라에서였어요. 동네 작은 가게에서 구할 수 있는 차 종류가 얼마 없었는데, 독특하게도 민트와 로즈힙이 반씩 섞인 차를 발견하고서 궁금해하며 데려왔지요. 난방이 안되던 추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돼지꼬리'라고 부르는 작은 히터로 끓인 물에 필터 없이 후후 불어가며 마셨던 그 로즈힙 민트티, 처음엔 신맛이 영 낯설었는데, 익숙해지니 민트의 화한 맛에 시큼한 달큼함이 어우러진 그 조합이 마음에 들어서 즐겨마시게 되었지요.
새로 데려온 허브들 중에서, 신맛이 나는 베리 종류를 어떻게 섞어볼까 고민하다 그 로즈힙 민트티가 생각나서 비슷한 느낌으로 섞어보았습니다. 시원한 스피아민트와 홀리바질, 툴시를 바탕으로 하고, 각각 신장과 심장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는 주니퍼베리와 호손베리, 그리고 비타민c가 풍부한 히비스커스를 더했어요. 개성 강한 여러 맛들을 보드랍게 모아주는 역할로는 부드럽고 달콤한 엘더플라워와 라벤더를 섞었습니다. 그렇게 기억 속 느낌을 꼭 닮은, 마음에 쏙 드는 상콤하고 산뜻한 맛이 탄생했어요.
차를 만들 때 언제나 가장 고민되는 순간은 바로 '이름 정하기'입니다. 인도에서 온 허브들이 많고, 첫 아이디어도 다람살라에서 왔으니까 그쪽 지명이 들어가면 좋겠네, 하던 참에 아이디어가 퍼뜩 떠올랐어요. 봄에도 하얀 눈을 이고 있던 히말라야 아래, 정성껏 작은 화분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마음 고운 사람들이 사는 그 동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한 장면을 그리면서 '히말라야의 꽃'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그때의 기록과 사진을 함께 덧붙여요. 기회가 된다면 사진 속 환한 얼굴의 아가씨를 다시 찾아가서, 이 집을 떠올리며 만든 차를 선물로 건네고 싶네요. :-)
맥그로드 간즈 아랫마을에 있는 부토스쿨 공연을 보고 서둘러 윗마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3주간 지내온 맥그로드 간즈를 떠나는 날이라 마음이 좀 울퉁불퉁했다. 정말로 여행의 막바지로구나, 하는 아쉬움이 제일 컸고, 그간 흠뻑 정들어버린 이 동네를, 여기 이 사람들을 떠난다는 생각에 조금 울적하기도 했다. 머무는 동안 생겨났던 좋았던 일들, 이날따라 유난히 날씨는 화창해서 조금은 야속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새 흠뻑 정들어버린 이 동네, 이 사람들, 그동안의 추억들, 분명 너무나도 그리워질텐데 이를 어쩌나. 곰곰해져서 걷는 중에 갑자기,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그룹 이름도 노래 제목도 알 수 없지만 분명 여러 번 들어본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노래였다. 나지막이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부르는 소리도 들려왔다. 아니, 이 작디 작은 마을에서 한국 노래를 듣게 될 줄이야.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집을 자세히 봤다. 앙증맞은 화분 몇 개가 창문 아래 나란히 놓인, 빛바랜 노랑색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있고, 작은 창문 안에는 빨간색 커튼이 달려 있는, 작은 집이었다. 이 어여쁜 집에 사는, 작은 화분들을 정성껏 가꾸는, 흥얼흥얼 한국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졌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동안 몇몇 장면들을 찍었고, 맞은 편 탁 트인 마을 앞 풍경을 담았다. 셔터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창문으로 얼굴 하나가 나타났다. "아, (손가락으로 집안을 가리키며) 코리아 뮤직, (다시 나를 가리키며) 아임 프롬 코리아" 라고 설명하자 그 얼굴이 활짝 웃었다. 짤막한 대화를 나누다가 활짝 웃는 얼굴 사진도 한 장 담았다. 예쁜 집, 예쁜 미소. 다음 번 맥그로드 간즈에 가게 될 때는, 작은 꽃들과 한국 노래들을 좋아하는 이 어여쁜 친구네 집도 다시 찾아가야겠다. :-)
_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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