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친구 판테아로부터, 몇 달 전 함께 '방구석 농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연어님으로부터, 그리고 구례 수한마을에서 우연히 만나서 쭉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성근님으로부터, 연달아 허브차 주문이 도착했다. 한창 다른 일들로 바쁠 땐 잠잠하더니, 여유로워지면서부터 알아챘다는 듯 때를 맞추어 찾아드는 주문들이 반갑고도 신기했다. 똑 떨어진 기존 허브차들을 새로 더 만들고, 재료들을 다 꺼내놓은 김에 새로운 블렌딩도 만들어보았다. 얼마 전 일본 전시를 위해 만들었던 '풀의 지혜' 블렌딩을 바탕으로, 좀 더 향긋하고 산뜻한 느낌의 허브들을 더하고, '맑은 먹물 같은 향기'의 조릿대도 더하고, 산뜻 새콤한 맛을 입혀줄 엘더베리도 넣고, 우리집 작은 베란다 텃밭에서 거둔 허브들을 조금씩이나마 추가하고.. 이만하면 괜찮을까, 하고 잘 섞어 우려낸 다음 맛을 보니, 음- ;-) 마음에 든다. 덤덤한 '풀의 지혜' 친구들이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화-한 민트와 홀리바질, 살짝 신맛의 엘더베리, 은은하면서도 달달한 메리골드와 라벤더.. 여러 가지 다른 개성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보름달 아래 덩실덩실 강강술래하듯 뛰어노는 느낌이랄까 ;-)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 허브차를 만들기까지 참 많은 도움이 있었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해진다. 직접 참가하지 못한 일본 나라현 전시 (지난 주말에 예술제가 시작되었고, 온라인으로 작가와의 대화도 열렸다!) 제안부터 진행, 최종 진열까지 모든 과정을 힘껏 거들어준 치에, 촉박한 일정이라 빠듯했지만 함께 힘을 모아 '방구석 농부' 프로그램을 즐겁게 만들어갔던 연어님과 사회혁신센터의 스탭분들, 참 번거로운 일이었을텐데.. 직접 조릿대 잎을 거두고 담아서 부쳐주신 지리산의 산하님, '건강한 맛일 것 같아서 기대된다'면서 선뜻 '풀의 지혜'를 주문해주신 성근님과.. '전에 네가 준 허브차가 너무 좋아서 특별한 날에만 아껴마시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똑 다 떨어져버렸어. 그래서 주문하려고!' 따듯한 이야기를 들려준 판테아.. ;) 모든 고마운 마음들 덕분에 나의 일을 기쁘게 이어갈 수 있다. 내가 받은 온기를, 내가 만드는 차에 잘 담아서, 다시 세상에 퍼뜨린다.
이번 허브차의 이름은 '작은 별의 구석'으로 정했다. 스피츠의 곡 '小さな生き物 (작은 생명체)'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차를 만들면서 오랜만에 스피츠의 노래들을 쭉 돌려들었는데,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이라는 구절의 모든 단어들이 하나씩, 다 좋았다. 이 작은 별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끼리, 서로 온기를 주고받으면서, 따스함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 따스함들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잔잔해서 그저 지나치거나 까맣게 잊어버리기 쉽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이렇게 글로 적고, 되새기고, 수시로 떠올리려 한다. 이 차가 가닿을 곳에서도 그렇게, 따스함이 번져나가기를.
小さな生き物
작은 생명체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を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抱きしめて ぬくもりを分けた 小さな星のすみっこ
끌어안고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
知らないままで 過ごせるのなら その方が良かったこととか
모르는 채 지나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았을 일이라든지
たくさんあるよ だけど今だに アホな夢見てる
많이 있어 하지만 여전히 바보같은 꿈을 꿔
臆病な背中にも 等しく雨が降る
겁먹은 등에도 같은 비가 내려
それでも進む とにかく先へ 有っても無くても
그래도 나아간다 어쨌든 앞으로, 있든 없든 간에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に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出会えるって 思いもしなかった もう一度果てをめざす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치 못했어. 다시 한번 끝을 향해서
深く掘って埋めても 無くせないはずだから
깊이 파묻더라도 없앨 수는 없을테니까
裸の言葉 隠さずさらす そこから始めよう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숨김없이 드러내. 거기부터 시작하자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を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抱きしめて ぬくもりを分けた 小さな星のすみっこ
끌어안고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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