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2020. 2. 21. 23:22

맨 처음 허브차 만들기 워크샵을 연 게 2018년도 여름이었다. 허브를 키우고 다듬고 모아 말리면서, 그 향기와 아름다움을 한껏 누리면서, 내 감각을 한껏 발휘해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맛의 차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낸 차를 일상에서 늘 두고 마시는, 소소하면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만족감과 기쁨을 안겨주는 이 일을 혼자만 누리기에는 영 아깝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널리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하고 나서 쭉, 계속해서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 이어지면서 모두 합쳐 스무 번 가까운 워크샵을 열어왔다. 매번 워크샵을 진행할 때마다 조금씩 부족한 점들을 발견하고, 고쳐나가면서 내용은 많이 다듬어져왔지만, 들여다보면 맨 밑바탕은 한결같다. '나의 좋음을 더 널리 나누는 것'. 감사하게도 늘 그 마음을 아주 잘 알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한껏 행복한 시간을 누려왔다. 이번 한큐백화점에서 열린 워크샵도 그랬다. 
 
이 워크샵은 우리 공간이나 친구네 공간에서 작고 소박하게 열어온 워크샵들과는 달리 '아시아 북 마켓'이라는 큰 행사에 속한 워크샵으로 진행되었다. 그만큼 긴장도 부담도 컸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담담하게 해나가면 된다고 다독여준 패트릭의 응원 덕분에 차분히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떤 점이 부족했을까, 어떤 점을 더하면 좋을까, 여러 번 점검하고 고민하면서 필요한 도구를 새로 장만하고 (차를 섞을 때 더 편리하도록 큰 스텐볼을 샀는데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수업 자료를 다듬어 번역하고, 공부를 더 이어갔다. 이렇게 우리 공간이 아닌 밖에서 여는 워크샵의 가장 큰 어려움은 준비물들을 일일히 챙겨가야 한다는 것. 허브가 담긴 열댓 개 정도의 유리병과 틴들, 찻주전자, 저울과 스텐볼과 가위만으로도 이미 여행가방이 꽉 찼다. 허브차를 맛볼 컵은 아홉 개가 필요했는데, 가볍고 편한 일회용컵의 유혹도 없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름답지 않으니까, 무엇보다도 내가 쓰고싶지 않으니까, 집에 있는 도자기컵을 모아서 천에 둘둘 말아 보냉백에 담았다. 이런 내 고집이 마음에 들어서 흐뭇했다.
 
첫번째 워크샵은 우리를 북마켓에 초대해주신, 행사 전체를 기획하신  IN/SECTS 매거진의 타카키씨가 통역을 맡아주셨다. 바로바로 참가자 분들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고 매번 통역을 거쳐야 한다는 게 조금 어렵긴 했지만 다행히도, 미리 준비한 프린트물과 자료들을 펼쳐보이며, 바쁘신 중에도 쭉 워크샵을 도와주신 타카키씨의 도움 덕분에, 그럭저럭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재밌게도 두 꼬마들이 엄마와 함께 왔다. 한 꼬마는 오자마자 곧바로 잠들었고, 또 다른 꼬마는 엄마 옆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틈틈이 거들다가, 나중엔 직접 허브를 섞고 가위질하며 쭉 함께해주었다. 나이는 다섯살, 이름은 아키히로, '민트가 제일 좋아!'라는 아키히로의 취향대로 민트와 로즈마리가 듬뿍 들어간 에미코씨의 허브차는 시원한 향이 참 좋았다. 우아한 멋쟁이 유미씨는 피부에 좋다는 카렌듈라 인퓨즈드 오일을 궁금해하셔서, 자세한 자료를 메일로 보내드리기로 하고 주소를 받았다.   
 
두번째 워크샵은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다 마크로비오틱 요리사여서 허브에 대한 지식도 풍부한 카오리가 척척 통역해주어서 훨씬 수월했다. 원래는 신청자가 2명뿐이라고 해서 아주 널널하겠구나, 싶었는데 현장에서 신청한 3분이 더해지면서 첫번째보다 더 복작거렸다. 토요일 오후이다보니 관람객들도 아주 많았다. 몇몇 분들은 워크샵 부스까지 오셔서 자료들을 살펴보고 사진을 담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패트릭이 담아준 사진들 속 풍경들을 봐도, 알록달록한 유리병들이 쭉 늘어선 테이블에 모여 따로 또 같이 허브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어 보인다. 이날 워크샵을 위해 열심히 모은 허브들 중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았던 건 클로버, 똑 떨어져버려서 몇몇 분들은 다른 재료로 대체해야 했다. 제라늄과 시소와 쑥도 찾는 분들이 많았고, 안타깝게도 어성초는 아무도 쓰시지 않아서 앞으로 내가 더 예뻐해주기로 했다.  
 
쭉 바빴던 두 차례 워크샵이 끝나고 쉬다가, 7시부터는 'The Branch'의 활동을 주제로 한 토크쇼가 열렸다. 다큐 '자연농'부터 시작해서 여러 프로젝트와 활동을 통해 '자연과 사람을 잇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들려드렸다. 이번엔 토크쇼 진행자로 함께한 타카키 씨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뜻깊은 활동을 더 널리 알리고 싶은데, 잡지를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우리가 왜 굳이 자연과 다시 이어져야 하는지 그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질문을 했다. '자연과 가까이 이어지는 건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가장 기본이 된다. 오래 전 직장인으로 살던 땐 온종일 햇볕도 쬐지 못하고 자연과 아예 동떨어져 사는 게 참 답답했고, 지금은 에어컨 없이, 아주 소박하게, 작은 집에서 자연을 더 가까이 접하며 사는데 이게 전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식으로 답했는데, 여전히 그 질문이 마음에 남아 있다. 아마 우리의 숙제로 계속 안고 가야할 것 같다.
 
잘 기억해두고 싶어서, 떠오르는대로 적어나가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버리고 말았다. 이 글을 적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작년 이맘때 쓴 첫번째 허브 워크샵 후기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옮겨 적으며 마무리하고싶다. "맨 처음 'The Branch'를 구상할 때 그렸던 어렴풋한 그 그림을, 이렇게 차차 펼쳐가고 있다는 게 생생하게 실감났다. 오래도록 꿈꿔왔던 순간을 지금 누리고 있으니, 더 열심히 즐겁게 아름답게 내 일을 이어가야겠다고, 그날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다시금 다짐했다."  참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우리가 원하는 일을 계속해서 펼쳐가게 된다. 꾸준히 더 널리 이어가게 된다. 이 감동과 고마움을 잊지않고 '더 열심히 즐겁게 아름답게 내 일을 이어가자'고, 또다시 같은 다짐을 한다.

 

 

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