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2022. 11. 6. 09:17
 
 
 
 
 
 

 

줄곧 생각만 해왔던 '곰과 호랑이 허브'의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거의 손을 놓고 있었던 '곰과 호랑이 허브' 일에 더 진지해지기로, 더 몰두해보기로 마음먹고 있다. 계기는 지난 10/26일날 열렸던 이응노 미술관에서의 허브차 워크숍, 그리고 서울서 만났던 오랜 벗 지영과의 긴 대화. 잊지 않고 잘 기억해두고 싶어서, 간단하게라도 후기를 남겨본다 ;-) 

 

매달 마지막 수요일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는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쭉 맡아 진행하고 있는 '쌍선힐링쎈타' 은선의 초대 덕분에 이번 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동안에는 허브차 수업 한 회당 약 2시간 넘게 진행해왔는데,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남짓. 수업 내용을 싹 다듬고 더 가뿐한 워크숍으로 꾸렸다. 재료의 가짓수도 확 줄였는데, 정작 준비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다. 그동안 안 예쁘고 안 좋은 걸 알면서도 편리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면서 재료를 담는 데 써왔던 투명 지퍼백 봉투 대신, 틈틈이 모아둔 재사용 유리병으로 싹 교체하면서 씻어 말리고 다시 담고 새 이름표를 붙였다. 품은 많이 들었어도, 더 보기 좋고, 수업 진행도 더 편리해졌으니 옳은 선택이었다. 처음 수업을 시작하던 때 스스로에게 세웠던 원칙이 '일회용품은 쓰지 않는다. 쓰레기는 최소화한다' 였는데, 지퍼백도 계속 쓰다보면 쓰레기가 되어버리고 마니까 더 엄격하게 줄였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바로잡게 되어 다행이로구나 싶다. 이렇게 해서 유리병 열 개, 찻잔 열여섯 개, 티포트 세 개, 숟가락들과 종이봉투와 참고도서.. 바리바리 챙기다보니 짐가방이 너무나도 무거워지고 말았다. 그래도 수업 시작 전 테이블을 꾸미며 찻잔들을 오종종 늘어놓을 때, 마음에 드는 찻잔을 고르며 즐거워하는 표정들을 볼 때, 수업을 다 마치고 나서 나온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걸 확인할 때, 정말로 뿌듯했다. 앞으로도 내게 중요한 가치에 있어서만큼은 고집을 굽히지 말아야겠다, 라는 다짐이 더 견고해졌다.

 

늘 그렇듯 허브차 수업은 한껏 보람차고, 또 기쁘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열 명 남짓 참가자 분들 모두 허브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주셨고, 각자 다 다른 종류들을 골라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허브차'를 만들었다. 특히 이번 수업에서는, 다 만든 다음 들어간 재료에 맞춰 패트릭의 목판화 도장을 찍어가시도록 해서 더 재밌었는데, 지난 2월 열렸던 나라현에서의 전시 'CITY AS WEEDS 도장들을 챙겨와서 잘 활용했다. 작은 도장을 반복해서 패턴처럼 찍어내는 작업에 주된 영감을 얻게 된 배경이 바로 이응노 미술관에서 보았던 작품들이었는데.. 워크숍 시작 전 큐레이터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패트릭이 그 내용을 언급했었나보다. 잠시 안으로 사라지셨던 큐레이터님께서, 커다란 작품집을 특별선물이라며 건네주셔서 깊이 감동을 받았다. 한껏 신난 패트릭은 허브차 테이블 옆 작은 목판화 테이블을 지키며 내내 밝은 표정으로 목판화 도장을 찍어댔다 ;-)

 

패트릭이 그렇듯이, 나 역시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래서 널리 나누고픈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마음이 절로 콩콩 들뜬다. 다큐 '자연농'도 그랬지만, 특히 내가 애정을 쏟고 있는 허브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내게 참 좋았던 그 무엇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달되어서 또 다른 '좋음'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좋음'을 더 널리 널리 세상속으로 퍼뜨려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또 멋진 일인지. 그러니 나는 더 성실하게, 더 아름답게 이 일을 잘 이어가야 한다. 이제는 무척 오래전이라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만 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하는 일 자체에 동의할 수 없었고 어딘가 꺼름칙했고 개운하지 않았다. 마음속 맨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무언가를 찾아다녔고, 감사하게도 조금씩 더 찾아낼 수 있었고, 그런 일들이 차츰 나의 세계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허브 일에 있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느껴지고, 그래서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고 멀지만, 조급함이나 서두름 없이 내 속도에 맞게 잘 걸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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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