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 허브티2025. 3. 15. 14:57

 

새로운 계절이 찾아올 때마다, 그 시기에 알맞게 블렌딩한 '계절의 허브티' 그리고 '허브편지'를 함께 담아 띄워보내는 '허브 꾸러미' 정기구독 서비스, 2023년 1월 처음 시작된 이후로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 허브 꾸러미 정기구독 신청 페이지 https://forms.gle/YDQYV1wVXXWMXV2x8

 

아래는 2025년 3월, 계절의 허브티 '기쁨은 파도처럼'과 함께 보낸 허브편지, 블렌딩 노트입니다.

 



계절의 허브티 08 _ ‘기쁨은 파도처럼’
2025. 3. 10

안녕하세요! 아직은 겨울빛이 남아 있는 이른 봄날에, ‘봄마중 꾸러미’로 똑똑똑 문을 두드립니다. 2025년의 첫 꾸러미이면서, (2024년 5월부터 구독을 시작하셨다면) 한 바퀴를 돌아 네 번째, 마지막 꾸러미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끝과 시작이 어우러져 있는 이 계절과 닮아 있는 모습이지요. 세 달에 한 번, 느린 듯 하면서도 재빠르게 지나버린 지난 시간을 ‘곰과 호랑이 허브’와, 계절의 블렌딩 허브티와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블렌딩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다른 때보다 유난히 더 신나고 즐거웠어요. 곳간을 든든히 채워둔 다람쥐의 기분이랄까요.. 올 겨울 미국 시댁에 다녀오면서 새로 구입해온 허브들이 많았거든요. 제가 늘 쓰는 익숙한 재료들에 더해, 처음 만나는 재료들도 많아서, 제대로 활용해 보고픈 마음에 두근거리며 하나둘씩 맛보기를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이 신선하고 품질 좋은 허브들을 어떻게 해야 충분히 잘 살릴 수 있을지, 근사한 이 허브들의 매력을 어떻게 잘 전할 수 있을지, 기쁜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이번 꾸러미에서는 특별한 제안을 건네요. 차를 우리기 전, 한번 우릴 분량의 찻잎을 밝은 색상 + 단순한 무늬 접시에 담아 자세히 살펴봐주세요. 찻잎의 향기도 충분히 맡아보시고요. 붉은 장미, 연보랏빛 라벤더, 옅은 노랑빛 메리골드, 동글동글 노랑빛 카모마일 꽃들을 발견하셨나요? 자줏빛 열매는 주니퍼베리(큰 것), 엘더베리(작고 더 까만 빛깔), 제주 미선팜에서 보내주셨던 건강한 귤의 껍질도 있고요, 단단한 조각들은 작약, 감초, 황기, 오가피 같은 한약재들입니다. 잎들은 종류가 너무도 많네요. 재료 하나하나씩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만.. 영 아쉽습니다. 아래는 들어간 재료들의 목록입니다. (아참, 차를 다 마시고 난 후에, 온기가 남아 있는 빈 잔에 머물러 있는 향기도 꼭 맡아보시길 권합니다. ^_^)

 

작약, 감초, 황기, 민들레뿌리, 쑥, 솔잎, 질경이, 오가피, 귤피, 주니퍼베리, 린덴, 네틀, 툴시, 민트, 레몬밤, 로즈메리, 엘더베리, 시데리티스, 레몬그라스, 레몬버베나, 히비스커스, 마시멜로잎, 엘더플라워, 장미꽃잎, 로즈힙, 메리골드, 카모마일, 라벤더, 타임

 

 


이번 블렌딩 역시 들어간 재료가 무척 다양하다보니, 매번 우릴 때마다 조금씩 그 비율이 달라지면서 맛도 살짝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미세한 변화도 흥미롭게 재미있게 누려주시길 바라고요. 또 하나 덧붙이고픈 안내사항, 이번 블렌딩은 코로 느껴지는 향기와 입에 느껴지는 맛, 둘 사이의 거리감이 꽤 큰 편이더라고요. 신선도 높은 잎사귀와 꽃들 (민트, 레몬밤, 레몬그라스, 레몬그라스, 장미, 라벤더 등등) 로부터 풍겨나오는 향이 강렬한 동시에, 깊고 묵직한 맛을 내는 뿌리와 열매 (작약, 감초, 황기, 민들레뿌리, 주니퍼베리, 엘더베리 등등) 로부터 우러나오는 맛이 두드러집니다. 여러 번 블렌딩 비율을 조절하고 테스트를 거치면서, 이토록 색다른 성격의 허브들이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블렌딩을 구성했어요. 함께 쭉 맛을 보아온 제 짝꿍 패트릭은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느낌’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출신도 성격도 다른 허브들이 사이좋게 춤추는 장면을 상상해봅니다.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스런 소리인가, 우리 삶의 하모니란.
아름다움의 감각으로부터 꽃들이 일어나 영원의 꽃을 피운다.
평화와 기쁨은 굽이치는 파도처럼 흐르고 흘러
어둡고 적의에 찬 기운은 이제 고귀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음악의 마법이 지배하고 시가 봉헌될 때
놀라운 것들이 형상을 드러내고 밤과 혼란이 빛으로 변한다.
그대, 고귀한 예술의 선물을 받으라.
사랑과 힘이 만나면 인류는 신의 은총을 선물로 받으리.
_ 베토벤, 합창 환상곡 (Choral Fantasy)  

 


이번 허브티 이름은, 베토벤의 ‘합창 환상곡’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베토벤을 아주 즐겨듣게 되었는데요, 특히 마음속에 힘찬 기운, 밝은 에너지가 필요할 때 집중해서 들으면 정말 힘이 퐁퐁 솟아나는 것 같아요. 유명한 ‘합창 교향곡’도 무척 좋아합니다만,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작곡된, 잘 알려지지 않은 ‘합창 환상곡’은 저도 작년 여름에야 처음으로 듣게 되었는데요, 힘차고 웅장한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지요. 베토벤의 인류를 향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이 음악을, 딱 20분만 시간을 마련해서, (이번 허브티와 함께라면 더욱 좋겠지요!) 제대로 만나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여러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앳된 얼굴의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다 마치고나서 벅찬 표정으로 눈물을 닦는, 할아버지 지휘자 분께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꼭 끌어안아주시는, 저 QR 링크의 영상이 저는 특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  https://youtu.be/d9Xg45bpgkg?si=mQe7rkE0izTpHXpp

 

 


기쁨은 파도처럼,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대하게, 하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나 늘 우리와 함께 머무르는 물결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식물의 기쁨, 저의 기쁨을 허브티에 담아 파도처럼 여러분 곁으로 띄워 보내며, 어디든 계신 곳에서 따사롭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봄날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곰과 호랑이 허브’ 강수희 드림

 

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