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편지2022. 1. 10. 18:37

곰과 호랑이 허브 _  초가을의 허브편지

: 허브를 다루면서 떠올린 생각들, 널리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친구에게 편지쓰듯 적어봅니다 ;-)

 

 

 

 

1. 볕 좋은 가을날, 잎사귀와 씨앗을 부지런히 거둡니다.

 

추석이 코앞, 9월의 절반이 막 지났습니다. 지난 주에는 아침저녁으로 꽤나 선선해서 가을이 점점 깊어지는구나 싶더니, 이번 주에는 여름이 되돌아온 것처럼 한낮엔 참 덥네요. 남쪽 지방에는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곳 대전은 이틀 연속으로 구름 없이 쾌청한 가을하늘 아래 햇살이 눈부십니다. 이 가을볕을 넉넉히 쬔 마당의 허브들이 쑥쑥 잘 자라서, 매일 아침 부지런히 거두어 말리고 있어요. 저번 편지에서 소개했던 홀리바질이 특히 잘 자라서 엊그제부터는 꽃대까지 쑥쑥 올라오고 있네요. 아직 꽃보다는 잎사귀를 더 얻고 싶어서, 꽃대가 눈에 보일 때마다 똑똑 잘라주면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있답니다. 늦가을 무렵에는 꽃을 피우게 그대로 두었다가, 내년을 위한, 나눔을 위한 씨앗을 거두려고 해요.  

 

일찌감치 거두어 모으고 있는 씨앗도 있어요. 여름 내내 열심히 꽃을 피워주었던 '미국나팔꽃', 지난 봄 동네 등산로에서 한 줄기를 데려와 상자텃밭에 심었는데요, 열심히 팔을 뻗으며 자라서 저희 집 '초록 커튼'의 큰 몫을 담당해주었던 친구랍니다. 은은한 연파랑 빛깔이 참 곱고, 아침에 피었다가 낮에는 휙 저물어버리고, 다음날이면 또다시 활짝 피는 씩씩한 모습이 좋아서 정성껏 잘 돌보았어요. 꽃 진 자리마다 동그란 씨방이 맺혔는데, 얇은 껍질 안에 쌔까맣고 단단한 씨앗이 알차게 들어있네요. 살뜰히 잘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씨앗나눔을 하려고 해요. 나팔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 매일 퐁퐁퐁 피어나는 파란 꽃처럼 이 씨앗이 가닿아 피어날 곳에서, 날마다 기쁜 소식들 가득하다면 좋겠습니다.

 

 

 
 
 
 




2. 홍성 행복농장, '곰과 호랑이 허브'의 첫 출장(!) 후기

 

지난 주에는 홍성으로 하루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사회적농업, 치유농업을 오래도록 이어오고 계신 '협동조합 행복농장'에서 정신건강에 이로운 허브차를 만들고 싶다고,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연락해오셨고, 기쁜 마음으로 그 작업을 거들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농장을 둘러보고, 제가 챙겨간 '거북섬'과 '맑은 기쁨이 솟는 샘' 허브차를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마음의 안정과 평화에 도움을 주는 허브들 위주로, 제가 시험 삼아 새로운 블렌딩을 먼저 개발해보기로 했고, 10월 말에 다시 찾아가서 새 블렌딩 허브차를 같이 맛보면서,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한 블렌딩 워크샵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한가득 챙겨주신 허브 보따리를 안고, 무궁화호 두 번 타고 대전까지 돌아오는 길 내내 큼직한 그 허브 보따리에서 레몬버베나 향기가 폴폴 풍겨서 참 즐거웠답니다. 제가 그동안 조금씩 익혀온 허브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 잘 쓰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흐뭇해했고요. 아래는 '행복농장'의 소개 영상이랍니다.

 

https://youtu.be/Vr4wsY3vZ90

 
 

"행복농장은 100% 유기농법으로 바질, 애플민트, 와일드루꼴라 등의 허브와 꽃과 채소 모종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재배한 작물을 가공하여 바질페스토와 허브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농업과 돌봄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가를 지역의 농장과 협의하는 협동조합 형식의 농장입니다."

 

 

 
 
 
 
 

 

3. 놀라운 풀, 성요한초 (세인트존스워트)

 

이번 주에는 홍성에서 얻어와서 잘 펼쳐 말린 레몬버베나, 그리고 성요한초를 주재료로 해서, 요리조리 섞어보며 여러 블렌딩을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레몬버베나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상큼하고 시원한 레몬향이어서 블렌딩 없이 그냥 단독으로만 마셔도 참 좋은데요, 이에 비해 성요한초는.. 맛이.. 좀.. 쓰고 텁텁한 풀맛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 수더분한 맛의 풀이 정신 건강에 무척 이로운 효능을 지니고 있고, 서양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폭넓게 잘 쓰여왔다고 해요. 제가 좋아하는 책 <허브>에서 추려 인용해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성요한 축일(6/24)이나 축일 전날 밤에 성대한 축제들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성요한초로 만든 화관을 쓰고 춤추면서 풍년을 기원하고, 가축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기도하며 이 식물을 불에 던졌다. 성요한초는 주술을 피하기 위해 부적삼아 지니고 다녔으며, 폭풍우가 몰아치면 벽난로에 던져 넣었고, 못된 요정이 아이를 바꿔치지 못하도록 어린이의 침대 난간에 묶어놓거나 마녀가 사는 집의 문지방 밑에 묻어두기도 했다."

 

"성요한초는 다른 어느 식물보다도 의학적 용도에 많이 쓰이는 식물로 꼽힌다. 학자들은 이 식물의 항균, 항생, 소염, 항우울, 항바이러스적 성질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가벼운 증상의 우울증, 근심, 신경성 불안, 불면증, 신경통, 신경성 두통, 편두통 등을 고치는 데 효과적이다. 뇌경련, 신경쇠약, 뇌혈관동맥경화증, 폐경기로 인한 우울증에도 효과 있다. 이 식물을 복용하면 순환기가 강화되고 위, 간, 담낭의 분비샘 활동이 활발해지며 위장장애, 소화불량, 설사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많은 양을 복용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지시를 받아 사용해야 된다. 꽃과 잎을 기름에 섞어 만든 연고는 염좌, 부은 데, 근육경련, 요통, 관절염, 류머티즘 등에 발라준다."

 

행복농장 최정선 이사님과 이야기 나누던 중에 '맞아요! 정말 그래요!' 하고 적극 동의했던 부분, '아무리 그 효능이 좋아도, 맛이 없으면 아예 손이 가지 않게 되니까, 이왕이면 맛도 좋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어요.' 라는 말씀이었답니다. 저 역시, 몸에 좋다고 해서 호기심에 사봤다가 영 손이 가지 않아서 멀리하고 있던 먹을거리들, 마실거리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래서 맨 처음 허브차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되도록이면 즐겁게,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도록!'을 목표로 삼아서, 허브차를 마실 때의 향, 맛, 느낌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풀 같고 쓴 느낌의 성요한초의 개성을 잘 잡아줄만한 다른 허브들.. 다행히도 향 좋은 레몬버베나를 넉넉히 얻어왔고, 저희 집에서 잘 키우고 말려 모아둔 신선한 민트들이 가득하고, 개성 있는 맛으로 악센트를 더해줄 타임, 은은한 향기를 입혀줄 라벤더 같은 친구들이 두루 대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블렌딩을 계속 시도해보면서 제 마음에 드는 조합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과연 어떤 차가 만들어질지, 저도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

 

 

 
 
 

 

 

덧붙임)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하다보니.. 성요한초가 우울증 치료제로, 갱년기에 좋다고 널리 알려지면서, 캡슐/알약 제품으로 무척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네요. 그런데 과하게 드실 경우엔 간에 무리가 가고,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해요. 제가 이 글에서 적고 있는 것처럼, 따로 가공/처리하지 않은 마른 풀을 차로 우려서 마시는 정도는 괜찮겠지만, 약 형태로 만들어진 걸 드실 때는 꼭!! 용량이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알약이나 캡슐은 간편해서 좋을 수도 있지만, 좀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차로 우려서 직접 그 풀의 향기와 맛을 느껴보면서 섭취하시는 게 더 이롭지 않을까.. 싶어요. 따뜻한 잔을 손에 쥐고, 향기를 흠뻑 들이마시면서, 천천히 차를 마시는 그 시간 자체가 치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이번 블렌딩 허브차 계획이 부디 잘 진행되어서, 나중에 '행복농장'에서 맛도 좋고 효능도 좋은 성요한초 블렌딩 허브차를 판매하게 된다면 정말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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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