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 허브차2023. 5. 2. 17:17

아래는 '허브 꾸러미' 구독 회원분들께 발송했던, 블렌딩 노트입니다.

허브 꾸러미 구독은 집과 작업실 이전 관계로 현재 잠시 신청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만.. 2024년 봄 다시 재개할 예정이며, 1년 단위 혹은 1회 단독으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곰과 호랑이 허브

계절의 허브차 02 _ ‘피어나는 꽃들처럼’

2023. 4. 29

 

안녕하세요! 봄의 끝자락, 두 번째 <허브 꾸러미>로 다시 인사드려요. 그 사이 새로 꾸러미 신청을 하신 분들께는 처음 건네는 인사이기도 하네요. 이달 초부터 새로 문을 연 ‘곰과 호랑이 허브’의 작업실에서는 처음 적는 편지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고 기쁩니다. 모쪼록 허브 친구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 )

 

어느덧 이렇게 4월도 끝나가네요. 올해 봄은, 사람으로 비유하면 다혈질 기분파라고나 할까.. 성미도 급하고 변덕도 심해서 종잡을 수 없는 어려운 상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난히 일찍 봄꽃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피어났다가, 여름날처럼 금방 더워졌다가, 또 다시 온도가 확 떨어져서 추워지고.. 이게 정말 기후변화 때문인 걸까..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무거워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슬퍼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더 많이 찾아서 부지런히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지구를 위한 제 작은 실천 중 하나는 ‘자전거 타기’ 인데요, 매일 집에서 작업실까지 20분 거리를 자전거로 오간답니다. 오래 전 서울에서도 자전거 출퇴근을 하곤 했는데, 그때는 찻길 옆과 좁은 인도로 다녀야 해서 늘 조마조마했거든요. 지금은 감사하게도, 대전천 옆 자전거길을 마음 놓고 싱싱 신나게 달리고 있어요. 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그 길가에 여러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고운 꽃들을 보고 그 향기가 섞인 바람을 쐬면서 달리는 순간이 정말 큰 기쁨이자 즐거움이랍니다. (+ 대전은 공영자전거 ‘타슈’ 가 1시간까지 무료거든요. 저희 동네 대전천 말고도, 도시 곳곳을 흐르는 여러 하천들 옆에 자전거길이 잘 마련되어 있어요. 언젠가 대전에 오시게 되면, 꼭 이 즐거움을 누려보시길 적극 권장해요~!)

 

그렇게 봄을 맞는 온갖 꽃들의 밝고 환하고 향기로운 느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번 블렌딩의 이름은, 오랫동안 좋아해온 슈만의 ‘로망스’ op. 94로부터 단서를 얻었어요. 이 음악을 듣고, 슈만의 아내 클라라가 적은 소감이라고 합니다. “모든 노래들은 완벽한 평화의 정신을 숨쉬고 있다. 이 노래들은 나에게 봄처럼 느껴지고, 피어나는 꽃들처럼 나에게 웃음을 건넨다.” 오보에의 따듯한 음색이 담요처럼 포근하게 다가오는 두 번째 곡을 저는 가장 좋아하는데, 이 차를 마시며 함께 들어보신다면 더욱 좋겠네요 : )

 

 

이어지는 블렌딩 노트입니다. 봄의 밝고 힘찬 느낌을 닮은, 산뜻하고 개운한 허브들 위주로 먼저 모아보았어요.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허브는 ‘로즈마리’입니다. 향을 맡으면 절로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숲의 향기를 닮은 그 청량한 느낌을 저는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향기만 맡으면 꽤 세게 느껴지지만, 신기하게도 차로 우리고 나면 그 맛은 꽤 순하게 둥글어진 느낌이더라고요. 이런 로즈마리와 잘 어울려서 즐겨 활용해왔던 ‘레몬그라스’를 두 번째로 많이 넣었고요, 봄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풀, ‘쑥’을 그 다음 풍성하게 담았습니다. 세 가지 주인공 허브들 모두 면역력을 높여주고, 몸의 순환을 촉진하고, 항산화 작용, 염증 완화 작용을 해서 환절기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감기 기운이 있을 때, 평소보다 진하게 우려서 드셔보세요. 허브의 이로운 성분이 몸의 조화와 균형을 되찾는 데 보탬이 됩니다.

 

그동안 ‘곰과 호랑이 허브’의 다른 허브차 블렌딩을 할 때는, 아무리 많아도 총 예닐곱 종류를 넘기지 않는 편이었는데요, 지난 번 ‘겨울의 블렌딩’도 그랬고, 이번 블렌딩에서도 들어간 허브의 종류가 열 손가락을 훌쩍 넘었어요. 평소에 비해 더 많은 분량을 만들어서이기도 하고.. 더 나은 맛이 나올 것 같아서 자꾸만 다른 느낌의 허브들을 더해서이기도 하고.. 이렇게 여러 재료를 풍성하게 모아 담으면, 점점 더 그 맛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완성된, 산뜻하면서도 향긋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번 봄의 블렌딩 “피어나는 꽃들처럼”에는 다음 허브들이 들어갔어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로즈메리, 레몬그라스, 쑥, 민트, 라즈베리잎, 레몬버베나, 툴시, 루이보스, 라벤더, 로즈제라늄, 카모마일, 레몬머틀, 메리골드, 질경이 _ 총 14종류입니다.

 

마지막에 더한 ‘질경이’와 앞서 언급한 ‘쑥’은 제가 좋아하는 약재 가게 ‘백제당 한약’에서 구입했어요. 제 작업실 근처, 대전역 앞 조촐한 ‘약초거리’가 있는데요, 열 곳이 넘는 많은 가게들 중에서도 혼자 마음속으로 단골 삼고 있는, 스승님처럼 모시고 있는 무척 고마운 가게랍니다. 그곳에서 얻어와서 제 작업실 벽에 놓아둔 일력, 날마다 새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했다가 닫으며 잘 모아둔 그 달력종이로 이번 허브차를 잘 포장해서 보냅니다. 얼마 남지 않은 봄, ‘피어나는 꽃들처럼’ 향기롭고 환한 마음으로 늘 건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이번에도 부디, 맛있게 드셔주세요!

 

2023년 4월의 끝자락에서, ‘곰과 호랑이 허브’ 강수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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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