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허브 꾸러미' 구독 회원분들께 발송했던, 블렌딩 노트입니다.
허브 꾸러미 구독은 집과 작업실 이전 관계로 현재 잠시 신청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만.. 2024년 봄 다시 재개할 예정이며, 1년 단위 혹은 1회 단독으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2023. 11월 현재 여름의 블렌딩이었던 '한 모금의 온기'는, 작업실 겸 가게 '코너샵'에서 판매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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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1월부터 시작한 <허브 꾸러미>가 어느덧 이렇게 세 번째를 맞이하고 있네요. 정말이지 시간이 후다닥 참 빨리도 흘러가는구나, 싶습니다. 좋은 여름 보내고 계신가요?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더욱 더워지는 것만 같아요.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한 모금의 온기’라니.. 어쩌면 조금은 의아한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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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읽고 쓰는 나날을 기록한 소박한 글들이 온기, 라는 단어와 어울렸으면 하는 것이다. ... 이상하고 슬픈 일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만 같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빌어줄 힘만큼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이므로."
책 _ <다정한 매일매일>, 백수린
‘한 줌의 용기 한 줌의 희망
한 줌의 온기 한 줌의 사랑
내 몸 가득히 머물러 있을 때 한 줌의 노래로 불러봅니다’
노래 _ <한 줌의 노래>, 루시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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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 좋아하는 두 분, 백수린 작가님의 글 그리고 뮤지션 루시드폴님의 노랫말이에요. 올 여름 들어 자연재해, 온갖 답답한 뉴스들, 가슴 아픈 일들.. 둘러볼수록 ‘이상하고 슬픈’ 일들이 너무 많은 것만 같아서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의지할 수 있을 만한 글과 음악으로부터 따스함를 찾아내어 가까이에 두었고, 텅 빈 마음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수 있었어요. 저의 허브 친구들께도, 제가 띄워 보내는 이 허브차와 허브편지가 작은 ‘온기’가 되길 바라면서, 좋아하는 문장과 단어들을 되새겨 읽어보다 “한 모금의 온기”라는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허브차 한 모금을 머금는 순간, 따사로움과 여유로움, 평화로움을 온전히 누리실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바라요.
자세한 블렌딩 노트입니다. 지난 두 차례의 블렌딩처럼, 이번에도 다양한 종류의 허브들이 총출동했어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어봅니다. 총 17종이네요.
장미, 레몬그라스, 레몬버베나, 로즈제라늄, 스피아민트, 홀리바질, 로즈마리, 루이보스, 당귀, 카모마일, 라벤더, 히비스커스, 세이지, 민들레뿌리, 로즈힙, 주니퍼베리, 엘더베리
가장 많이 들어간 ‘주인공’ 허브는 ‘장미꽃잎’입니다. 그리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한약방 + 사우나 같은 향은 ‘당귀’이고요. 전체 비중에서 차지하는 양은 많지 않은데 그 향이 뚜렷하게 도드라지더라고요. 여러 번 테스트를 거치며 전체적인 블렌딩 구조를 짤 때, 화사하고 잔잔한 느낌의 장미꽃잎을 가운데 주인공으로 두고, 산뜻하고 상쾌한 허브잎들을 조연 삼고, 배경처럼 받쳐주는 든든하고 깊은 느낌의 뿌리들(당귀, 민들레)에 더해, 은은하고 달콤한 향을 더해주는 꽃들(카모마일, 라벤더), 새콤하게 악센트가 될 열매들(로즈힙, 주니퍼베리, 엘더베리)을 오밀조밀 촘촘하게 배치해보았습니다. 온갖 꽃과 열매, 잎사귀들이 가득하고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여름의 정원을 떠올리면서요.
너무 더운 날씨에는 얼음을 더해 차갑게 마셔도 좋을 테지만, 가급적이면 따듯하게 우려 드시는 걸 살짝 더 권장합니다. ^^ 요즘은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곳이 많아서, 확 더웠다가 추웠다가, 너무 큰 온도차에 몸이 혼란스러운지 으슬으슬하게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요. 빙수나 냉면 같은 너무 차가운 음식들을 먹고 나서 뱃속이 편치 않을 때도 종종 있고요. 따듯한 허브차가 내 몸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준다는 느낌으로, 온기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드셔보셔요.
저번 꾸러미에 함께 보내드린 식물 그림 엽서, 마음에 드셨는지요? 이번에는 ‘세계의 서점’ 엽서 시리즈를 한 장씩 넣어 보냅니다. 그리고 다음 장의 ‘허브 이야기 - 장미’ 글은 제가 매달 ‘허브 이야기’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월간 일류도시 대전’ 6월호 원고랍니다. 이 글에서 언급한 ‘장미향 꿀’을 직접 만들어보실 수 있도록, 마른 장미꽃을 조금씩이나마 담아봤어요. 혹은 이 마른 장미꽃 그대로 차로 우려 드셔도 되고요.
‘곰과 호랑이 허브’의 허브 친구가 되어주셔서, 제가 무척 사랑하는 허브 일을 즐거웁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다시금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이번 허브차도 부디 맛있게 드시고, 꼬옥 꼭 건강한 여름을 보내세요. 저는 늦가을에 다시 찾아뵐게요.
2023년 7월의 끝자락에서, ‘곰과 호랑이 허브’ 강수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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