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이야기2023. 8. 21. 17:51

월간 일류도시대전 8월호 _ '허브이야기' 칼럼

 

 

왕의 허브, 여름의 허브, 바질

이롭고 향기로운 바질과 함께, 더 건강하고 맛좋은 여름을 누리자

 

 

피자나 파스타 위의 토핑, 초록빛 진한 바질 페스토, 얼마 전 유행했던 ‘바질김치’까지.. 허브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딘가에서 맛을 보거나 적어도 ‘바질’이라는 이름만큼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유의 짙은 향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바질은 ‘왕의 허브’라는 별명으로 불리었고, 내게는 ‘여름의 허브’로 각인된다. 유난히 추위에 약해서 늦봄까지는 성장이 매우 더디지만, 여름이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큼직한 잎사귀를 쑥쑥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지치기 쉬운 무더운 날, 여러 요리와 음료에 쓰이며 기운을 북돋고 상쾌함을 선사하는 고마운 역할을 한다. 바질의 오랜 역사와 용도, 어떤 점에서 이롭고 좋은지, 그리고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바질의 학명 ‘Ocimum basilicum’ 중 ‘Ocimum’은 ‘향기’와 연관이 있고, ‘basilicum’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왕’을 의미한다. 과연 그 이름답게 바질의 가장 큰 특징은 그 풍성한 향기이다. 바질의 전체적인 생김새는 수수하고 꽃도 자그마한 편이지만, 향기만큼은 무척 강렬해서 스치기만 해도 곧바로 그 향이 느껴진다. 시원한 듯 살짝 매운 느낌이 나고, 은은하게 달콤함이 퍼진다. 입에 넣고 씹으면, 향이 더 진해지면서 아주 작은 조각이어도 그 풍미가 입안을 한가득 채운다.

 

원산지는 인도 혹은 남아시아로 여겨지지만, 오래 전부터 바질은 유럽에 전해졌고 긴 역사에 걸쳐 꾸준히 활용되어 왔다.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는 바질이 영혼을 정화시키고 천국의 문을 열어준다고 여겨 죽은 이의 관에 넣는 풍습이 있었다. 이처럼 죽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일까, 중세 유럽의 약초학자들은 바질을 두려워하며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다’ ‘머릿속에 전갈이 자라게 할 수 있다’며 배척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에서는 ‘신성한 약초’로 칭송받으며 다른 어느 허브들보다도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바질의 다양한 품종들 중 하나인 ‘홀리바질’은 힌디어로는 ‘툴시’라고 불리는데, 감기 예방, 상처 치료, 소화제, 해독제, 방충제 등 다용도로 쓰였고 대다수의 가정에서 직접 재배해왔다.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에서는 몸, 마음, 정신에 명료함을 불어넣는 ‘허브의 여왕’으로 툴시를 정의하기도 한다.

 

이 ‘홀리바질’ 외에도 바질의 품종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에 많이 쓰이는 바질은 ‘스위트바질’이며, 태국 요리에 쓰는, 아니스 향이 강한 ‘타이바질’, 보랏빛 잎사귀의 ‘오팔바질’을 비롯하여, ‘레몬바질’ ‘시나몬바질’ 등등 세계적으로 약 150여 종류의 바질이 재배되고 있다. 바질은 햇볕을 잘 쬐어주고 통풍을 잘 시켜주면 전반적으로 잘 자라는 편이지만 습기와 추위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수확 후 빠르게 시들고 물이 닿으면 바로 변색되는 등 유통 및 보관이 쉽지 않아서, 집에서 직접 재배하며 필요한 때마다 바로 따서 활용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건조바질 역시 간단히 쓸 수 있어 유용하긴 하지만, 막 거둔 신선한 생잎에 비하면 향기와 맛이 훨씬 덜하다. 요즘은 생활용품점에서도 바질 씨앗이나 화분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니, 관심이 간다면 직접 재배를 시도해보길 권한다.

 

바질을 가까이 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이유는 아주 많다. 연구에 따르면 바질은 뛰어난 항바이러스, 항박테리아 및 항진균 특성이 있고, 체내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비타민 A, 비타민 K, 철, 망간, 칼슘이 풍부하고, 플라보노이드, 카로티노이드 같은 항산화 물질이 함유되어 세포 손상을 예방하고 건강한 세포활동을 지원하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연물질 아답토젠의 작용으로 불안과 우울, 긴장을 감소시키고, 소화작용을 돕는 유효성분이 소화불량 및 팽만감을 줄여주며 장내 유익균을 늘려 장 건강을 개선시킨다. 혈당을 낮추어 당뇨를 예방하며, 호흡기 내에서 거담작용을 해서 기관지 건강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의학적 효능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맛과 향기가 매우 훌륭하다.

 

바질을 요리에 활용할 때는, 열에 취약하고 향이 쉽게 날아가는 특성이 있으므로 불을 끈 후 마지막에 추가하도록 한다. 혹은 아예 생잎 그대로 섭취하며 바질의 향을 최대한 만끽하는 걸 권한다. 바질을 활용한 수많은 레시피 중 ‘바질 버터’는, 만드는 방법도 무척 쉽거니와, 빵에도, 파스타에도, 고기 요리에도 두루 잘 어울려서 널리널리 소문내고픈 메뉴이다. 신선한 바질잎을 잘게 썰고, 실온에 두어 말랑해진 버터에 잘 섞은 다음, 소금을 살짝 더하면 끝. 입구가 넓은 유리병을 준비해서 순서대로 담으면 만들기도, 이후 보관하기도 무척 편리하다. 단, 수분이 많은 생잎이 들어갔으므로 반드시 냉장보관하고, 일주일 안에 다 소비하도록 한다. 취향에 따라 레몬제스트나 말린 토마토를 더해도 좋고, 바질과 잘 어울리는 세이지, 로즈마리 같은 다른 허브를 더해도 좋다. 무더운 여름 ‘바질 버터’를 활용하여 이국적이고도 풍성한 여름의 맛을 즐겨보자. 더위에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왕의 허브, 여름의 허브’ 바질의 상쾌한 맛과 향기 덕분에 싱싱하게 되살아날 것이다.

 

 

글 강수희 (허벌리스트. 생활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허브의 이로움을 ‘곰과 호랑이 허브(@bear.tiger.herb)’와 ‘코너샵(@hi_corner_shop)’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허브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스러운 향기, 라벤더  (0) 2023.11.16
천사의 허브, 당귀  (0) 2023.11.16
더위를 쫓는 시원한 민트  (0) 2023.08.21
꽃의 여왕, 장미  (0) 2023.08.21
바다의 이슬, 로즈메리  (0) 2023.05.02
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