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이야기2023. 11. 16. 17:47

 

월간 일류도시대전 11월호 _ '허브이야기' 칼럼

 

 

사랑스러운 향기, 라벤더

향기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오래도록 널리 사랑받아온 허브

 

허브에 크게 관심이 없던 시절에도 ‘라벤더’라는 이름만큼은 익숙했다. 화장품이나 여러 생활용품의 이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었고, TV에서 본 연보랏빛 비단이 끝없이 펼쳐진 듯한 라벤더 농장의 풍경도 인상 깊었다. 허브 전문가를 위한 수업을 들으며 허브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후로는 아로마테라피, 허브티블렌딩, 허브를 활용한 생활용품 DIY 등등 여러 분야를 다뤄왔는데, 어디에서나 팔방미인처럼 주요 재료로 등장하는 허브가 바로 라벤더였다. 그도 그럴 것이 라벤더는 독성이나 부작용이 강하지 않으면서 다방면으로 유익한 작용을 해서 활용도가 넓고 인지도도 인기도 드높다. 모든 과목에 뛰어나면서 성격까지 좋은 모범생이라고나 할까. 깊어가는 가을날에 특히 잘 어울리는 맑고 깨끗한 향기, 라벤더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아로마테라피를 통한 활용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라벤더가 인류와 함께해온 역사는 2,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성경에는 라벤더의 그리스어 이름이었던 ‘Spikenard’ 혹은 ‘nard’로 여러 차례 등장하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수면제 및 진통제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로마인들은 라벤더의 항균 작용을 중시하여 세탁 및 목욕에 활용했는데, 라틴어로 ‘씻다(lavare)’ 라는 단어가 라벤더(lavender)의 어원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파악할 수 있다. 식물학자 디오스코리데스는 소화 불량, 두통 및 인후통 완화에 라벤더를 처방했고, 로마의 군인들은 상처 치료를 위해 장거리 행군 시 라벤더를 지참했다. 중세 시대에도 라벤더 사용의 전통은 계속되어서 공기 정화, 해충 방지, 종교 의식 등에 두루 쓰였으며, 13세기 영국에서는 라벤더를 정원에서 재배하는데 성공하면서 정원식물로 널리 번져나갔다. 16세기 영국의 약초학자 존 파킨슨은 라벤더에 대해 "모든 슬픔과 고통에 특히 이롭다“고 기록했는데, 여러 세기가 흐른 후 현대 의학에서도 라벤더의 우울증 및 불안, 스트레스 완화와 관련한 효능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으니, 일찍이 그 특성을 뚜렷하게 파악한 옛사람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라벤더의 가장 대표적인 품종은 ‘잉글리쉬 라벤더’ (Lavandula angustifolia), 이름과는 달리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앞서 언급했듯 오랜 시간에 걸쳐 영국의 정원에서 큰 사랑을 받았으며, 또한 서늘한 영국의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일반적인 품종은 ‘프렌치 라벤더’ (Lavandula dentata) 인데, 잉글리쉬 라벤더보다 내한성이 낮은 편이다. 이외에도 약 30여 종의 다양한 품종들이 있으며, 품종개량 및 교잡종이 활발히 일어나서 정확한 가짓수는 파악이 어렵다. 다만 모든 품종의 라벤더들에 해당하는 특징은, 습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건조한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인 허브들이 대부분 그렇듯 비가 많고 습한 날씨가 오래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장마철을 잘 견디지 못하므로, 라벤더를 재배할 경우 반드시 과습 상태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허브차, 포푸리, 팅쳐, 침출유 등 다양한 허브의 활용법 중에서, 이번 칼럼에서는 라벤더와 특히 연관이 깊은 ‘에센셜오일’을 활용한 ‘아로마테라피’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에센셜오일’이란, 식물로부터 추출한 휘발성 있는 화합물을 포함한 식물 농축액을 뜻하며, ‘정유’ 혹은 ‘방향유’라고도 한다. 원료가 되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해당 성분이 식물체 안에 함유되어 있을 때보다 약 70~100배 이상 농축되어 있어서 작용성이 매우 강하며, 따라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액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치유 효과를 위해 피부에 직접 바를 경우엔 반드시 캐리어오일에 적정한 비율로 희석해서 사용해야 하며, 디퓨저를 활용하여 코로 흡입할 경우에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용량에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사용법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주의할 점도 많지만, 아로마테라피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식물의 이로움을 생활 속에서 매우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로마(향기)+테라피(치료)’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의 화학자 르네 모리스 가테포세(René-Maurice Gattefossé)인데, 연구 도중 사고로 큰 화상을 입었다가 라벤더 에센셜오일을 상처에 바르며 치유된 걸 계기로 연구를 계속하여 1937년 ‘아로마테라피’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고, 이 책의 발간 이후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에서는 아로마테라피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뚜렷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지만, 전반적으로 정확한 지침 없이 과도한 사용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에센셜오일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경우 간에 큰 부담이 되고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성인 기준 하루 총 사용량이 6~7방울이 넘지 않도록 조심해서 사용하도록 한다.

 

앞서 예로 든 화학자 가테포세의 경우에서처럼, 라벤더는 상처 치유 및 피부 조직 재생을 촉진시키며, 염증, 발진, 가려움을 개선시킨다. 비타민, 마그네슘, 칼슘 등의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이 함유되어 면역력 향상 및 신경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 또한 항균, 방부, 진정 효과가 있고, 정신적인 면으로는 우울 및 불안한 감정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며 두통 완화에 도움을 준다. 특히 수면장애, 불면증에 도움이 되며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어 있다. 깊고 편안한 잠을 위해 라벤더의 치유 효과를 얻고 싶다면, 잠들기 전 디퓨저에 라벤더 에센셜오일을 떨어뜨려 확산시키거나, 라벤더가 함유된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거나, 잘 마른 라벤더가 든 포푸리를 머리맡에 놓아두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라벤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길 권한다.

 

점점 더 많은 논문 및 연구 결과가 라벤더의 효능을 입증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의 코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라벤더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왔다. 누구든 라벤더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렇듯 코에서 느끼는 향기는 단순한 ‘좋은 냄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신경회로를 통해 대뇌로 전달되어서 마음과 즉각적으로 연결되며, 코로 흡입된 분자는 폐에 도달한 후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향기로운 허브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이로움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더 많은 이들이 허브, 그리고 아로마테라피를 바르게 알고 제대로 활용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치유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를, 허브를 다루고 소개하는 허벌리스트로써 진심으로 소망한다.

 

 

글 강수희 (허벌리스트. 생활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허브의 이로움을 ‘곰과 호랑이 허브(@bear.tiger.herb)’와 ‘안녕코너샵(@hi_corner_shop)’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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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