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지금은 없는 차2023. 5. 2. 17:13

아래는 허브 꾸러미 구독 회원분들께 발송했던, 블렌딩 노트입니다.

 

허브 꾸러미 구독은 집과 작업실 이전 관계로 현재 잠시 신청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만.. 2024년 봄 다시 재개할 예정이며, 1년 단위 혹은 1회 단독으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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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호랑이 허브

계절의 허브차 01 _ ‘햇살이 비치면’

2023. 1. 26

 

안녕하세요! 한 해 동안 쭉 이어질 <허브 꾸러미> 첫 만남이네요, 반갑습니다 : )

 

‘겨울의 허브차’ 로는 무엇이 좋을까, 추운 날 몸과 마음을 모두 따스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포근한 느낌이면 좋겠다고 떠올리면서, 제가 평소 좋아하고 즐겨 쓰는 허브들 중에서도 온기를 지니고 있는 허브들 위주로 잘 모아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고른 건 ‘홀리 바질’이에요. 인도에서는 ‘툴시’라고 부르는데 그 이름으로도 널리 쓰입니다. 널리 쓰이는 ‘스위트 바질’과 비슷하지만 더 부드럽고 시원하면서 달콤한 향기가 나요. 스트레스와 불안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둥그스름, 편안하게 누그러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툴시를 첫 번째 재료로 찜하고 나서, 허브에 관한 책을 살펴보다가 ‘조화로움’ 이라는 이름의 블렌딩을 발견했어요. 툴시가 바탕이 되고, 민트와 시나몬, 카다멈과 장미꽃잎이 섞인 블렌딩인데, ‘맛이 좋으면서 서로 잘 어우러지는 차’로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마침, 면역력을 높여주는 작용을 하고, 따스한 성질을 지닌 시나몬과 카다멈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조화로움’ 블렌딩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으면서 또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을 하는 토끼풀, 상큼한 향기를 품고서 소화작용을 도와주는 민트와 레몬버베나, 여름날 오사카에서 직접 거둬온 로즈마리와 로즈제라늄, 항염작용을 하면서 위장활동을 도와주는 타임과 라벤더, 지리산 자락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조릿대잎, 환한 노랑빛의 메리골드 꽃잎.. 잘 어울릴 만한 재료들을 하나둘씩 더해가면서, 찬찬히 비율을 조정해가면서 블렌딩을 완성했습니다.

 

들어간 재료들을 다시 정리해보면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 툴시, 레몬 버베나, 토끼풀(레드 클로버), 타임, 라벤더, 로즈마리, 페퍼민트, 로즈 제라늄, 메리골드, 조릿대, 실론 시나몬, 카다멈 _ 총 12종류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차를 만들 때마다 가장 난감한 고비, 알맞은 이름을 찾아 정하는 일이더라고요. 어렵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한 모험 같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노랫말을 흥얼거려보기도 하고, 책을 뒤적여보기도 해요. 이번에는 야마오 산세이 님의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살펴보았어요. 그러다 찾아낸 시를 소개합니다.

 

그루터기 _ 야마오 산세이

 

밭 안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볼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푸른 풀이 가득하구나

바람이 부는구나

물소리가 들려오는구나

 

오이 새싹이 나왔네

호박 새싹도 나왔네

강낭콩 싹도 나왔네

 

햇살이 비치면 마음이 밝게 빛납니다

고요해집니다

고요해지며 나로 돌아옵니다

 

밭 안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볼 때가 가장 기쁠 때입니다

 

 

시를 읽던 날이 최저기온 -18도, 가장 추운 날이어서 “햇살이 비치면” 이라는 구절이 더 간절히 제 마음에 와 닿았던 것도 같습니다. 밑줄을 긋고, 거듭 발음할수록, 참 좋더라고요. 햇살, 해의 기운, 따사로움, 온기.. 이 차를 통해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차를 우리고, 또 마시는 동안, 따스한 햇살이 비치길, 마음이 밝게 빛나길, 그러면서 고요해지길 바랍니다. 부디, 맛있게 드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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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2. 2. 15. 16:07

 

캘리포니아의 친구 판테아로부터, 몇 달 전 함께 '방구석 농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연어님으로부터, 그리고 구례 수한마을에서 우연히 만나서 쭉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성근님으로부터, 연달아 허브차 주문이 도착했다. 한창 다른 일들로 바쁠 땐 잠잠하더니, 여유로워지면서부터 알아챘다는 듯 때를 맞추어 찾아드는 주문들이 반갑고도 신기했다. 똑 떨어진 기존 허브차들을 새로 더 만들고, 재료들을 다 꺼내놓은 김에 새로운 블렌딩도 만들어보았다. 얼마 전 일본 전시를 위해 만들었던 '풀의 지혜' 블렌딩을 바탕으로, 좀 더 향긋하고 산뜻한 느낌의 허브들을 더하고, '맑은 먹물 같은 향기'의 조릿대도 더하고, 산뜻 새콤한 맛을 입혀줄 엘더베리도 넣고, 우리집 작은 베란다 텃밭에서 거둔 허브들을 조금씩이나마 추가하고..  이만하면 괜찮을까, 하고 잘 섞어 우려낸 다음 맛을 보니, 음-  ;-) 마음에 든다. 덤덤한 '풀의 지혜' 친구들이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화-한 민트와 홀리바질, 살짝 신맛의 엘더베리, 은은하면서도 달달한 메리골드와 라벤더.. 여러 가지 다른 개성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보름달 아래 덩실덩실 강강술래하듯 뛰어노는 느낌이랄까 ;-)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 허브차를 만들기까지 참 많은 도움이 있었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해진다. 직접 참가하지 못한 일본 나라현 전시 (지난 주말에 예술제가 시작되었고, 온라인으로 작가와의 대화도 열렸다!) 제안부터 진행, 최종 진열까지 모든 과정을 힘껏 거들어준 치에, 촉박한 일정이라 빠듯했지만 함께 힘을 모아 '방구석 농부' 프로그램을 즐겁게 만들어갔던 연어님과 사회혁신센터의 스탭분들, 참 번거로운 일이었을텐데.. 직접 조릿대 잎을 거두고 담아서 부쳐주신 지리산의 산하님, '건강한 맛일 것 같아서 기대된다'면서 선뜻 '풀의 지혜'를 주문해주신 성근님과.. '전에 네가 준 허브차가 너무 좋아서 특별한 날에만 아껴마시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똑 다 떨어져버렸어. 그래서 주문하려고!' 따듯한 이야기를 들려준 판테아.. ;) 모든 고마운 마음들 덕분에 나의 일을 기쁘게 이어갈 수 있다. 내가 받은 온기를, 내가 만드는 차에 잘 담아서, 다시 세상에 퍼뜨린다. 

 

이번 허브차의 이름은 '작은 별의 구석'으로 정했다. 스피츠의 곡 '小さな生き物 (작은 생명체)'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차를 만들면서 오랜만에 스피츠의 노래들을 쭉 돌려들었는데,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이라는 구절의 모든 단어들이 하나씩, 다 좋았다. 이 작은 별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끼리, 서로 온기를 주고받으면서, 따스함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 따스함들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잔잔해서 그저 지나치거나 까맣게 잊어버리기 쉽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이렇게 글로 적고, 되새기고, 수시로 떠올리려 한다. 이 차가 가닿을 곳에서도 그렇게, 따스함이 번져나가기를.  

 

 

 









 

 

 

 

 

小さな生き物

작은 생명체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を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抱きしめて ぬくもりを分けた 小さな星のすみっこ

끌어안고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

 

知らないままで 過ごせるのなら その方が良かったこととか

모르는 채 지나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았을 일이라든지

たくさんあるよ だけど今だに アホな夢見てる

많이 있어 하지만 여전히 바보같은 꿈을 꿔

 

 

臆病な背中にも 等しく雨が降る

겁먹은 등에도 같은 비가 내려

それでも進む とにかく先へ 有っても無くても

그래도 나아간다 어쨌든 앞으로, 있든 없든 간에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に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出会えるって 思いもしなかった もう一度果てをめざす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치 못했어. 다시 한번 끝을 향해서

 

 

深く掘って埋めても 無くせないはずだから

깊이 파묻더라도 없앨 수는 없을테니까

裸の言葉 隠さずさらす そこから始めよう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숨김없이 드러내. 거기부터 시작하자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を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抱きしめて ぬくもりを分けた 小さな星のすみっこ

끌어안고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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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2. 1. 11. 16:49

일본 나라현 주최로,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생태예술축제 『奈良・町家の芸術祭 はならぁと』 https://hanarart.jp

 

저희 City as Nature 팀은 'City as Weeds' 라는 주제로, 목판화 프린트, 그림,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한 공간에 모아 전시합니다. 그리고 '곰과 호랑이 허브' 에서는 도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네 가지 풀들, 질경이, 쑥, 민들레, 토끼풀에 대해 알리고, 그 풀들을 모아 만든 블렌딩 허브차를 전시 및 배포할 예정입니다. 질경이의 덤덤한 맛, 쑥의 그윽하면서 쓴 맛, 민들레뿌리의 구수한 맛, 그리고 토끼풀의 달달하고도 보드라운 맛이 모아진 이번 블렌딩 허브차, "풀의 지혜"는 둥그스름한 흙내음과 향긋한 풀내음에 푸근하게 감싸이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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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지혜'

_ 질경이, 쑥, 민들레, 토끼풀

 

: 공원, 길가, 보도블럭 틈새까지.. 어디에서나 흔한 이 풀들은 보통 '잡초'로 불리우고, 뽑아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오랜 역사에 걸쳐, 전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이 풀들은 모두 '약초'로 쓰여왔다. 해독작용, 면역력 증진, 혈액순환 촉진, 항산화 효과, 소화 촉진 등 여러 이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풀의 지혜' 블렌딩 허브차는 푸근하고 편안한 향으로 하루 중 어느 때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우려내고 난 잎은 건강한 피부를 위해 스크럽, 찜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1. 4. 9. 00:15

 

 

안녕하세요! 어딜 봐도 파릇파릇 봄빛으로 가득한 4월입니다. 지난 2-3월에는 제가 잠시 구례5일시장에서 '시장매니저'로 일을 하게 되면서, 매일 출퇴근을 하며 꽤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허브일에 몰두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게 아쉬웠지만.. 대신 새로운 경험과 배움, 그리고 좋은 인연들을 얻을 수 있었기에, 돌이켜보니 부쩍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구례5일시장에는 약재 가게들이 많습니다. 일하는 짬짬이 전국에서 모여든 온갖 약재를 둘러보고, 사장님들께 궁금한 것들을 요모조모 여쭤볼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요, 그중에서도 구례의 대표적 특산품, (구례군 공식 캐릭터이기도 한!!)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무려 70% 가량을 차지한다는 산수유를 활용한 허브차를 만들어보기로 마음먹고서, 단골가게 두 곳에서 산수유를 넉넉히 구입해왔어요. 다정한 어르신 내외와 상냥한 아드님이 함께 운영하시는 '지리산 산채상회', 그리고 약재 전문 가게는 아니지만 산수유의 본고장 산동면에 살고 계신 사장님께서 직접 구해다 판매하시는 '참 맛있는 젓갈', 특히 젓갈집의 박옥순 사장님과는 오며 가며 수다를 나누고,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고, 그러면서 마음 잘 통하는 돈독한 친구가 되었답니다. 이 정답고 푸근한 가게, 인심 좋으신 제 '절친' 사장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소개할게요.

 

 

새빨간 빛깔이 보석처럼 곱고, 여러모로 건강에도 이롭다는 산수유! 과연 차로 우리면 어떤 맛일까, 기대를 품고서 잘 우려보았는데, 아아.. 그 맛은 ... (*__*)a ... 시고 떨떠름하고 텁텁해서, 허브차로 만들기엔 영 까다롭겠다 싶었어요. 여기서 잠깐, 산수유의 효능에 대해서는 구례군청 홈페이지의 보도자료에서 빌려온 내용을 덧붙여봅니다.

 

"구례에서 생산되는 산수유는 엽산, 니아신, 사포닌, 사과산, 비타민C, 칼슘, 아연, 칼륨 등 유익한 영양분이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산수유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검출되었다. 산수유 열매는 장복을 했을 때 활력을 주고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독과 정화작용을 담당하는 간과 신장을 강하게 하여 배뇨장애, 이명, 풍기 제거에 효능이 있고 강장효과가 뛰어나다. 동의보감에는 산수유 열매를 신장계통 및 고혈압, 당뇨병, 부인병 등 각종 성인병에 좋은 약재로 기록하고 있다."

 

산수유의 이 뛰어난 효능을 잘 살리고 거들면서, 또 색다른 맛을 더해줄 조연으로는 강화도에서 온 약쑥을 골랐습니다. 산수유처럼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개성 있는 맛으로 산수유 특유의 시고 떫은 느낌을 잘 보완해줄 것 같았거든요. 강화 약쑥에 대한 설명 역시 인천광역시 '인천특산물' 페이지에서 가져온 내용을 올려봅니다. 

 

"강화 약쑥은 사자발쑥이라 불린다. 쑥잎의 생김새가 꼭 사자발 모양으로 갈라져서 마디마디 착생하고 뒷면에 흰 털이 나 있기 때문이다. 강화 약쑥은 한약재 도매시장인 서울 제기동의 경동시장에서도 제일로 친다. 쑥의 신성한 효험은 이미 단군신화에 웅녀가 마늘과 강화약쑥을 먹어 오래전에 입증됐다. 동의보감에는 이 쑥을 두고 '각종 부인병에 특효약'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 효능 : 지혈조경(월경과다, 자궁출혈, 임신출혈, 월경불순) / 심한지통(근육통, 신경통, 위통, 두통, 풍습관절통, 복통, 설사, 이질등) / 항균소염(훈연에 의한 환경소독, 혈관, 근육에 침투해 있는 병균소멸) / 위장병, 피부병, 호흡기질환, 감기 등등

 

 

이런 소개글을 읽다보면, 마시는 즉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들게 됩니다만, 사실은.. 한약방 탕약처럼 진하게 달이지 않고, 물에 가볍게 우려 마시는 허브티로는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약효를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 다만 진하게 우려서 하루에 여러 번씩 드신다면 바로 약효를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럴 경우 오히려 몸에 부담이 갈 수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천천히, 꾸준히 드시는 걸 권해드려요. 저는, 평소 자기 전에 그때 그때 몸이 필요로 할 것 같은 느낌의 허브차를 골라 마시는데요, 어떤 종류든 숙면과 휴식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소화작용을 도와주는 타임, 펜넬, 민트 같은 허브들을 모아 평소보다 진하게 우려서 넉넉히 마시는데요, 그렇게 마시고 나면 차차 나아지는 편이더라고요. 요즘은 미세먼지와 꽃가루 때문인지 기관지가 쭉 깔깔한 느낌이 들어서, 염증을 막아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허브가 많이 들어 있는 차들을 골라 마시고 있습니다. 아, '곰손 약손'도 자주 마시는 편인데, 그러고보니 몇 달째 생리통이 아예 없는 채로 무척 건강히 잘 지내고 있네요 ;-)

 

다시 블렌딩 이야기로 돌아와서, 산수유와 쑥, 두 가지 주인공 재료만으로는 아무래도 쓰고 텁텁한 약초 느낌이 강해서, 제가 평소에 즐겨 쓰는 서양의 허브들을 더해가면서 맛을 더 순하게 다듬었어요. 먼저 소화가 쉽도록 도와주면서 또 항염 효과가 뛰어난 페퍼민트, 레몬그라스, 레몬버베나를 넉넉하게 더했습니다. 이 친구들의 산뜻하고 상쾌한 느낌은 좋지만, 무언가 색다른 맛이 덧입혀지면 좋겠다 싶어서, 겨우내 직접 말린 친환경 귤껍질도 더했습니다. 알러지 반응을 완화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또 달콤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더해줄 엘더플라워와 홀리바질과 생강 조각과 레몬껍질도 넣었고요. 고운 파랑빛 수레국화를 더해서 마무리를 하고 나니, 알록달록 온갖 빛깔들이 모인 이 블렌딩 자체가 4월의 봄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네요. 맛은요, 산수유+귤피+레몬껍질의 상큼함을 바탕으로, 쑥의 은은함과 따스함, 그리고 민트+레몬그라스+홀리바질의 산뜻함, 살며시 여운을 남기는 생강과 카다멈의 이국적인 느낌이 두루 어우러집니다. 

 

 

 

 

 

 

 

 

 

차 블렌딩만큼이나 늘 어려운 건, 차가 지닌 느낌에 꼭 알맞으면서도 부르기도 쉽고 좋은 느낌을 안겨주는 마땅한 이름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이번엔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정할 수 있었는데요, 고마운 노래 '과수원길' 덕분이었습니다. 봄에 만든, 봄 느낌 그득한 차, 그러니 봄을 노래하는 노랫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싶어서 제가 좋아하는 여러 동요들을 흥얼흥얼 따라불러보았어요. 제가 어릴 때 살았던 동네 이름이 '가수원동'이었는데요, 그래서 제게는 유난히도 친숙한 노래, 요즘도 '과' 대신 '가'수원길이라고 부르게 되는 이 익숙한 노래의 가사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습니다. 노트에 옮겨 적고, 천천히 따라부르면서 각각의 장면을 그려보았어요. 아카시아꽃은 아직이지만,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는 순간은 서시천의 벚꽃길에서 자전거로 달리며 늘 만났었고,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타고 솔솔' 불어오던 순간은 동네 매화나무 아래서 한껏 만끽했었고.. 이곳 구례에 머물고 있는 2021년 봄, 저만의 방식으로 즐겨온 봄이 이렇게 거울처럼, 가사에 담겨있어서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음 구절,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어릴 땐 아무 감흥 없이 자동응답기처럼 신나게 따라불렀던 이 구절을 머릿속에 찬찬히 떠올려보니, 꼭 영화 속 장면처럼 그윽하고 잔잔하고 풍성한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말없이, 그저 바람결에 불어오는 눈송이 같은 꽃잎과 그 향기를 맡으면서, 마주 보고서 생긋, 웃음 짓는 두 얼굴을 상상하는데 저도 따라 생긋, 웃게 되었습니다. '생긋'이라는 말은 또 얼마나 귀여운가요. 국어사전을 살펴보니 '눈과 입을 살며시 움직이며 소리 없이 가볍게 웃는 모양.'이라고 합니다. 살며시, 소리 없이, 가볍게, 그렇게 '생긋' 웃는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 더더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차의 이름을 '마주보며 생긋'으로 정했어요. 이 글을 쓰면서도 쭉 그랬고, 앞으로 이 차의 포장지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적으면서, 또 이 차를 우리고 마실 때마다, 저는 아마 많이 '생긋'하게 될 것 같아요.  ;-)

 

 

 

 

생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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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1. 1. 14. 08:54

안녕하세요, 저는 '곰과 호랑이 허브'의 마스코트 겸 상품 모델 겸 홍보부장 겸 온갖 크고 작은 일들을 맡고 있는 곰돌이입니다. 저희 사장님께서 이번 차에는 특별히 제 '손'이 이름에 들어가니까, 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알리는 글까지 써보라고 하셔서 이렇게 깜짝 등장하게 되었어요. 반갑습니다. 

 

 

 

 

 '할머니 손은 약손, 곰손도 약손' 

곰의 손길이 따사롭게 치유해줍니다

 

'곰손' (국어사전 설명 : '손재주가 없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웃고 계신 분들 계시지요? 사실 저는 억울하답니다. 제가 얼마나 재주가 뛰어난데, 그걸 모르고서 '곰손'이라고 부르다니요.. 곰이 듣기엔 정말 섭섭하다구요.. 오래 전 '웅녀'라는 저희 조상님께서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전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게 전설 속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저희 곰들은 풀을 잘 다뤄요. 어떤 풀이 이롭고 도움이 되는지를 파악해서, 필요할 때 잘 찾아 쓰지요. 겨울잠에서 나오면 몸 속 해충을 없애주는 풀을 캐서 먹고요, 피부에 탈이 났을 땐 염증을 줄여주는 풀을 찾아서 바르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희를 보며 약초 쓰는 법을 배웠다고도 하지요. 

 

엣헴, 이렇게 저희 곰들은 알고보면 약초학의 대선배님이라고요. 그래서 저희 사장님이 일부러 '곰'을 회사 이름에 넣고, 또 저를 마스코트로 쓰고 있지요. 저 역시 풀의 이로움을 널리 알리는 이 일이 좋아서 즐겁게 동참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즐겁게 재미있게 풀의 세계를 같이 알아가보아요!

 

 

2021년 처음 선보이는, 블렌딩 허브차 '곰손 약손'은, 생리통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해 만들었어요. 저는 생리통이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몹시 아프고 일상생활이 힘들다고까지 하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지부터 찾아봤어요. 다양한 원인들 중 하나, 생리주기에 따라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이 너무 많으면, 자궁 수축이 심하게 일어나면서 통증이 생긴다고 하네요. 또 다른 원인은 골반 안의 장기 - 자궁과 난소에 문제가 있어서일 수 있다고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 간에, 너무 통증이 심하거나, 갑자기 없던 통증이 생겼다면, 꼭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세요. * 참고한 자료 - '생리통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저희 '곰과 호랑이 허브'는 서양의 허브학, 동양의 약초학을 함께 살펴보면서 두루두루 참고하고 있어요. 쓰는 풀도 조금씩 다르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또 신기하게도 겹쳐지는 부분도 많고요, 이렇게 두 영역을 동시에 적용하는 게 더 다채롭고 더 재미있더라고요. 먼저 서양의 허브학에서 참고한 내용들부터 소개할게요. Rosemary Gladstar 라는, 제가 좋아하는 미국 전문가 아주머니의 책에서 참고한 내용인데요, 일단 "좋은 식습관"이 무척 중요하대요. 

 

- 되도록이면 자연 상태 그대로 먹기 

- 계절에 맞추어, 지역 농산물 위주로 먹기

- 몸을 잘 살피면서, 몸이 편안해하는, 기분 좋아지는 음식 먹기 

- 몸을 따뜻하게 하고, 알칼리성(푸른 잎채소, 고단백-생선, 두부 등) 음식 먹기

 

그리고 호르몬 균형을 돕는 마그네슘, 칼슘, 비타민이 든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고요.

생리통이 아주 심한 분들은, 생리 예정일 열흘 전부터 칼슘을 많이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견과류, 깨, 해조류, 파슬리가 예로 나와 있네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엄마들이 아가를 낳고 나서 미역국 드시는 게 떠올랐어요. 역시 오랜 전통에 담긴 지혜랄까요. 산모가 아니더라도, 자궁 건강을 위해서 영양가 높은 해조류를 잘 챙겨드시면 좋겠군요!

 

 

다시 허브학으로 돌아가봅시다. 자궁 경련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허브로는 카모마일, 로즈마리, 타임이 있고요, 미네랄, 철분, 비타민이 풍부해서 몸의 순환작용과 전반적인 균형상태를 돕는 허브로는 라즈베리잎, 네틀, 오트스트로, 로즈힙, 산사열매가 있습니다. 그리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이 잘 돌도록 하는 생강도 매우 추천합니다. 

 

나중에 따로 소개하겠지만, 서양의 허브의학의 한 갈래, 아로마테라피에서 활용하는 '에센셜오일' 역시 도움이 될 거예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한 휴식을 주는 라벤더, 시나몬, 클라리 세이지 에센셜오일을 추천하고요. 식물성오일(포도씨유, 올리브유)에 희석시켜 아랫배 부분을 부드럽게 마사지하거나,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에 몇 방울 떨어뜨려 찜질을 하거나, 족욕이나 반신욕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답니다. 다만 꼭 주의하셔야 할 점, 에센셜오일은 식물의 유효성분이 고도로 농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반드시 희석해서, 꼭꼭꼭 적당한 양만 써야한다는 걸 힘주어 강조!!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 <아로마 테라피 교과서>를 읽어보시거나, 아니면 저희 사장님께 따로 연락해보세요~ :-)

 

 

 

다음으로 동양의 약초학도 살펴볼까요. 여성 건강에 좋은 약초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건, 쑥과 당귀, 감초와 황기예요. 쑥은 몸의 찬 기운을 내보내고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하고요, 당귀는 피를 새로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고 해요. 감초는 서로 다른 역할의 약초들을 부드럽게 모아서, 조화롭게 잘 어우러지도록 돕는대요. 그래서 '약방의 감초'라는 말처럼, 온갖 약들의 배합에 두루 적용된다네요. 삼계탕에 들어가는 익숙한 그 황기는 따스한 기운으로 몸의 기력을 북돋는대요.

 

'곰과 호랑이 허브'는 서양의 허브학을 바탕으로 시작해서, 점점 더 동양의 약초학을 배우며 적용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동안에도 서양의 허브들 위주에 동양의 약초를 조금씩 더해오곤 했지만, 이번 '곰손 약손' 차에서는 동서양의 풀들이 아주 다양하게 총출동!! 했어요. 생리통에 도움이 되자!는 목적 아래, 각자의 개성을 지닌 풀들을 맛과 향기가 잘 어우러지도록 비율을 조금씩 바꾸어가면서 계속 그 균형을 맞추어나갔답니다. 아래는 들어간 풀들의 목록이에요. 아주 길어요.

 

라즈베리잎, 쑥, 네틀, 홀리바질, 로즈힙, 라벤더, 펜넬, 오트스트로, 카모마일, 레몬버베나, 타임, 페퍼민트, 히비스커스, 세이지, 엘더플라워, 감초, 황기, 당귀

 

 

아이고..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지고 말았네요. 2021년 새해를 맞아 첫번째로 선보이는 블렌딩 허브차,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하며 만들어낸 이번 '곰손 약손' 차에 대해서, 제가 익힌 그 내용이 꼭 필요한 분들께 가닿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적었어요. 마지막으로 덧붙이고픈 내용! 대체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하시죠? 살짝 더해진 감초+당귀+황기+쑥 덕분에 '한약 같은' 맛이면서, 풍성하게 들어간 다른 허브들 덕분에 은은하게 달콤하면서 조금은 상큼하기도 한,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에요. 시음 및 맛 평가 담당 패트릭은, '동서양의 조화가 아름답게 잘 어우러진' 맛이라고 합니다. 엣헴~ 따사롭게 보드랍게 치유해주는 곰의 손길을 만나보세요 ^ㅇ^)//

 

* 더 궁금하신 내용이 있다면, 저희 사장님 메일 vertciel@naver.com 로 연락주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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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1. 1. 12. 11:25

 

캘리포니아의 가족들,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이름 붙인 차 '따스하게 북돋는 손길'을 소개합니다. 제 시어머니 니니, 그리고 니니의 동생이신 패트릭 이모 사이안, 두 분은 제가 허브차 작업을 '일'로 시작하기 훨씬 전, 그저 단순한 재미 겸 취미일 때부터 힘껏 지지하고 응원해주셨습니다. '어머, 허브차가 이렇게 맛있다니', '정말로 숙면에 도움이 되더라. 금방 다 마셔버렸네. 혹시 더 만들어줄 수 있겠니', '가게에서 본 작은 주전자인데 네가 생각이 나서 사왔어!' 때로는 제가 마다하는데도 굳이 허브차 값을 손에 쥐어주시기도 해서, 덕분에 새로운 재료들을 선뜻 더 구입할 수도 있었고, 더 재미난 블렌딩에 도전해볼 수도 있었지요.

올 겨울 새로 만든 '면역력을 높여주고, 혈액 순환을 돕는 차'에 어떤 이름을 붙일까 한창 고민하던 중에, 마침 그날 생일을 맞으신 사이안 이모를 떠올리면서, 그동안 제가 받아온 이런 응원의 마음들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고 되새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고마움을 담아, '따스하게 북돋는* 손길'이라는 이름을 정했습니다. 이 차가 가닿을 그 누군가에게도, 차를 만들며 담은 저의 정성, 그리고 저를 도와주었던 수많은 따스한 마음들.. 그 모두가 전해져서 차 한 잔이 '따스한 손길'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 북돋우다 :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더욱 높여 주다.   
: 단어 뜻을 또렷하게 모르겠을 땐 늘 국어사전을 찾아봅니다. '북돋우다' 발음하다보면 두물머리에서 친구들과 감자밭에 북을 주던 기억도 떠오르고, 어쩐지 담뿍 힘이 솟는 것도 같고, 복스러운 복덩어리가 찾아들 것도 같습니다. 처음엔 그냥 '따스한 손길'이라고 이름지었다가, 아무래도 너무 단순하니까, 그리고 좋아하는 단어를 무언가 덧붙여보자, 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 이렇게, '곰과 호랑이 허브'에서 만드는 차의 이름이 그냥 이름, 평범한 단어에 그치지 않고, 고운 말, 아름다운 말, 의미 있는 말을 널리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래서 늘 한참을 고민해서, 정성을 그득 담아서 이름을 정합니다. 이 단계가 늘 제일 어렵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척 흥미진진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__^

 

로즈힙, 라벤더, 네틀, 세이지, 홀리바질, 레몬그라스, 솔잎, 황기, 카모마일..

언젠가 어느 책에서 보았던 '감기 초기, 혹은 예방에 좋은 차' 블렌딩을 참고하면서

주로 면역력을 높여주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이로운 허브들을 두루 조화롭게 모았습니다. 

 

 

 

차를 우리는 동안 담아본 사진. 김이 모락모락 자욱하게 -

 

 



 

마침 사진의 배경도 멀리 터키에서 보내온 선물,

고맙고 그리운 여러 따뜻한 손길들을 떠올리게 하는 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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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0. 8. 27. 17:26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May All Beings Be Happy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May All Beings Be Happy

 

어성초가 주인공인 블렌딩 허브차입니다. 어성초의 일본어 이름은 '도쿠다미'인데, 독을 다스린다는 뜻이래요. 이름처럼 해독작용에 뛰어나고, 염증을 낫게 하면서, 중금속 같은 노폐물을 배출해서 피를 맑게 한다고도 합니다. 다만 이름에서처럼, 생선 비린내 같은 쿰쿰한 냄새가 나요. 재미있게도 영어 이름도 fish mint인데요, 잘 말리면 그 비린내가 줄어들지만 여전히 조금은 그 내음이 남아있어서, 약불로 살살 덖으니 비릿함은 날아가고 불에 그을린 듯한 구수함이 더해졌습니다. 개성 강한 불맛이 참 매력적이에요.

 

저희 밭의 안쪽 그늘에서 마구 뿌리를 뻗으며 씩씩하게 자란 어성초를 중심에 두고, 로즈마리, 쑥, 제라늄, 민트, 캣닙.. 동네 곳곳 텃밭에서 자라난, 틈틈이 모은 허브들을 잘 섞었습니다. 덖어진 어성초의 구수한 맛에 산뜻한 다른 허브들의 맛이 더해져서, 낯설지만 매력적인 조화를 선보입니다. 개성이 뚜렷한 어성초만 홀로 돋보이지 않도록, 다른 허브들을 적절히 더하며 알맞은 밸런스를 맞추어가는 과정이 오래 걸렸지만, 그 과정을 거칠수록 더 다채롭고 풍성한 맛이 만들어진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엔 어성초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detox'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보다 뜻깊으면서 오래 울림이 남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서 다시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세상의 모든 '독'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이 차와 인연이 닿아 만나게 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으면 좋겠다, 곰곰 생각하던 중에, 제게 무척 좋은 영향을 많이 건네주었던 '위빳사나' 명상의 발원문,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이라는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여러 허브들을 돌보며 거두어 다듬고, 잘 말려 보관한 다음 잘 섞어서 블렌딩 허브차로 만들고, 그걸 손수 그림을 그리고 포장해서 상품으로 내놓기까지, 아주 많은 과정과 손길을 거칩니다. 모든 손길마다 전부는 어렵겠지만 틈틈이 이 차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이 짧은 구절에 담겨 있는 넓고 깊은 바람을 거듭 마음에 새기려 합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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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0. 8. 23. 13:18

 

 

기타카가야

 

제라늄과 시소, 민트와 클로버, 펜넬과 천일홍. 전부 저희 동네에서 거둔 허브들로 만든 차입니다. 그래서 저희 동네 이름 '기타카가야'를 차 이름으로 붙였어요. 제각각 개성 다른 향이 조화롭게 어울려서, 뜨겁게 마셔도 좋고, 차갑게 마셔도 좋습니다. 이 차를 만든 날의 기록을 블로그에 자세히 적어둔 덕분에 그날 그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네요. 

https://blog.naver.com/vertciel/221323050244

 

클로버 수확, 그리고 워크샵

잠들기 전 다짐했다. ‘내일은 꼭 5시 반에 일어나서, 클로버를 모으러 공원에 가야지. 너무 더워지기 전에...

blog.naver.com

 

장미향을 닮은 제라늄 향기는 우아하고 그윽한 느낌입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켜주지요. 시소는 일본에서 두루 쓰는 잎채소인데, 깻잎과 닮았어요. 시소도 허브차로 쓸 수 있나? 반신반의하며 시도해본 이 블렌딩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맛있어서 무척 기뻐했습니다. 제라늄과 시소는 모두 염증개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

 

 

 

2020.8 덧붙여 씀

 

: 원래 '기타카가야', 저희 동네 이름이었던 이 차의 이름을 '향기로운 꽃의 파도'로 바꾸었습니다. 그저 저희 동네 이름이라는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이 차가 다가갈 곳에서 무언가 새롭고, 신선하고, 그러면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느낌을 퍼뜨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새 이름을 붙이려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태준 시인의 수필집에서 만난, 파블로 네루다의 시 '알스트로메리아'의 한 구절, 

 

향기로운 꽃의 파도를 물결치며 바람의 배가 지나갈 때

 

의 앞부분을 빌려왔어요. 발음해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향긋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지요? 실제로 제가 이 차의 주인공 재료인 제라늄을 모으러 밭에 갔을 때, 그런 '향기로운 꽃의 파도'와 만난 적이 있어요.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올 때마다 제라늄 향기가 파도처럼 물결치며 다가왔더랍니다. 이렇게 말이에요 ;-)

 

https://youtu.be/1euiZOSXGOk 

 

 

 

 

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0. 2. 27. 19:28

 

산들바람

Gentle Breeze 

 

강한 향의 세이지가 가장 돋보이고, 라벤더와 민트, 루이보스가 사이좋게 손을 잡고 어우러집니다. 나른한 오후 상쾌한 기분전환에, 혹은 늦은 밤 잠들기 전 평온한 휴식에도 두루 잘 어울리는 차입니다. 세이지는 방부, 항균, 소독, 살균 작용에 뛰어나고,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육류 요리에 특히 많이 쓰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소세지' 단어에도 등장하지요.) 라벤더는 신경 안정, 특히 두통을 가라앉히는데 좋고, 민트 역시 염증을 막고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합니다. 루이보스에 풍부한 항산화물질은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미용에 도움을 줍니다. 

 

처음 이 블렌딩을 만들때 떠오른 이미지는 '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초록빛 들판을 신나게 걸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 속 도로시와 친구들이 에메랄드 도시를 향해 신나게 걸어가는 장면이 생각나서, '오즈의 마법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영어-일본어에서 두루 쓰기 좋은 더 편한 이름 '산들바람'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차를 마실 때면 '오즈의 마법사' 장면들이 함께 떠오른답니다. :-)

 

 

wizard-oz-yellow-b_303075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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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0. 2. 27. 19:26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こもれび

 

타임과 펜넬은 세계 곳곳에서 소화 작용을 돕는 허브로 널리 쓰여왔습니다. 첫 인상은 '인도 커리'의 향기랄까요.. 조금은 생소한 외국 요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향이어서 낯설기도 하지만, 여기에다 민트, 카모마일, 레몬그라스 같은 익숙하고도 편안한 허브들을 두루 섞어 맛은 둥글둥글 부드럽고 순한 편이에요. 속이 더부룩하고 어딘가 불편할 때, 혹은 마음이 들쑥날쑥 싱숭생숭할 때, 따스하게 우려 드시면 허브들의 다정한 다독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라는 긴 이름이 독특하지요? 우리 말로 적으면 이렇게 길지만, 일본어로는 '코모레비'라는 한 단어의 뜻이랍니다. 원래부터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또 저희 동네 최고의 맛집 '코모레비'를 떠올리면서 빌려온 이름입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그렇듯, 따사롭고 포근하면서도 풋풋한 느낌을 주는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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