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후 숲
雨上がりの森
'비 갠 후 나뭇잎들은 더욱 알로록달로록 제 빛깔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이 글을 적기 전, 늘 하는 습관대로, 철자와 띄어쓰기를 확인하려고 국어사전에 '비 갠 후'를 쳐봤더니 나온 예문이에요. 이 이름을 떠올리면서 상상했던 풍경 그대로여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알로록달로록이란 표현도 참 곱지요.
이 블렌딩 차는 특별하게도, 전세계에서 온 재료들이 두루 사이좋게 어우러졌어요. 훌라댄스를 추는 친구가 선물해준 하와이 허브, 여행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출장길에 가져다준 페루 허브, 스페인 올리브농장에서 온 올리브 나뭇잎, 부산 친구가 손수 말려 선물한 귤피, 지난 여름 양산에서 직접 따온 딸기잎, 나가노현에서 얻어온 초피잎, 저희 동네에서 난 로즈마리와 캣닙과 펜넬과 툴시, 샌프란시스코 허브 회사에서 온 히비스커스와 레몬그라스. 이밖에도 여러 다양한 허브들을 모아 모아 모아 섞었어요. 보통은 단순한 블렌딩을 선호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축제처럼 왁자지껄 다양한 허브들을 한데 모아보는 것도 참 즐겁습니다. 상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하면서 은은한 단맛이 맴도는 맛도 아주 마음에 들고요. 알로록 달로록 빛깔 고운 가을에 잘 어울릴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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