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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6년 3월 계절의 허브티 '새잎이 돋는 순간' 꾸러미에 함께 보낸 허브편지, 블렌딩 노트입니다.

계절의 허브티 12 _ ‘새잎이 돋는 순간’
2026. 3. 12
안녕하세요. 2026년의 첫 ‘봄마중 꾸러미’로 인사를 드립니다. 설날이 늦게 찾아왔던 올해는 정월대보름이 지난 주, 3월 3일이었지요. 이곳 통영은 밤하늘이 맑게 개어서, 커다란 보름달과 근사한 개기월식을 마음껏 올려다볼 수 있었어요. 드물게 찾아오는 월식을 만나게 될 때면 한없이 신기하고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거대한 지구의 그림자가 저렇게 자그맣게 비친다는 것, 달과 지구와 태양 사이의 간격... 평소 떠올리기 어려운 우주 단위의 공간감각을 헤아려보면서, 아름다운 이 지구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삶에 대해 더 깊이 감사하게 되어요. 불쑥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더니, 다음 개기월식은 2028년 12월 31일부터 1월 1일 사이 열린다고 합니다.
https://astro.kasi.re.kr/learning/pageView/5951
(지난 번 ‘하늘을 올려다보는 몸짓’과 어딘가 닮아 있는) 이번 블렌딩의 이름은 ‘새잎이 돋는 순간’입니다. 새 이름을 정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지만, 이번에는 어째선지 더 어렵게 느껴졌어요. 들어간 재료들도 다양했고요, 담아보고픈 이야기들도 많았거든요. 여러 후보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되도록이면 단순하게, ‘봄의 블렌딩’이라는 특징에 잘 집중해보기로, 재료들을 다루면서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는지를 되새겨보기로 했습니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른 봄부터 저희는, 새로 구하게 된 밭을 돌보고, 집 안뜰과 둘레에 심을 나무들을 궁리하고, 씨앗 심기를 준비하느라 바삐 지내고 있어요. 오래 전 텃밭을 시작하던 때부터 매년 봄마다 이렇게 식물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요, 새로 돋아난 잎이 참 어여쁘구나, 하며 들여다보다가 불쑥 스쳐간 생각 하나, 이른 봄부터 늘 새잎을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새잎이 돋는 순간’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적은 없더라고요. 하루에도 여러 번씩 들여다보는데도 언제나 못 본 새 새잎이 불쑥 돋아 있곤 해요. 어쩌면 식물이 살아가는 시간은 그 속도와 흐름, 모든 면에서 우리와 달라서, 식물들의 고유한 움직임을 우리는 결코 볼 수 없는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새잎이 돋는 순간’을 힘껏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어째서 마른 가지로부터 새잎이 돋아나는지, 어떤 힘으로 작은 씨앗이 싹을 틔워내는지, 도대체 어떤 까닭으로 세상에 없던 잎사귀들과 꽃잎들이 하나둘씩, 그러다 와르르 한가득 피어나는지, 어떻게 해서 오랫동안 침침했던 겨울빛 세상이 갑자기 파릇한 초록빛 봄세상으로 바뀌어가는지. 봄마다 만날 수 있는 이 경이로운 기적이 시작되는, 바로 그 ‘새잎’의 맨 첫 순간을 떠올려보자는 초대장처럼, 이 블렌딩의 이름을 짓게 되었답니다.
비파잎, 어성초잎, 라즈베리잎, 장미꽃잎, 솔잎, 홀리바질, 스피어민트, 레몬그라스, 라벤더, 주니퍼베리, 민들레뿌리, 로즈마리, 엘더플라워, 허니부쉬, 시데리티스, 로즈힙, 무화과잎*, 조가비생강잎*, 나비완두콩꽃*, 판단잎*
이번 블렌딩에 들어간 재료들의 목록입니다. 지난 겨울 꾸러미에서 작은 선물로 보냈던 비파잎이 이번에는 여러 주인공 재료들 중 하나로 쓰였습니다. 잘 마른 비파잎 단독으로 맛을 보았더니 거의 무맛에 가까운, 무척이나 담담한 느낌이 들었어요. “옅은 우롱차 같은 맛에 부드러운 단맛, 희미한 신맛, 약간의 떫음” - 참고삼아 살펴보았던 일본 사이트의 비파잎 설명입니다. (일본에서는 비파잎이 널리 쓰여서, 백화점이나 좀 규모가 큰 슈퍼에도 비파잎차가 있더라고요.) 마른 잎 그대로 쓰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팬에 비파잎을 덖어보았더니 구수하고 그윽한 모닥불 같은 맛이 더해졌어요. 다른 주인공 재료들 - 홀리바질과 민트와 레몬그라스 같은 가벼운 잎사귀들의 비중이 꽤 높다보니 무게감 있는, 다른 개성을 지닌 맛을 더하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비파잎과 어성초잎 두 종류를 잘 덖어 더했습니다. 그리고 환절기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면서, 체액 순환에도 이로운 역할을 하는 허브들을 두루 모았어요. 3월 중순이지만 여전히 밤엔 겨울 기운이 느껴지지요. 으슬으슬할 때, 평소보다 진하게 우려낸 허브티를 천천히 마시면, 허브들이 따스하게 몸을 감싸 안아주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목록의 맨 끝, 별표를 달고 있는 허브들은, 아주 적은 양만 들어간 재료들이에요. 전체 분량에서의 비율은 약 0.1% 정도, 1잔 분량인 1티스푼에는 아마 가루만큼만^^; 들어있을텐데요, 재료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 굳이 목록에 넣었답니다. 무화과잎은 여름부터 심어 가꾸고 있는 저희 집 꼬마나무에서 얻은 잎이었는데요, 잎에서 풍기는 무화과 같으면서도 바닐라 같은 달콤한 향기가 정말 좋아요. 올해는 이렇게 저희 밭에서 얻는 재료들을 다양하게 두루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름부터 참 신기한 ‘조가비생강’(shell ginger)은 겨울방학 여행에서 만난 ‘니요도가와 허브’ 의 농부님께 구입한 허브였고요, 찾아보니 오키나와를 비롯한 일본 남쪽 지역에 많이 자란대요. ‘나비완두콩꽃’ 과 ‘판단잎’은 며칠 전 만난 태국분께 선물로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선 나비완두콩꽃이 식재료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이번 티에는 극미량만 들어있기도 하고, 제 판단으로는 고함량 농축액 아닌, 엷게 우리는 허브티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
에고고.. 더 적고픈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공간이 영 부족하네요. 발송 후 메일에서 계속 이어가볼게요. 연둣빛 새잎들과 함께, 기분 좋은 일들로 가득한, 기쁜 봄날 맞이하세요!
‘곰과 호랑이 허브’ 강수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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