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호랑이 허브'의 맨 첫 이름은 '꿈과 모험의 찻집' 이었습니다. 미지의 나라로 모험을 떠나듯, 허브를 잘 모으고 섞어서 새로운 블렌딩을 빚어내는 재미난 놀이처럼 허브차 블렌딩을 시작해왔고 그 여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제 취향에 맞게, 그때그때 관심 가는 재료들을 모아서, 그리고 작년 초 '허브 꾸러미'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서 허브차 블렌딩을 만들어 왔는데요, 내년 1월부터는, 손님의 요청사항에 따라 새로운 맞춤 블렌딩을 만들어드리는 특별 써비스, '주문제작 허브차 블렌딩' 을 시작합니다 :-)
실은 '허브 꾸러미'를 시작했던 작년 초부터, '당장 눈앞의 바쁜 일들이 지나고 나면 시작해야지' ( .. 하지만 언제나 바쁜 일 후엔 또 다른 일들이 등장하지요. 그러니 무언가 하고픈 일이 있다면 망설이거나 미루지 말고 바로 실행에 옮겨야합니다!) 라며 마음에 오래 담아두고만 있던 작업이었는데요. 고맙게도 2018년 가을 허브차 블렌딩 워크숍에 함께했던 친구가, '곰과 호랑이 허브'의 허브차를 쭉 그리워하고 있었다며, 자신과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로 건네고 싶다며, 반가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직접 워크숍에 참가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허브 블렌딩이 진행되는지 경험해보았던 친구여서, 블렌딩에 필요한 정보들을 꼼꼼하게 잘 적어준 덕분에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아래는 친구의 주문의뢰를 요약한 메모입니다.
01 마음에 좋은 + 활기 + 근육이완 + 향이나 색이 좋은 + 푸근한 향기
02 목에 좋은 + 기력에 좋은 + 근육이완 + 정신이완 + 잠
03 활기 + 집중 + 정신을 맑게 + 세지 않고 부드러운 + 일상에서 커피나 홍차 대신 작업용으로 잘 마실 수 있는
04 마음에 좋은 + 활기 + 메리골드를 좋아함 + 몸이 따뜻해지는
이 허브차들이 가닿을 곳, 받아보실 분들이 함께 찍힌 사진도 함께 같이 보내주어서, 차를 만드는 틈틈이 그 얼굴들을 들여다보고, 상상해보고, 이 분들이 허브차를 마시는 장면도 떠올려보면서,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 기분으로 즐거웁게 차를 만들 수 있었어요. 친구가 적어준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허브 블렌딩들을 만들어온 저의 경험과, 지금 갖고 있는 허브 재료를 조합해서 이런 블렌딩을 만들었습니다.
C_01 마음에 이롭고 몸에 편안한 블렌딩 _ 민트, 루이보스, 제라늄, 세이지, 라벤더, 로즈마리, 엘더베리, 로즈힙, 카모마일, 장미, 히비스커스, 타임, 펜넬, 토끼풀, 민들레뿌리, 당귀, 황기, 유근피, 오가피, 뽕잎, 톱풀, 토끼풀, 쑥
: 풀과 꽃과 흙의 느낌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다양한 허브들을 고루고루 섞었습니다. 제주 한살림에서 구입해온 유근피-오가피-뽕잎을 포함하여 한약재인 민들레뿌리, 당귀, 황기, 쑥을 가볍게 첨가하고, 항균 및 항산화 효과가 있는 민트, 루이보스, 제라늄, 라벤더, 세이지로 가운데 중심축을 잡고, 상큼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느낌으로 포인트가 되어줄 엘더베리와 히비스커스와 로즈힙을 더해 마무리했습니다.
C_02 편안한 휴식과 잠, 에너지 충전을 위한 블렌딩 _ 카모마일, 민트, 라벤더, 쑥, 레몬그라스, 세이지, 타임, 유근피, 오가피, 질경이, 홀리바질, 장미, 톱풀, 실론 시나몬
: 기존 '잠이 솔솔' 블렌딩을 바탕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허브 재료들을 추가했습니다. 쑥과 세이지와 타임은 항균 및 항염증 작용이 뛰어나서 피로회복 및 에너지 충전, 기관지 보호에 도움을 주고, 유근피와 오가피와 질경이는 독소배출을 돕고 전체적인 몸의 순환을 좋게 합니다. 향기로운 실론 시나몬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온기를 더해줍니다.
C_03 맑고 밝은 기분을 위한, 활기찬 블렌딩 _ 민트, 제라늄, 토끼풀, 오렌지필, 레몬그라스, 장미꽃잎, 타임, 로즈마리, 루이보스
: 나른한 오후, 기분 전환을 위한 허브차를 떠올리며, 산뜻함과 가벼움, 향기로움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밝은 느낌의 상쾌한 허브로 민트와 제라늄, 오렌지필과 레몬그라스를 골랐고, 토끼풀과 타임, 로즈마리는 차맛의 은은한 바탕이 됨과 동시에 미네랄 성분을 제공합니다. 장미꽃잎과 루이보스로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살짝 달달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C_04 온기와 포근함을 전하는 블렌딩 _ 라즈베리잎, 홀리바질, 카모마일, 루이보스, 메리골드, 라벤더, 쑥, 시데리티스, 세이지, 유근피, 오가피, 뽕잎, 민들레뿌리, 줄풀, 민트
: 듬뿍 들어간 메리골드의 주황색, 유근피의 짙은 갈색, 루이보스의 낙엽색, 카모마일의 노랑색.. 겨울날 오후의 다채로운 주홍빛 햇살을 닮은 차입니다. 순하고 가벼운 꽃과 잎들, 쌉쌀한 맛을 내는 약용 허브들, 묵직한 느낌의 뿌리 허브들을 더해가며 조화를 이루도록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스치듯 살짝 상쾌함을 더해주는 민트와 홀리바질, 멀리 그리스에서 온 이국적인 친구 시데리티스가 균형을 잘 잡아줍니다.
이 차들을 만드는 동안, 마침 라디오에서 틀어주었던 슈베르트의 'The Great' 교향곡을 여러 번 돌려들었고요, 오래 전 좋아했던, 한동안 뜸했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찾아듣게 된 일본의 뮤지션 '쿠루리'의 노래들을 배경음악 삼아서 계속 들었습니다. 특히 쿠루리가 작년에 발표한 노래, 'california coconuts' 이라는 곡에는 '손이 따뜻한' 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아타타카이' (따뜻하다) 라는 그 단어의 발음과 느낌을 원래도 좋아했는데, 이 노래 덕분에 더 좋아져버렸습니다. 일본어 사전에서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포근하다, 훈훈하다, 다정하다' 라는 뜻도 있네요. 아마 더 많은 '아타타카이'가 필요한 요즘이다보니, 이 단어가 제게 성큼 더 가까이 다가왔나봅니다.
더 넓게 바라보면, 허브를 가까이 두고 일로, 놀이로, 삶으로 다루고 있는 제게 있어, 허브는 늘 그렇게 포근하고 훈훈하고 다정하고 따사로운 존재입니다. '곰과 호랑이 허브'가 맞춤 블렌딩으로 만들어드릴 허브차들이 가닿을 곳에서도, 그런 온기를 빚어냈으면.. 하고 꿈꿔봅니다. 고마운 친구 까르 덕분에 새롭게 막 첫발을 내딛은 '주문제작 허브차 블렌딩'은, (코앞의 바쁜 일들과 12월 중순 미국 시댁 방문 이후;) 내년 1월 중 제대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마음만큼은 '아타타카이'하게, 포근하고 따사로운 날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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