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는 작은 가게2021. 7. 23. 14:19

저는 어떤 물건이든, 소중한 자원을 써서 만들어졌으니까, 최대한 그 쓸모를 다해 쓰는 것, 그리고 너무 낡거나, 혹은 필요가 없어져서, 쓸모가 다했더라도 요모조모 최대한 가능한 방법으로 되살려 쓰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상 속에서 늘 그 방향으로 안테나를 삐쭉- 세우고 있습니다. 새 물건을 사는 대신 되도록이면, 가능하면 중고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그 까닭이고요, 헌옷을 최대한 수선해서 입고, 못 입을 정도로 낡았다든지, 영 손이 가지 않는 것들은 잘 해체해서, 쓸모 있고 어여쁜 물건으로 새로 만들어내곤 하는데, 이 작업이 정말로 즐겁더라고요. 작년 여름부터 쭉 만들어오고 있는 티포트 받침들이 그렇게 탄생했답니다.

 

제가 터키에서 선물받아 여름마다 교복처럼 입던 치마, 동네 친구가 준 낡았어도 도톰한 원단이 좋았던 바지, 바느질 공방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얻은 조각천, 저마다 다 이야기가 담겨 있는 원단들이, 서로서로 어울리는 빛깔과 무늬끼리 모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합이 만들 때마다 너무나도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그리고.. 적당한 가격을 정하기가 무척 어려웠는데요, 재료비는 거의 들지 않은 셈이지만.. 하나하나씩 맞춰보고 더해가며 만드는 과정에 제 손길과 시간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각각의 제품마다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작품'(이라 부르기엔 좀 부끄럽기도 하네요..) 이기도 하고요. 듬뿍 정성을 쏟은 제가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금액으로, 하나당 2만원씩으로 잡았습니다. 깃들어 있는 가치를 잘 공감해주시고 알아봐주실 분들께, 예쁨 받으며 잘 쓰이길 바라요! 

 

 

 

 

모두 10개, 각각의 받침들마다 떠오르는 느낌을 담아서 이름을 붙여보았어요

 

1 _ 튤립, 약 20cm. 튤립 원단은 제 치마였어요 ;-) 이건 다른 것들에 비해 크기가 좀 큰 편이에요. 냄비받침으로도 가능합니다 ;-)

 

 

2 _ 여름밤, 약 19cm. 가운데 일본 전통 문양은 기모노를 자른 원단인데, 오사카에서 현관 커튼으로 쭉 써왔어서 참 익숙하고 그리운 무늬네요. 나머지 다른 원단들도 모두 기모노를 잘라 재활용한 원단들입니다. 

 

 

3 _ 모닥불, 약 17.5cm,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특히 제가 좋아하는 색상들이 다 모였어요. 맨 오른쪽 황토색은 친구의 바지였고요, 왼쪽 위 황토색 원단은 일본 전통문양, 가운데 갈색 원단은 제 치마, 그리고 맨 아래 보랏빛 원단은 타카마츠의 직물 가게에서 온 친구에요  ;-)

3 _ 주인을 찾았어요 ;-)

 

4 _ 싸왓디카, 약 17cm, 가운데 자주색 원단은 태국에서 온 바지의 이음새에요. 어쩐지 태국느낌이 나는 색상조합이어서 태국어로 '안녕하세요~'인 싸왓디카로 이름붙였어요.

 

대부분 뒷면은 짙은색인데, 이 '싸왓디카'만 다소 밝은 베이지색 원단을 썼습니다. 오사카의 동네 친구가 잘 안 입는다고 준 톡톡한 면바지였어요.

 

 

5_ 케이한, 약 17cm, 오사카에서 교토를 오갈 때 애용한 케이한 전철의 보랏빛 '엘레강스' 기차를 떠올리면서 이름붙였어요. 보랏빛 원단은 기모노였고, 은은한 무늬가 멋집니다. 

 

6 _ 보랏빛 밤, 약 15~16cm, 마찬가지로 보랏빛 원단은 기모노였고요, 알록달록 색실이 꼭 별처럼 빛나요.

6 _ 주인을 찾았어요 ;-)

 

더 자세히 들여다본 사진 ;-)

 

7 _ 바위와 꽃, 약 16cm, 짙은 원단들은 모두 기모노, 그리고 밝은 원단은 친구가 준 자투리인데요

 

뒷면의 줄무늬 원단이 독특하지요. 타카마츠의 오래된 직물 가게에서 직접 만든 천이래요. 가게 구석에 있던 조각모음 뭉치를 사왔습니다 ;-)

 

8 _ 큰 언덕, 약 16cm, 자잘한 조각들도 그냥 버리기 아쉬워서, 따로 모아두었다가 비슷한 색감끼리 이어붙였어요. 
뒷면은 패트릭이 입던 바지 ;-) 그리고 '큰 언덕'이라는 이름은 (이 작품들이 만들어진 배경) '오사카' 이름의 한자 뜻을 빌려왔어요. 

 

9 _ 단포포 (민들레), 약 13.5cm, 저희 동네 가까이 있던 아주 오래된 커피집의 이름인데요, 할아버지 사장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름붙였어요.

 

 

카페 단포포

오사카에서 지낸 시간들을 모두 합치면 약 2년이 좀 넘는다.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고 살기 시작한 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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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단포포에서 가까운 상점가에는 제 단골 중고가게가 있는데요, 그곳에서 100엔짜리 커다란 기모노를 사와서 원단으로 잘 활용했지요.

 

10 _ 무슈, 약 13.5cm, 터키 동부의 작은 도시 이름이요. 그곳에서 선물로 받은 진갈색 치마를 여름마다 교복처럼 입었는데, 너무 닳아 결국 못입게 되었어요.

https://blog.naver.com/vertciel/70189922587

 

엄마 생각

수메이라네 고향집, 작은 도시 무슈의 제흐라 아주머니네 집에 하룻밤 묵었다. 터미널에서 처음 만났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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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 좋아하는 무난한 갈색이었던 그 치마, 그리고 잘 어울릴 법한 색상들을 모아모아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쓰시면 좋아요 ;-) 전부 다 3-4겹 정도로 살짝 도톰해서, 물기를 잘 흡수한답니다. 

 

 

[솔밧상점 주문 방법] 

제 메일 vertciel@naver.com 이나 카톡 ID : ssolbat 으로 연락주세요 :-)

* 배송비는 허브차 1팩, 엽서 1~2장 기준 2000원부터 시작되고 무게에 따라 점점 올라갑니다.

(우체국 등기로 보내요. 실제로는 3000~4000원 정도 들지만, 저도 적게나마 같이 부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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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엽서들  (0) 2021.07.22
Posted by 솔밧
가끔 여는 작은 가게2021. 7. 22. 18:57

대부분 작년 5월 오사카에서 만든 엽서들이네요. 그때 만들면서 적어둔 기록을 옮겨와봅니다.

(* 8/24일 알림 _ 아래 올린 엽서들은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갔고요, 더 만들게 되면 다시 알릴게요! ^^)

 

책 <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 

 

잎사귀 공작소를 한번 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먼저, 잎사귀들을 모아놓은 책들을 꺼내고, 책 사이사이를 훑어보면서 잎사귀들을 꺼내 모으는데, 밑줄 그어둔 문장들도 다시 쭉 읽어본다. 그래서 일부러 최고로 좋아하는 책들, 되새기고픈 문장들이 많은 오래된 친구 같은 책들에다가 잎사귀들을 많이 넣어두었다. 다음으로, 눈에 잘 띄는 흰 종이 위에 잎사귀들을 와르르 한꺼번에 모아놓고서, 엽서 위에 그림을 그리듯이, 마음에 와닿는 대로 하나하나씩 골라가며 배치한다. 바느질할 때 조각 원단을 모아 이어붙이는 것처럼, 어울릴 만한 빛깔과 모양의 잎사귀들을 모아다가 서로서로 짝을 지어주고 친구를 만들어준다. 재료들, 그러니까 그때그때의 잎사귀 현황에 따라 늘 분위기가 바뀐다는 게 또 재밌는데, 작년부터 눈에 띌 때마다 쭉 모아온 파란색 수레국화와 꽃분홍 제라늄, 노란 금목서 꽃이 많아서 이번 잎사귀 카드들은 더 화사한 느낌이다. 디자인을 마친 다음, 제일 까다로운 마지막 단계는 풀칠하고 붙이기, 풀이 똑 떨어져서 새로 사온 풀들을 처음 써봤는데, 조금 질척이는 느낌의 독일산 딱풀보다 오히려 중국산 귀여운 곰돌이 딱풀이 쓰기에 더 편했다. 그렇게 느릿느릿한 속도로 만들어낸 엽서가 총 열일곱 장, 다 만들고나서 한데 모아놓고보면 하나하나 다 다른데 또 하나같이 다 예뻐서 늘 놀랍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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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모음 티포트 받침  (0) 2021.07.23
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1. 4. 9. 00:15

 

 

안녕하세요! 어딜 봐도 파릇파릇 봄빛으로 가득한 4월입니다. 지난 2-3월에는 제가 잠시 구례5일시장에서 '시장매니저'로 일을 하게 되면서, 매일 출퇴근을 하며 꽤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허브일에 몰두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게 아쉬웠지만.. 대신 새로운 경험과 배움, 그리고 좋은 인연들을 얻을 수 있었기에, 돌이켜보니 부쩍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구례5일시장에는 약재 가게들이 많습니다. 일하는 짬짬이 전국에서 모여든 온갖 약재를 둘러보고, 사장님들께 궁금한 것들을 요모조모 여쭤볼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요, 그중에서도 구례의 대표적 특산품, (구례군 공식 캐릭터이기도 한!!)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무려 70% 가량을 차지한다는 산수유를 활용한 허브차를 만들어보기로 마음먹고서, 단골가게 두 곳에서 산수유를 넉넉히 구입해왔어요. 다정한 어르신 내외와 상냥한 아드님이 함께 운영하시는 '지리산 산채상회', 그리고 약재 전문 가게는 아니지만 산수유의 본고장 산동면에 살고 계신 사장님께서 직접 구해다 판매하시는 '참 맛있는 젓갈', 특히 젓갈집의 박옥순 사장님과는 오며 가며 수다를 나누고,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고, 그러면서 마음 잘 통하는 돈독한 친구가 되었답니다. 이 정답고 푸근한 가게, 인심 좋으신 제 '절친' 사장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소개할게요.

 

 

새빨간 빛깔이 보석처럼 곱고, 여러모로 건강에도 이롭다는 산수유! 과연 차로 우리면 어떤 맛일까, 기대를 품고서 잘 우려보았는데, 아아.. 그 맛은 ... (*__*)a ... 시고 떨떠름하고 텁텁해서, 허브차로 만들기엔 영 까다롭겠다 싶었어요. 여기서 잠깐, 산수유의 효능에 대해서는 구례군청 홈페이지의 보도자료에서 빌려온 내용을 덧붙여봅니다.

 

"구례에서 생산되는 산수유는 엽산, 니아신, 사포닌, 사과산, 비타민C, 칼슘, 아연, 칼륨 등 유익한 영양분이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산수유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검출되었다. 산수유 열매는 장복을 했을 때 활력을 주고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독과 정화작용을 담당하는 간과 신장을 강하게 하여 배뇨장애, 이명, 풍기 제거에 효능이 있고 강장효과가 뛰어나다. 동의보감에는 산수유 열매를 신장계통 및 고혈압, 당뇨병, 부인병 등 각종 성인병에 좋은 약재로 기록하고 있다."

 

산수유의 이 뛰어난 효능을 잘 살리고 거들면서, 또 색다른 맛을 더해줄 조연으로는 강화도에서 온 약쑥을 골랐습니다. 산수유처럼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개성 있는 맛으로 산수유 특유의 시고 떫은 느낌을 잘 보완해줄 것 같았거든요. 강화 약쑥에 대한 설명 역시 인천광역시 '인천특산물' 페이지에서 가져온 내용을 올려봅니다. 

 

"강화 약쑥은 사자발쑥이라 불린다. 쑥잎의 생김새가 꼭 사자발 모양으로 갈라져서 마디마디 착생하고 뒷면에 흰 털이 나 있기 때문이다. 강화 약쑥은 한약재 도매시장인 서울 제기동의 경동시장에서도 제일로 친다. 쑥의 신성한 효험은 이미 단군신화에 웅녀가 마늘과 강화약쑥을 먹어 오래전에 입증됐다. 동의보감에는 이 쑥을 두고 '각종 부인병에 특효약'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 효능 : 지혈조경(월경과다, 자궁출혈, 임신출혈, 월경불순) / 심한지통(근육통, 신경통, 위통, 두통, 풍습관절통, 복통, 설사, 이질등) / 항균소염(훈연에 의한 환경소독, 혈관, 근육에 침투해 있는 병균소멸) / 위장병, 피부병, 호흡기질환, 감기 등등

 

 

이런 소개글을 읽다보면, 마시는 즉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들게 됩니다만, 사실은.. 한약방 탕약처럼 진하게 달이지 않고, 물에 가볍게 우려 마시는 허브티로는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약효를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 다만 진하게 우려서 하루에 여러 번씩 드신다면 바로 약효를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럴 경우 오히려 몸에 부담이 갈 수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천천히, 꾸준히 드시는 걸 권해드려요. 저는, 평소 자기 전에 그때 그때 몸이 필요로 할 것 같은 느낌의 허브차를 골라 마시는데요, 어떤 종류든 숙면과 휴식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소화작용을 도와주는 타임, 펜넬, 민트 같은 허브들을 모아 평소보다 진하게 우려서 넉넉히 마시는데요, 그렇게 마시고 나면 차차 나아지는 편이더라고요. 요즘은 미세먼지와 꽃가루 때문인지 기관지가 쭉 깔깔한 느낌이 들어서, 염증을 막아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허브가 많이 들어 있는 차들을 골라 마시고 있습니다. 아, '곰손 약손'도 자주 마시는 편인데, 그러고보니 몇 달째 생리통이 아예 없는 채로 무척 건강히 잘 지내고 있네요 ;-)

 

다시 블렌딩 이야기로 돌아와서, 산수유와 쑥, 두 가지 주인공 재료만으로는 아무래도 쓰고 텁텁한 약초 느낌이 강해서, 제가 평소에 즐겨 쓰는 서양의 허브들을 더해가면서 맛을 더 순하게 다듬었어요. 먼저 소화가 쉽도록 도와주면서 또 항염 효과가 뛰어난 페퍼민트, 레몬그라스, 레몬버베나를 넉넉하게 더했습니다. 이 친구들의 산뜻하고 상쾌한 느낌은 좋지만, 무언가 색다른 맛이 덧입혀지면 좋겠다 싶어서, 겨우내 직접 말린 친환경 귤껍질도 더했습니다. 알러지 반응을 완화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또 달콤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더해줄 엘더플라워와 홀리바질과 생강 조각과 레몬껍질도 넣었고요. 고운 파랑빛 수레국화를 더해서 마무리를 하고 나니, 알록달록 온갖 빛깔들이 모인 이 블렌딩 자체가 4월의 봄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네요. 맛은요, 산수유+귤피+레몬껍질의 상큼함을 바탕으로, 쑥의 은은함과 따스함, 그리고 민트+레몬그라스+홀리바질의 산뜻함, 살며시 여운을 남기는 생강과 카다멈의 이국적인 느낌이 두루 어우러집니다. 

 

 

 

 

 

 

 

 

 

차 블렌딩만큼이나 늘 어려운 건, 차가 지닌 느낌에 꼭 알맞으면서도 부르기도 쉽고 좋은 느낌을 안겨주는 마땅한 이름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이번엔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정할 수 있었는데요, 고마운 노래 '과수원길' 덕분이었습니다. 봄에 만든, 봄 느낌 그득한 차, 그러니 봄을 노래하는 노랫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싶어서 제가 좋아하는 여러 동요들을 흥얼흥얼 따라불러보았어요. 제가 어릴 때 살았던 동네 이름이 '가수원동'이었는데요, 그래서 제게는 유난히도 친숙한 노래, 요즘도 '과' 대신 '가'수원길이라고 부르게 되는 이 익숙한 노래의 가사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습니다. 노트에 옮겨 적고, 천천히 따라부르면서 각각의 장면을 그려보았어요. 아카시아꽃은 아직이지만,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는 순간은 서시천의 벚꽃길에서 자전거로 달리며 늘 만났었고,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타고 솔솔' 불어오던 순간은 동네 매화나무 아래서 한껏 만끽했었고.. 이곳 구례에 머물고 있는 2021년 봄, 저만의 방식으로 즐겨온 봄이 이렇게 거울처럼, 가사에 담겨있어서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음 구절,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어릴 땐 아무 감흥 없이 자동응답기처럼 신나게 따라불렀던 이 구절을 머릿속에 찬찬히 떠올려보니, 꼭 영화 속 장면처럼 그윽하고 잔잔하고 풍성한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말없이, 그저 바람결에 불어오는 눈송이 같은 꽃잎과 그 향기를 맡으면서, 마주 보고서 생긋, 웃음 짓는 두 얼굴을 상상하는데 저도 따라 생긋, 웃게 되었습니다. '생긋'이라는 말은 또 얼마나 귀여운가요. 국어사전을 살펴보니 '눈과 입을 살며시 움직이며 소리 없이 가볍게 웃는 모양.'이라고 합니다. 살며시, 소리 없이, 가볍게, 그렇게 '생긋' 웃는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 더더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차의 이름을 '마주보며 생긋'으로 정했어요. 이 글을 쓰면서도 쭉 그랬고, 앞으로 이 차의 포장지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적으면서, 또 이 차를 우리고 마실 때마다, 저는 아마 많이 '생긋'하게 될 것 같아요.  ;-)

 

 

 

 

생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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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