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편지2022. 3. 19. 20:22
 
곰과 호랑이 허브 _  이른봄의 허브편지
: 허브를 다루면서 떠올린 생각들, 널리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친구에게 편지쓰듯 적어봅니다 ;-)

 

* 지난 허브편지들
1호 _ 늦여름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467529305
2호 _ 초가을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507869910
3호 _ 한겨울의 허브편지 https://blog.naver.com/vertciel/222625100427
 
 










 

이른봄, 새싹이 돋고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며칠 전 다녀온 동네 보문산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생명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사계절 모두를 좋아하지만, 저는 봄이 찾아들 즈음이면 어쩐지 더 마음이 붕붕 들뜨고 괜히 더 즐거워집니다. 환한 개나리, 소담한 목련꽃, 말간 진달래, 발밑 작고 여린 제비꽃.. 좋아하는 봄꽃들을 떠올리다보면 그 빛깔 그 향기 그 모습 그 이름에 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아직은 드문드문하지만 곧 와글와글 왕성하게 찾아들 봄꽃들을 기다리면서, 함께 듣고픈 아름다운 노래를 소개해요. 소프라노 임선혜님이 부른 '고향의 봄'입니다. (중간에 나오는 휘파람 소리가 정말 놀라워요!)

 

https://www.youtube.com/watch?v=ogEz6NnVMFM 

 

늦여름부터 느릿느릿 이어가고 있는 이 '허브편지'도 어느덧 네번째가 되었네요. 겨울에도 쭉 허브들을 다루면서 종종 허브차를 만들곤 했지만, 봄여름가을 날마다 이어갔던 허브들을 돌보고 거두는 일을 오래 멈추고 있다보니 조금 허전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대신 틈틈이 도서관에 가서 허브, 원예, 식물에 대한 책들을 두루 찾아 읽었어요. 그동안 수업을 열 때마다 '허브 공부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을 공유해왔는데요, 이 편지를 받아보실 분들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겨우내 읽었던 책들을 더해 새롭게 정리한 목록을 나눠봅니다. 제가 읽어보니 참 좋았던, 도움을 얻었던 책들인데요, 링크된 책 소개 페이지를 쭉 훑어보면서 마음에 드는 책들부터 차근차근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1. 허브의 기초 및 활용  

허브로 가정상비약 만들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1685297 

허브 상식사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6618170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5713352

허브와 함께하는 생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2357927

키친 허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3086773

천연약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2242130

자연약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9494836

내추럴 식물 테라피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0484488 

건강을 위한 티타임 허브차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21627 

힐링 허브티의 101가지 티블렌딩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9616460 

아로마테라피 교과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894967  ** 아로마테라피에 대해 알아가고픈 분들께 꼭 추천하는 책

 

2. 자연, 농사, 생태, 치유 관련 

향모를 땋으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0558491

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287544 

새로운 배움은 경계를 넘어선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7772971

애니미즘이라는 희망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751364

지구의 꿈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203280

나무 수업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4920326 

나무에게 배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462525

생명의 교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6417881 

생명의 정원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3138010 

핸드메이드 라이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19213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47150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22208

정원의 쓸모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6475484

정원가의 열두 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4340664

돈이 필요 없는 나라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2383059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3203109

 

 

앞으로도 꾸준히, 이 책들 중 특별히 나누고픈 구절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제가 소중히 여기며 자주 꺼내 읽는 책, 사전처럼 두꺼워서 첫인상은 영 부담스럽지만, 손길 닿는 대로 펼쳐서 한 꼭지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 좋은 책, 로빈 월 키머러의 <향모를 땋으며> 에 나오는 오논다가족의 '감사 연설'을 나눕니다. 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이 더 널리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면서요.

 

 

160p "감사에 대한 맹세"

 

이곳 학교에서는 한 주를 시작하고 끝낼 때 '국기에 대한 맹세'가 아니라 '감사 연설'을 한다. 이 기다란 연설은 부족 사람들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더 정확한 뜻은 오논다가어로 '모든 것에 앞서는 말'이다. 이 오래된 의례는 감사를 최우선에 놓는다. 감사를 직접 받는 대상은 선물을 세상과 나누는 이들이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주위의 얼굴들을 둘러보며 생명의 순환이 계속됨을 봅니다. 우리는 서로와, 또한 뭇 생명과 더불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의무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인사와 감사를 건넵시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 어머니 대지님에게 감사합니다. 당신 위를 걸을 때 우리의 발을 떠받쳐 주심을 감사합니다. 태초부터 그랬듯 지금도 우리를 보살펴주심이 우리에게 기쁨이 됩니다. 우리의 어머니에게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우리의 목마름을 달래고 모든 존재에게 힘과 원기를 주신 세상의 모든 물에게 감사합니다. 우리는 물의 힘이 폭포와 비, 안개와 개울, 강과 바다, 눈과 얼음의 여러 형태로 나타남을 압니다. 우리는 물이 아직 여기에 있으며 나머지 창조 세계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물이 우리의 생명에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물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물에 있는 모든 물고기님에게 우리의 생각을 돌립니다. 그들은 물을 맑고 깨끗하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스스로를 우리에게 음식으로 내어줍니다. 그들이 지금도 의무를 계속하는 것에 감사합니다. 물고기님들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초목님의 드넓은 들판을 돌아봅니다. 눈길이 닿는 곳 어디나 초목님이 자라며 놀라운 일을 해냅니다. 그들은 많은 생명을 먹여 살립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초목님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베리가 아직도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이 되어줌을 봅니다. 베리의 우두머리는 봄에 가장 먼저 익는 딸기입니다. 베리가 세상에서 우리 곁에 있는 것에 감사하는데 동의하고 베리들에게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한마음으로 우리가 밭에서 거두는 모든 작물님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부족을 풍요롭게 먹이는 세 자매님에게 감사합니다. 태초부터 곡물, 채소, 콩, 과일은 부족의 생존에 이바지했습니다. 다른 많은 생명도 작물로부터 힘을 얻습니다. 모든 작물을 마음속에 모아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세상의 약초님을 돌아봅니다. 태초부터 그들은 질병을 없애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치유하려고 늘 기다리며 준비합니다. 식물을 약용으로 쓰는 법을 기억하는 특별한 소수가 아직도 우리 가운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한마음으로 약초님들과 약초님의 수호자들에게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뭇 나무님이 주위에 서 있는 것을 봅니다. 대지에는 여러 나무님 집안이 있으며, 저마다 나름의 명령과 쓰임새가 있습니다. 누구는 피난처와 그늘이 되고 누구는 열매와 아름다움과 많은 요긴한 선물을 내어줍니다. 단풍나무님은 나무의 우두머리로, 사람들에게 당이 가장 필요할 때 당이라는 선물을 내어줍니다. 세상의 많은 부족은 나무님을 평화와 힘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한마음으로 나무님에게 인사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마음을 모아 우리와 함께 걷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동물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동물은 우리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많습니다. 동물이 계속해서 우리와 삶을 나누는 것에 감사하며 언제나 그러길 바랍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동물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모든 새들에게 감사합니다. 조물주는 새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새들은 아침마다 그날에 인사하고 자신의 노래로써 우리에게 삶을 누리고 고마워하라고 일깨웁니다. 독수리님은 새의 우두머리가 되어 세상을 지켜보라고 선택받았습니다.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까지 모든 새님들에게 기쁨에 찬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네 바람님으로 알려진 힘들에게 우리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를 새롭게 하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를 깨끗케 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아침 공기 속에서 듣습니다. 그들은 계절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들은 동서남북에서 와서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고 힘을 줍니다. 한마음으로 네 바람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우레님 할아버지가 사는 서쪽을 돌아봅니다. 번개와 천둥소리로 우레님은 생명을 새롭게 하는 물을 가져다줍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우레님 할아버지께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맏형인 해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해님은 날마다 어김없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하늘을 가르며 새 날의 빛을 가져다줍니다. 해님은 모든 생명불의 근원입니다. 한마음으로 맏형 해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밤하늘을 밝히는 가장 나이 많은 할머니 달님에게 마음 모아 감사합니다. 달님은 온 세상 여인의 우두머리이며 바다의 미세기를 다스립니다. 우리는 달님의 얼굴이 바뀌는 것을 보고 때를 알며, 이곳 대지님에게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분도 달님입니다. 감사에 감사를 얹어 한 덩어리로 할머니 달님에게 감사를 드리며 달님이 볼 수 있도록 감사의 덩어리를 기쁜 마음으로 밤하늘 높이 던져 올립니다. 한마음으로 할머니 달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하늘에 보석처럼 뿌려져 있는 별님에게 감사합니다. 밤에 보이는 별님은 달님을 도와 어둠을 밝히며 들판에 이슬을 내리고 만물을 기릅니다. 우리가 밤길을 걸을 때 별님은 우리를 집으로 인도합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모든 별님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를 도와준 깨우친 스승님들에게 마음 모아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조화롭게 사는 법을 잊으면 그들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도록 우리가 배운 방법을 일깨워줍니다. 한마음으로 자상한 스승님들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위대한 정령인 조물주께 생각을 돌려 창조의 모든 선물에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좋은 삶을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이곳 어머니 대지님에게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사랑에 대해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인사와 감사의 가장 좋은 말을 조물주께 드립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의 말을 끝내야겠습니다. 지금껏 만물을 호명하면서 하나도 빼먹지 않았길 바랍니다. 무언가가 누락되었다면 각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인사와 감사를 드리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

감사 연설은 우리를 먹여 살리는 모든 것에 인사하는 것이기에 '길다'. 감사 연설을 들으면 부자가 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순진무구해 보이지만, 혁명적 개념이기도 하다. 소비사회에서 만족은 급진적 태도다. 희소성이 아니라 풍요를 인정하는 것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창조함으로써 번성하는 경제에 타격을 가한다. 감사는 충만의 윤리를 계발하지만, 경제는 공허를 필요로 한다. 감사 연설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미 우리에게 있음을 일깨운다. 감사는 만족을 찾기 위해 쇼핑하라고 등을 떠미지 않는다. 감사는 땅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치료약이다.  

 

감사의 문화는 호혜성의 문화이기도 하다. 각 사람은 호혜적 관계로 서로 얽혀 있다. 모든 존재가 내게 의무가 있듯 나도 그들에게 의무가 있다. 동물이 목숨을 버려 나를 먹이면 나는 그 대가로 그들의 생명을 떠받쳐야 한다. 맑은 개울물을 선물로 받으면 같은 선물로 보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감사 연설은 의무와 선물이 동전의 양면임을 일깨운다. 독수리는 좋은 시력을 선물로 받았으니 우리를 지켜보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인간의 의무는 무엇일까? 선물과 책임이 하나라면, "우리의 책임은 무엇일까?" 라고 묻는 것은 곧 "우리가 받은 선물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것과 같다. 감사하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다고들 한다. 이것이 우리가 받은 선물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제가 받은 '선물'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늦가을에 씨앗을 구입하고, 호기심에 심어보았는데 정말로 싹이 트더니, 겨우내 느릿느릿 자라더니, 점점 키가 크더니, 언젠가부터 작은 꽃봉오리가 맺히더니, 마침내 꽃이 핀 수레국화입니다. 오사카에 살던 때 동네 길가에 수레국화가 몇 그루 있었는데요, 오갈 때마다 시들어가는 꽃들을 거두어다 잎사귀 엽서와 허브차를 만들 때 잘 활용하곤 했었습니다. 실내였어도 몹시 추웠던 지난 겨울 저희 집 거실에서, 침착하게 잘 자라주어서 무척 기특했던, 다만 자라는 속도가 아주 더뎌서, 다음 주 출국 전에 꽃을 만날 수 있을까나.. 싶었던 한 그루 수레국화가 고맙게도, 어제 막 피어났습니다.  

 

이제 나흘 앞, 출국이 정말로 코앞입니다. 재작년 갑작스런 코로나 상황 속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그대로 두고온 오사카의 저희 공간을 정리하러 가는데요.. 두 달 동안 머물면서 지난 달 나라현 전시와 관련한 일들도 진행하고, 오사카의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면서 짐을 챙겨 부치고.. 공간을 정리하고.. 머무는 동안 저희 텃밭의 허브들도 부지런히 거두어서 가져오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틈틈이 '곰과 호랑이 허브'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다 적고나서 보니, 이번 편지는 유독 분량이 무척 길어지고 말았네요.. ;-) 긴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가오는 봄, 감사와 기쁨으로 하루하루가 충만하고 평온하기를, 마음을 모아 띄워보냅니다.

 

 











생각난 김에 찾아보았습니다 ;-)

수레국화 가득한 들판을 처음 만났던, 2019년 5월 '안양천생태공원'

 

 

 

 

 

'허브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날의 허브편지  (0) 2022.11.05
한겨울의 허브편지  (0) 2022.01.18
초가을의 허브편지  (0) 2022.01.10
늦여름의 허브편지  (0) 2021.08.12
Posted by 솔밧
_ 지금은 없는 차2022. 2. 15. 16:07

 

캘리포니아의 친구 판테아로부터, 몇 달 전 함께 '방구석 농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연어님으로부터, 그리고 구례 수한마을에서 우연히 만나서 쭉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성근님으로부터, 연달아 허브차 주문이 도착했다. 한창 다른 일들로 바쁠 땐 잠잠하더니, 여유로워지면서부터 알아챘다는 듯 때를 맞추어 찾아드는 주문들이 반갑고도 신기했다. 똑 떨어진 기존 허브차들을 새로 더 만들고, 재료들을 다 꺼내놓은 김에 새로운 블렌딩도 만들어보았다. 얼마 전 일본 전시를 위해 만들었던 '풀의 지혜' 블렌딩을 바탕으로, 좀 더 향긋하고 산뜻한 느낌의 허브들을 더하고, '맑은 먹물 같은 향기'의 조릿대도 더하고, 산뜻 새콤한 맛을 입혀줄 엘더베리도 넣고, 우리집 작은 베란다 텃밭에서 거둔 허브들을 조금씩이나마 추가하고..  이만하면 괜찮을까, 하고 잘 섞어 우려낸 다음 맛을 보니, 음-  ;-) 마음에 든다. 덤덤한 '풀의 지혜' 친구들이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화-한 민트와 홀리바질, 살짝 신맛의 엘더베리, 은은하면서도 달달한 메리골드와 라벤더.. 여러 가지 다른 개성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보름달 아래 덩실덩실 강강술래하듯 뛰어노는 느낌이랄까 ;-)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 허브차를 만들기까지 참 많은 도움이 있었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해진다. 직접 참가하지 못한 일본 나라현 전시 (지난 주말에 예술제가 시작되었고, 온라인으로 작가와의 대화도 열렸다!) 제안부터 진행, 최종 진열까지 모든 과정을 힘껏 거들어준 치에, 촉박한 일정이라 빠듯했지만 함께 힘을 모아 '방구석 농부' 프로그램을 즐겁게 만들어갔던 연어님과 사회혁신센터의 스탭분들, 참 번거로운 일이었을텐데.. 직접 조릿대 잎을 거두고 담아서 부쳐주신 지리산의 산하님, '건강한 맛일 것 같아서 기대된다'면서 선뜻 '풀의 지혜'를 주문해주신 성근님과.. '전에 네가 준 허브차가 너무 좋아서 특별한 날에만 아껴마시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똑 다 떨어져버렸어. 그래서 주문하려고!' 따듯한 이야기를 들려준 판테아.. ;) 모든 고마운 마음들 덕분에 나의 일을 기쁘게 이어갈 수 있다. 내가 받은 온기를, 내가 만드는 차에 잘 담아서, 다시 세상에 퍼뜨린다. 

 

이번 허브차의 이름은 '작은 별의 구석'으로 정했다. 스피츠의 곡 '小さな生き物 (작은 생명체)'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차를 만들면서 오랜만에 스피츠의 노래들을 쭉 돌려들었는데,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이라는 구절의 모든 단어들이 하나씩, 다 좋았다. 이 작은 별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끼리, 서로 온기를 주고받으면서, 따스함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 따스함들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잔잔해서 그저 지나치거나 까맣게 잊어버리기 쉽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이렇게 글로 적고, 되새기고, 수시로 떠올리려 한다. 이 차가 가닿을 곳에서도 그렇게, 따스함이 번져나가기를.  

 

 

 









 

 

 

 

 

小さな生き物

작은 생명체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を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抱きしめて ぬくもりを分けた 小さな星のすみっこ

끌어안고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

 

知らないままで 過ごせるのなら その方が良かったこととか

모르는 채 지나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았을 일이라든지

たくさんあるよ だけど今だに アホな夢見てる

많이 있어 하지만 여전히 바보같은 꿈을 꿔

 

 

臆病な背中にも 等しく雨が降る

겁먹은 등에도 같은 비가 내려

それでも進む とにかく先へ 有っても無くても

그래도 나아간다 어쨌든 앞으로, 있든 없든 간에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に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出会えるって 思いもしなかった もう一度果てをめざす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치 못했어. 다시 한번 끝을 향해서

 

 

深く掘って埋めても 無くせないはずだから

깊이 파묻더라도 없앨 수는 없을테니까

裸の言葉 隠さずさらす そこから始めよう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숨김없이 드러내. 거기부터 시작하자

 

負けないよ 僕は生き物で 守りたい生き物を

지지 않아 나는 살아 있는 생명, 지키고 싶은 존재를

抱きしめて ぬくもりを分けた 小さな星のすみっこ

끌어안고 온기를 나눈 작은 별의 구석 

 

 

 

'_ 지금은 없는 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절의 블렌딩 01 ‘햇살이 비치면’ [품절]  (0) 2023.05.02
풀의 지혜 [품절]  (0) 2022.01.11
마주보며 생긋 [품절]  (0) 2021.04.09
곰손 약손 [품절]  (0) 2021.01.14
따스하게 북돋는 손길 [품절]  (0) 2021.01.12
Posted by 솔밧
허브편지2022. 1. 18. 19:51

곰과 호랑이 허브 _  한겨울의 허브편지

: 허브를 다루면서 떠올린 생각들, 널리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친구에게 편지쓰듯 적어봅니다 ;-)

 

 

 

 

 

제가 참 좋아하는, 클로버, 토끼풀입니다 ;-)

잎사귀와 꽃의 모양도, 향기와 맛도 다 동글동글 순하고 부드러워요.

 

 

1. 2022년도 벌써 보름이 넘게 지나서, 어느덧 '대한'(1/20)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날씨는 여전히 춥지만, 날마다 점점 해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구나, 이렇게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구나, 문득 실감하게 됩니다. '곰과 호랑이 허브'는 초겨울부터 쭉-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크고 작은 워크샵을 진행하느라 바쁘게 지냈습니다. 초가을부터 세 달 연속으로 찾아갔던 홍성 행복농장, 11월 내내 이어진 대전사회혁신센터의 '방구석 농부' 프로그램, 서울 금천도시농업지원센터의 마을활동가를 위한 허브차 워크샵, 부산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영도 정원사의 열두 달' 이벤트, 그리고 논산 땡큐베리팜과 방초오름에서의 작은 수업에 이어 공주 생명과학고등학교 수업까지.. '허브 산타 아줌마'가 되어 돌아다니면서, 고등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두루 , 허브 향기를 퍼뜨릴 수 있었어요. 이 모든 만남들이 가능하도록 연결해주신 고마운 인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18년 초부터 수업을 진행해왔으니까 이제 햇수로 5년차, 차곡차곡 경험이 쌓여가면서, 어떻게 해야 내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도 계속 늘어갑니다. 처음에는 사진 자료 없이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뭔가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단순한 사진 자료 모음을 준비했다가, 최근에는 간단한 PPT 자료를 새로 마련했어요. 홍차와 허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그저 재미 삼아 열었을 뿐인데 어쩌다보니 허브 블렌딩의 사전연습이 되었던 '꿈과 모험의 찻집', 이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찻집과 허브가게들의 풍경.. 나누고픈 이야깃거리들이 자꾸 등장해서 점점 더 자료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자료를 다듬는 동안, 올해는 또 어떤 만남들이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마음이 두근두근~ 합니다. 

 

 

 

 

대전에서 홍성 행복농장까지는 기차로 2시간이 걸립니다. 무궁화 두 번 갈아타고 가는 느린 기차여행이 늘 즐거웠지요.

마지막 방문하던 날, 기차 안에서 만든 '웃는 물고기' 인형을 선물로 드리고 왔어요. 아직 잘 매달려있는지 궁금합니다 ;-)  





새로 다듬은 PPT 자료 중에서, '곰과 호랑이 허브'에서 생각하는 허브란,

"향기와 맛, 약효와 아름다움으로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 입니다.



 

2. 2월 중순부터 일본 나라현에서 열리는 생태예술축제 '奈良・町家の芸術祭 はならぁと 2021', 원래는 저희가 직접 일본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일본 국경이 굳게 닫히는 바람에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신 우편으로 작품을 보내고 온라인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해서, 요즘은 한창 이 작업 마무리로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와 패트릭이 함께하는 생태예술창작그룹 'City as Nature'는 <City as Weeds> 라는 주제로 여러 작품을 전시합니다. "풀을 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라는 자연농의 원칙 중 하나를, 농사의 영역을 넘어, 도시 안의 사람들과 자연을 잇는 연결고리로 삼아 전체 전시를 꾸립니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 쑥, 민들레, 클로버, 네 가지 풀들을 주인공으로, 패트릭은 풀들의 개성 있는 모습을 담은 목판화 조각, 천연염색 설치작품과 영상으로 전시장을 채우고, 저는 "풀의 지혜"라고 이름붙인 블렌딩 허브차, 그리고 풀들의 특징을 담은 스터디 노트와 제 작업 테이블을 전시합니다. 전시장에서 직접 차를 맛볼 수는 없지만, 집에 가져가서 마실 수 있도록 한 잔 분량씩 티백에 담고 손수 만든 라벨을 붙여 준비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인기 있을 '맛있는' 맛은 아니지만, 마실수록 정감 가는,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맛의 "풀의 지혜", 자세한 블렌딩 이야기는 며칠 전 올린 글에 적어놓았습니다.

 

 











 

3.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 새로 설치한 보일러 덕분에, 방바닥은 꽤 따뜻합니다만.. 외풍 심한 오래된 주택의 겨울은 역시나 춥습니다. (.. 제가 좀 많이 아껴가며 보일러를 틀어서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햇볕이 잘 드는 집이어서,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날이면 따뜻한 물주머니 안고, 뜨거운 차와 함께 난방 없이도 낮시간은 지낼만 하더라고요. 요즘 제가 자주 끓여 마시는, 추운 계절에 참 좋은,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음료를 소개합니다. 샛노란 빛깔에 마음부터 벌써 따뜻해지는 '강황 라떼', '골든 밀크'라고도 하는데요. 우유나 두유, 그리고 강황 가루만 있으면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 강황은 염증을 낮추고 항산화 작용과 체액의 순환 작용을 도우면서, 또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그리고 주요 성분인 커큐민이 지용성이어서, 지방과 함께 섭취하면 더욱 좋다고 하고요. 어떤 레시피에서는 코코넛오일을 넣기도 하던데, 그렇게 하면 고소한 맛이 더해져서 더 맛있습니다. 생강이나 계피가루를 더해도 잘 어울리고요. 제가 찾아본 여러 레시피들 중에서 제일 간결하게 잘 설명된 영국 BBC 의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 임산부의 경우 커큐민 성분이 자극이 될 수 있어서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재료

350ml - 아몬드우유 (혹은 두유, 우유 등등)

1/4 티스푼 - 강황가루

1/4 티스푼 - 계피가루

1/4 티스푼 - 다진 생강

1/2 티스푼 - 바닐라 익스트랙트  * 없으면 생략

1 티스푼 - 메이플시럽  * 없으면 꿀이나 올리고당으로 대체

후추 살짝

 
만드는 법 : 작은 냄비에 모두 담아서 -> 약불에 잘 저어가면서 보글보글 끓인 다음 -> 맛있게 마십니다 ;-)
 
 

 

 





 

저는 집에 있는 향신료들을 총출동시켜서, 

카다멈 클로브에다 강황도 왕창 계피도 듬뿍 넣었어요.

으슬으슬 추울 때 한 잔 끓여 마시면 바로 따뜻~해집니다 ;-) 
 

  

 

 

'허브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날의 허브편지  (0) 2022.11.05
이른봄의 허브편지  (0) 2022.03.19
초가을의 허브편지  (0) 2022.01.10
늦여름의 허브편지  (0) 2021.08.12
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