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 허브차2023. 11. 16. 17:28

아래는 '허브 꾸러미' 구독 회원분들께 발송했던, 블렌딩 노트입니다.

허브 꾸러미 구독은 집과 작업실 이전 관계로 현재 잠시 신청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만.. 2024년 봄 다시 재개할 예정이며, 1년 단위 혹은 1회 단독으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2023. 11월 현재 여름의 블렌딩이었던 '한 모금의 온기'는, 작업실 겸 가게 '코너샵'에서 판매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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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1월부터 시작한 <허브 꾸러미>가 어느덧 이렇게 세 번째를 맞이하고 있네요. 정말이지 시간이 후다닥 참 빨리도 흘러가는구나, 싶습니다. 좋은 여름 보내고 계신가요?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더욱 더워지는 것만 같아요.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한 모금의 온기’라니.. 어쩌면 조금은 의아한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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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읽고 쓰는 나날을 기록한 소박한 글들이 온기, 라는 단어와 어울렸으면 하는 것이다. ... 이상하고 슬픈 일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만 같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빌어줄 힘만큼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이므로."  
책 _ <다정한 매일매일>, 백수린

‘한 줌의 용기 한 줌의 희망 
한 줌의 온기 한 줌의 사랑 
내 몸 가득히 머물러 있을 때 한 줌의 노래로 불러봅니다’
노래 _ <한 줌의 노래>, 루시드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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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 좋아하는 두 분, 백수린 작가님의 글 그리고 뮤지션 루시드폴님의 노랫말이에요. 올 여름 들어 자연재해, 온갖 답답한 뉴스들, 가슴 아픈 일들.. 둘러볼수록 ‘이상하고 슬픈’ 일들이 너무 많은 것만 같아서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의지할 수 있을 만한 글과 음악으로부터 따스함를 찾아내어 가까이에 두었고, 텅 빈 마음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수 있었어요. 저의 허브 친구들께도, 제가 띄워 보내는 이 허브차와 허브편지가 작은 ‘온기’가 되길 바라면서, 좋아하는 문장과 단어들을 되새겨 읽어보다 “한 모금의 온기”라는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허브차 한 모금을 머금는 순간, 따사로움과 여유로움, 평화로움을 온전히 누리실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바라요.

자세한 블렌딩 노트입니다. 지난 두 차례의 블렌딩처럼, 이번에도 다양한 종류의 허브들이 총출동했어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어봅니다. 총 17종이네요.

장미, 레몬그라스, 레몬버베나, 로즈제라늄, 스피아민트, 홀리바질, 로즈마리, 루이보스, 당귀, 카모마일, 라벤더, 히비스커스, 세이지, 민들레뿌리, 로즈힙, 주니퍼베리, 엘더베리 

가장 많이 들어간 ‘주인공’ 허브는 ‘장미꽃잎’입니다. 그리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한약방 + 사우나 같은 향은 ‘당귀’이고요. 전체 비중에서 차지하는 양은 많지 않은데 그 향이 뚜렷하게 도드라지더라고요. 여러 번 테스트를 거치며 전체적인 블렌딩 구조를 짤 때, 화사하고 잔잔한 느낌의 장미꽃잎을 가운데 주인공으로 두고, 산뜻하고 상쾌한 허브잎들을 조연 삼고, 배경처럼 받쳐주는 든든하고 깊은 느낌의 뿌리들(당귀, 민들레)에 더해, 은은하고 달콤한 향을 더해주는 꽃들(카모마일, 라벤더), 새콤하게 악센트가 될 열매들(로즈힙, 주니퍼베리, 엘더베리)을 오밀조밀 촘촘하게 배치해보았습니다. 온갖 꽃과 열매, 잎사귀들이 가득하고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여름의 정원을 떠올리면서요. 
 
너무 더운 날씨에는 얼음을 더해 차갑게 마셔도 좋을 테지만, 가급적이면 따듯하게 우려 드시는 걸 살짝 더 권장합니다. ^^ 요즘은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곳이 많아서, 확 더웠다가 추웠다가, 너무 큰 온도차에 몸이 혼란스러운지 으슬으슬하게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요. 빙수나 냉면 같은 너무 차가운 음식들을 먹고 나서 뱃속이 편치 않을 때도 종종 있고요. 따듯한 허브차가 내 몸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준다는 느낌으로, 온기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드셔보셔요.

저번 꾸러미에 함께 보내드린 식물 그림 엽서, 마음에 드셨는지요? 이번에는 ‘세계의 서점’ 엽서 시리즈를 한 장씩 넣어 보냅니다. 그리고 다음 장의 ‘허브 이야기 - 장미’ 글은 제가 매달 ‘허브 이야기’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월간 일류도시 대전’ 6월호 원고랍니다. 이 글에서 언급한 ‘장미향 꿀’을 직접 만들어보실 수 있도록, 마른 장미꽃을 조금씩이나마 담아봤어요. 혹은 이 마른 장미꽃 그대로 차로 우려 드셔도 되고요.

‘곰과 호랑이 허브’의 허브 친구가 되어주셔서, 제가 무척 사랑하는 허브 일을 즐거웁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다시금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이번 허브차도 부디 맛있게 드시고, 꼬옥 꼭 건강한 여름을 보내세요. 저는 늦가을에 다시 찾아뵐게요.

 

2023년 7월의 끝자락에서, ‘곰과 호랑이 허브’ 강수희 드림

Posted by 솔밧
허브이야기2023. 11. 16. 17:20

 

월간 일류도시대전 10월호 _ '허브이야기' 칼럼

 

 

허브는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활용되어 왔다. 영어로 ‘약’을 뜻하는 ‘드럭(Drug)’은 ‘말리다’를 뜻하는 네덜란드의 고어 ‘Droge’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식물을 말려 약으로 썼던 전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식물에 관한 경험과 지식이 쌓여가면서 전통의학으로 발전했고, 이는 오늘날의 현대의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양의 허벌리즘, 동양의 한방의학, 인도의 아유르베다, 아메리카 대륙의 약초학까지.. 각각의 갈래마다 관점이나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식물을 관찰하며 발견해낸 특징을 필요한 상황에 적용시켜 이로운 효과를 얻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하다.   

이달의 주인공, 당귀는 동서양의 전통의학 양쪽에 두루 걸쳐 무척 활발하게 쓰였다. 옛날 중국에서는 아내가 전쟁에 나가는 남편에게 챙겨 보내면서, 당귀를 먹고 기운을 내어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는 전설에서 ‘마땅히 돌아오다‘는 뜻의 당귀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한편 영어 이름인 ‘안젤리카(Angelica)’는 라틴어로 ‘천사’라는 뜻으로, 중세 시기 역병이 돌던 때 한 수도사의 꿈에 천사가 나타나 이 식물의 효험을 알려주었다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이후 중세 유럽에서는 ‘성령의 뿌리 (Root of the Holy Ghost)’ 라고도 불리었는데, 무엇이든 치료할 수 있는 치유 효과와 더불어, 악령의 저주를 물리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인들의 바람처럼 무엇이든 다 치료할 수는 없지만, 당귀는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게 이로운 작용을 해서 약으로 널리 쓰였고, 특히 여성에게 이로운 작용을 해서 ‘여성용 인삼’이라는 별칭까지 있다. 기본적으로 당귀는 혈액을 생성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 특히 혈액이 많이 모이는 자궁, 간, 심장 질환을 개선하는 데 쓰인다. 염증을 완화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감기에 걸렸을 때에도 좋다. 또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활성화시켜 갱년기 여성에게 도움이 되며, 치매를 유발하는 성분을 억제하고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므로 노인 건강에도 이롭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피로회복을 도우며,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 속쓰림, 구토 등 위장질환에도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당귀를 사용한 처방은 500가지가 넘으며, 이는 감초, 생강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인 약재들 중 하나이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쌍화탕’, ‘십전대보탕’에도 당귀가 들어가는데, 특유의 은은하고 그윽한 ‘한약 냄새’를 내는 주인공이 바로 당귀이다. 

세계적으로 당귀속 안에는 약 100여 종이 있는데, 이중 우리나라에서는 참당귀 (Angelica gigas), 일당귀 (Angelica acutiloba), 중국당귀 (Angelica sinensis) 가 재배되고 있다. 모두 미나리과 당귀속 식물이지만 종(種)과 외형이 다르고, 주요 성분도 조금씩 다르다. 참당귀는 붉은 꽃이 피며 잎의 맛이 달고 매운 편이고, 일당귀는 하얀 꽃이 피며 참당귀에 비해 잎의 초록빛이 더 짙고 윤기가 나며 특유의 향은 더 강하지만 매운 맛이 적고 재배가 더 쉬운 편이어서 쌈채소로 널리 쓰인다. 약효성분은 참당귀에 더 많아 약재로는 주로 참당귀의 뿌리가 많이 쓰인다.  

서양에서는 당귀의 개성 있는 향기를 향수, 술, 과자를 만드는 데 활용해왔다. 특히 당귀의 줄기를 데친 후 겉껍질을 벗겨내고 설탕에 절인 당절임(Candied angelica)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케이크와 과자의 장식으로 인기리에 활용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쌈채소용 당귀 생잎만 유통될 뿐 싱싱한 꽃이나 줄기는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약재로 쓰이는 마른 당귀 뿌리는 한약 전문점이나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단독으로 마셔도 좋지만 생강, 대추, 천궁 등 잘 어울리는 다른 약재와 함께 차로 끓여 마시면 맛도 효능도 더욱 좋아진다. 대전역 앞 약재거리에는 오랜 역사를 품은 한약재 판매점들이 여러 군데 자리 잡고 있는데, 필요한 약재와 쓰려는 목적을 언급하면 성심껏 조언해주므로, 당귀를 직접 활용해보고 싶다면 약재거리 방문을 권장한다. 

맨앞에서 소개한 당귀의 특성이 그러하듯, 서양의 허브의학 그리고 동양의 전통의학 양쪽 모두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허브의 활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영어로는 ‘팅쳐(tincture)’, 쉽게 풀어쓴 우리말로는 ‘담금주’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알코올 용액에 장기간 허브를 담가 유효성분을 추출해내는 방식을 뜻한다. (알코올뿐만 아니라 식초나 글리세린에 우리는 것 역시 팅쳐에 속한다.) 팅쳐는 쉽게 변질되지 않아서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체내 흡수가 빠르며, 허브 그대로 섭취할 때보다 적은 양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드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도수 높은 소주나 보드카에 마른 허브를 넉넉히 넣고 2~3주 혹은 그 이상 우려내면 된다. 이 추출액은 액체로 된 약처럼 필요한 상황에서 소량씩 복용할 수 있고, 또는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만들 때 쓸 수 있다.  

필자의 아버지는 등산을 무척 좋아하셨다. 산에서 거둬온 솔잎으로 담금주를 만드시고 기분 좋게 드시던 그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레 허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닐까, 이 글을 적는 동안 새삼스레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이 ‘허브 이야기’ 칼럼 역시 누군가에게 자연에 대해, 허브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글 강수희 (허벌리스트. 생활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허브의 이로움을 ‘곰과 호랑이 허브(@bear.tiger.herb)’와 ‘안녕코너샵(@hi_corner_shop)’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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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
허브이야기2023. 8. 21. 17:51

월간 일류도시대전 8월호 _ '허브이야기' 칼럼

 

 

왕의 허브, 여름의 허브, 바질

이롭고 향기로운 바질과 함께, 더 건강하고 맛좋은 여름을 누리자

 

 

피자나 파스타 위의 토핑, 초록빛 진한 바질 페스토, 얼마 전 유행했던 ‘바질김치’까지.. 허브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딘가에서 맛을 보거나 적어도 ‘바질’이라는 이름만큼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유의 짙은 향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바질은 ‘왕의 허브’라는 별명으로 불리었고, 내게는 ‘여름의 허브’로 각인된다. 유난히 추위에 약해서 늦봄까지는 성장이 매우 더디지만, 여름이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큼직한 잎사귀를 쑥쑥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지치기 쉬운 무더운 날, 여러 요리와 음료에 쓰이며 기운을 북돋고 상쾌함을 선사하는 고마운 역할을 한다. 바질의 오랜 역사와 용도, 어떤 점에서 이롭고 좋은지, 그리고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바질의 학명 ‘Ocimum basilicum’ 중 ‘Ocimum’은 ‘향기’와 연관이 있고, ‘basilicum’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왕’을 의미한다. 과연 그 이름답게 바질의 가장 큰 특징은 그 풍성한 향기이다. 바질의 전체적인 생김새는 수수하고 꽃도 자그마한 편이지만, 향기만큼은 무척 강렬해서 스치기만 해도 곧바로 그 향이 느껴진다. 시원한 듯 살짝 매운 느낌이 나고, 은은하게 달콤함이 퍼진다. 입에 넣고 씹으면, 향이 더 진해지면서 아주 작은 조각이어도 그 풍미가 입안을 한가득 채운다.

 

원산지는 인도 혹은 남아시아로 여겨지지만, 오래 전부터 바질은 유럽에 전해졌고 긴 역사에 걸쳐 꾸준히 활용되어 왔다.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는 바질이 영혼을 정화시키고 천국의 문을 열어준다고 여겨 죽은 이의 관에 넣는 풍습이 있었다. 이처럼 죽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일까, 중세 유럽의 약초학자들은 바질을 두려워하며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다’ ‘머릿속에 전갈이 자라게 할 수 있다’며 배척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에서는 ‘신성한 약초’로 칭송받으며 다른 어느 허브들보다도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바질의 다양한 품종들 중 하나인 ‘홀리바질’은 힌디어로는 ‘툴시’라고 불리는데, 감기 예방, 상처 치료, 소화제, 해독제, 방충제 등 다용도로 쓰였고 대다수의 가정에서 직접 재배해왔다.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에서는 몸, 마음, 정신에 명료함을 불어넣는 ‘허브의 여왕’으로 툴시를 정의하기도 한다.

 

이 ‘홀리바질’ 외에도 바질의 품종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에 많이 쓰이는 바질은 ‘스위트바질’이며, 태국 요리에 쓰는, 아니스 향이 강한 ‘타이바질’, 보랏빛 잎사귀의 ‘오팔바질’을 비롯하여, ‘레몬바질’ ‘시나몬바질’ 등등 세계적으로 약 150여 종류의 바질이 재배되고 있다. 바질은 햇볕을 잘 쬐어주고 통풍을 잘 시켜주면 전반적으로 잘 자라는 편이지만 습기와 추위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수확 후 빠르게 시들고 물이 닿으면 바로 변색되는 등 유통 및 보관이 쉽지 않아서, 집에서 직접 재배하며 필요한 때마다 바로 따서 활용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건조바질 역시 간단히 쓸 수 있어 유용하긴 하지만, 막 거둔 신선한 생잎에 비하면 향기와 맛이 훨씬 덜하다. 요즘은 생활용품점에서도 바질 씨앗이나 화분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니, 관심이 간다면 직접 재배를 시도해보길 권한다.

 

바질을 가까이 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이유는 아주 많다. 연구에 따르면 바질은 뛰어난 항바이러스, 항박테리아 및 항진균 특성이 있고, 체내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비타민 A, 비타민 K, 철, 망간, 칼슘이 풍부하고, 플라보노이드, 카로티노이드 같은 항산화 물질이 함유되어 세포 손상을 예방하고 건강한 세포활동을 지원하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연물질 아답토젠의 작용으로 불안과 우울, 긴장을 감소시키고, 소화작용을 돕는 유효성분이 소화불량 및 팽만감을 줄여주며 장내 유익균을 늘려 장 건강을 개선시킨다. 혈당을 낮추어 당뇨를 예방하며, 호흡기 내에서 거담작용을 해서 기관지 건강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의학적 효능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맛과 향기가 매우 훌륭하다.

 

바질을 요리에 활용할 때는, 열에 취약하고 향이 쉽게 날아가는 특성이 있으므로 불을 끈 후 마지막에 추가하도록 한다. 혹은 아예 생잎 그대로 섭취하며 바질의 향을 최대한 만끽하는 걸 권한다. 바질을 활용한 수많은 레시피 중 ‘바질 버터’는, 만드는 방법도 무척 쉽거니와, 빵에도, 파스타에도, 고기 요리에도 두루 잘 어울려서 널리널리 소문내고픈 메뉴이다. 신선한 바질잎을 잘게 썰고, 실온에 두어 말랑해진 버터에 잘 섞은 다음, 소금을 살짝 더하면 끝. 입구가 넓은 유리병을 준비해서 순서대로 담으면 만들기도, 이후 보관하기도 무척 편리하다. 단, 수분이 많은 생잎이 들어갔으므로 반드시 냉장보관하고, 일주일 안에 다 소비하도록 한다. 취향에 따라 레몬제스트나 말린 토마토를 더해도 좋고, 바질과 잘 어울리는 세이지, 로즈마리 같은 다른 허브를 더해도 좋다. 무더운 여름 ‘바질 버터’를 활용하여 이국적이고도 풍성한 여름의 맛을 즐겨보자. 더위에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왕의 허브, 여름의 허브’ 바질의 상쾌한 맛과 향기 덕분에 싱싱하게 되살아날 것이다.

 

 

글 강수희 (허벌리스트. 생활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허브의 이로움을 ‘곰과 호랑이 허브(@bear.tiger.herb)’와 ‘코너샵(@hi_corner_shop)’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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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