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 허브티2025. 3. 15. 13:40

 

 

산뜻한 민트와 담담하면서 조금 달콤한 루이보스의 조합은, 얼핏 민트초콜렛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살짝 더해진 라벤더가 향긋함을 한층 끌어올리고, 보드라운 느낌을 주는 토끼풀을 더했습니다. 스트레스가 가득 쌓였을 때, 달달한 디저트 대신에 이 차를 만나보세요. 진하게 우린 다음 얼음을 더해 시원하게 마셔도 좋습니다. 허브차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께도, 평소 차를 즐겨마시지 않는 분들께도, 편안하고도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는 차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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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추가

 

원래 이름은 그저 단순히 떠올린 느낌대로, '솜사탕'이었는데요, 이 차가 지닌 개성을 더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리고 듣는 순간 어떤 느낌, 이미지, 감정이 떠오를만한 새 이름을 찾기 위해 고심한 끝에, '다정한 그 풍경' 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습니다. '보드랍고 달콤한' 느낌, 그리고 미소가 떠오를만한 좋은 이름.. 을 열심히 고민하던 때, 마침 듣고 있던 노래 제목이 '다정한 그 아이'였어요. 노랫말에도 참 곱고 아름답고 다정한 낱말들이 많아서, 듣다보면 마음이 마냥 보드라워져요. '새싹을 기다리는 친구가 산기슭에도 살고 있었구나', '외로운 밤을 따뜻하게 만드는 오래된 용서의 노래' '둥글고 넓은 하늘의 색'.. '다정함'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 노래와 함께, '다정한 그 풍경' 을 만나보세요.

 

 

 

 

 

Posted by 솔밧
블렌딩 허브티2025. 1. 26. 14:04

 

 

새로운 계절이 찾아올 때마다, 그 시기에 알맞게 블렌딩한 '계절의 허브티' 그리고 '허브편지'를 함께 담아 띄워보내는 '허브 꾸러미' 정기구독 서비스, 2023년 1월 처음 시작된 이후로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나온 기록을 여기에 모아두었어요! https://tbherb.tistory.com/56)

 

아래는 '허브 꾸러미' 구독 회원분들께 발송했던, 블렌딩 노트입니다.

 

 

* 허브 꾸러미 정기구독 신청 페이지

https://forms.gle/YDQYV1wVXXWMXV2x8

 

 


계절의 허브차 07 _ ‘눈 내린 밤에 달 밝은 하늘’ 
2024. 12. 10

안녕하세요! 2024년 갑진년 맨 끝자락, 12월의 두 번째 화요일에 ‘겨울맞이 꾸러미’ 허브 편지를 적고 있습니다. 지난 주 내내, 아니 지금까지도 마음 덜컹이며 발 동동 구를 일들이 참 많았지요. 소중하게 쌓아올린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길, 필요한 일들이 무탈하게 순조롭게 잘 풀려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올해를 돌이켜보면, 저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분들이 삶의 커다란 변화를 계속해서 겪어온 것 같아요. 푸른 용이 분출하는 에너지가 너무 강력했던 걸까요? 저는 1월 초 집과 작업실을 동시에 옮겼고, 새 작업실 준비를 쭉 이어갔습니다만, 크고 작은 건물의 문제점들이 계속 발견됐어요.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앞으로 3~4년 정도를 머물기에는 영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 다음 갈 곳, 이번엔 월세가 아닌, 매입 후 더 안정적으로 오래 머물 수 있을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저희의 적은 예산으로는 선택지가 너무도 좁아서 계속 고민을 하다가, 가능성을 더 넓혀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제 짝꿍 패트릭이 늘 동경하던 따스한 남쪽 지방 중에서도, 너무 외딴 시골이지는 않으면서, 도시와 잘 연결되어 있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통영을 떠올렸고요, 마침 마음에 드는 동네와 집을 발견했고, 긴긴 고민 끝에 지난 가을 몇 달에 걸쳐 계약 및 등기 절차를 모두 잘 마쳤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블로그에 상세히 적어두었어요 :-)  https://blog.naver.com/vertciel/223686882403

다만 1년 가까이 쭉 준비해온 대전의 이 공간을,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은 채 다음 곳으로 옮겨가기는 영 아쉽고, 통영의 그곳을 저희가 원하는 모습대로 잘 단장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예정이기도 해서, 일단 이곳은 문을 열고 운영해보기로 했습니다. 공간 이름은 남편과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자연물을 하나씩 골라 짝을 지은, ‘이끼와 돌’로 정했어요. 10월 19일 처음 문을 열었고, 차 체험, 허브와 아로마테라피 수업, 예술 관련 이벤트들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운영일정을 비롯한 자세한 소식은 인스타그램 ‘이끼와 돌’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ikki.dol/

아고.. 제 개인적인 소식이 너무 길었지요! 이제부터 허브차 이야기에 집중해볼게요!

로즈마리, 민트, 제라늄, 카모마일, 라벤더, 루이보스, 세이지, 히비스커스, 토끼풀, 쑥, 오가피, 유근피, 당귀, 뽕잎, 민들레 잎과 뿌리, 장미꽃잎, 타임, 펜넬, 시나몬, 카다멈, 엘더베리, 홀리바질, 톱풀, 레몬그라스, 라즈베리잎, 티트리잎, 로즈힙, 오렌지필

지금까지 만들어온 것들 중에서 가장 많은 재료가 들어간 블렌딩이네요. 풀과 꽃과 뿌리와 열매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면서, 산뜻하고 부드럽고 묵직하고도 향기로운 맛을 내길 바라면서, 제 허브 선반에 있는 재료들을 총출동시켰습니다. 첫 테스트에서는 개성 강한 허브들의 특징만이 너무 도드라져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거듭 맛을 보며 비율을 조절했고, 제가 그려내고 싶었던 맛, 따스함과 포근함에 더해, 기능적으로는 몸의 순환을 원활히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고, 항균 및 항바이러스 작용을 해서 겨울철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도록 잘 구성해보았습니다. 작년 여름 블렌딩이었던 ‘한 모금의 온기’, 그리고 올해 봄-여름의 ‘보드라운 잎사귀 사이로’를 조금씩 닮은 느낌이기도 합니다. 다만 겨울철 체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향기만으로도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시나몬, 카다멈, 펜넬 같은 향신료 종류를 넉넉히 더했어요. + 혹시 생강을 좋아하신다면, 신선한 생강을 조금 더해서 함께 우리면 더더욱 좋을 거예요.  

들어간 재료가 이렇게 아주 많은 블렌딩에서는, 매번 우릴 때마다, 예를 들어 한 티스푼 분량만큼 우린다면, 그 스푼에 담긴 허브들의 블렌딩 비율은 늘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떨 땐 시나몬이 더 많이 들어가고요, 또 어떨 땐 베리 알맹이들이 더 들어가고요, 그래서 차의 맛도 조금씩 달라지지요. 그런 변화도 부디 흥미롭게 즐겨주세요.
 
눈 내린 밤에 달 밝은 하늘을 대하면 마음이 문득 맑아지고, 
봄바람 온화한 기운을 만나면 뜻이 또한 저절로 부드러워지니, 
자연의 조화와 사람의 마음이 한데 어울려 틈이 없도다.

이번 허브차의 이름, ‘눈 내린 밤에 달 밝은 하늘’은 채근담에 나오는 구절에서 빌려왔습니다. 채근담이라는 책 제목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자기계발+성공학으로 여기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요, 얼마 전 ‘저속노화’ 정희원 교수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 공감이 가고 의지가 되는 구절이 무척 많더라고요. 비록 ‘눈 내린 밤’ 같은 시린 겨울이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가 ‘밝은 달’을 보며 더더욱 기운을 내어서, 따스한 봄바람을 어서 맞이하게 되길, 힘껏 소원해봅니다. 몸도 마음도 모두 따스하게 잘 돌보며 겨울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조금 이른 새해 인사를 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 12월, ‘곰과 호랑이 허브’ 강수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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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러미 발송 후 보낸 알림 메일 :-)

https://stib.ee/nSiF

 

겨울맞이 꾸러미를 보냈습니다

 

stibee.com

 

 

겨울맞이 꾸러미를 보내고

안녕하세요, 태평양 건너 멀리 미국 캘리포니아에 와서, 겨울맞이 꾸러미를 마무리하는 메일을 적고 있습니다. 출국 전 꾸러미 발송에 더해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다소 바쁜 마음으로 꾸러미를 챙겨 보내야 했는데요. 무사히 잘 받아보셨을지요? :-)

이번 '계절의 블렌딩'에서는 제가 두루 소개하고픈 동서양의 여러 허브들을 총출동시키느라 재료의 종류가 확 늘어났어요. 처음 봉투를 열었을 때 느껴지는 향기는 강렬하지만, 맛은 그보다는 순박한 느낌이 든다고 저는 느꼈는데.. 여러분들은 어떤 인상을 받으셨을지, 어떻게 드시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아참! 지난번 안내문에는 '75~80도 따뜻한 물'에 우리라고 적었는데요, 뿌리와 열매 종류가 더 많이 들어간 이번 허브차는 살짝 더 높은 '80~85도'로 안내해드렸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이긴 합니다만 반드시 정해진 정답은 없으니 ^^; 차의 분량도 물의 온도도, 여러 방법으로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맛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눈 내린 밤에 달 밝은 하늘', 이번 블렌딩 허브차의 이름은 블렌딩 노트에도 적었듯이 '채근담'이라는 책에서 만난 구절인데요, 혼란스럽던 탄핵 소식을 접하고 조마조마해하며 떠올렸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널리 알려진 문장과도 이어져 있다고 여기면서, 여러 의미를 담아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다행히 가결은 되었지만 여전히 혼란스런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둠은 빛을,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면서, 꾸준히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내 자리에서 소중한 일상을 더 잘 꾸려나가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습니다.
처음 이번 블렌딩을 구상하던 때 막연히 떠올리고 있었던 다른 이름은 '아타타카이', 일본어로 '따뜻한'이라는 단어인데요, 무언가 따뜻한-포근한-훈훈한 단어가 들어갔으면 했어요. 이번 차를 만드는 동안 자주 찾아들었던 일본의 뮤지션 '쿠루리'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그 발음이 참 좋기도 했고요, 차를 마시는 분들께 제일 먼저 떠올랐으면, 하고 바라는 느낌이기도 했거든요. 이름에서는 탈락했지만, 제가 바랐던 그 '아타타카이함'이 전달되길 바라며, 무척 좋아하는 쿠루리의 '온천' 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 링크를 함께 보냅니다. 차를 마시면서 들어보셔요 :-) 
* あたたかい - 1 따뜻하다. / 2 온도가 차지 않다. / 3 포근하다, 훈훈하다, 다정하다. 

 

https://youtu.be/66tsgkr8jFE?si=WVigE1n-S8YDYoMG

 

 

 

위 사진은 엊그제 이곳 근처의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캘리포니아 세이지'에요. 쑥 같으면서 더 달콤하고 향긋한 내음이 좋았고요, 곳곳엔 야생 로즈마리도 파란 꽃을 환히 피우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 메일의 맨 꼭대기에 있는 나른한 곰돌이 사진은요 ^_^ '겨울철에 좋은 허브'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칼럼에 등장한 친구입니다. 흥미롭게 읽었던 그 글을 한국어로 옮겨봤어요.
"겨울의 우울함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모든 게 자연스러운 세상의 방식이며 어둠은 빛과 생명의 선구자로서 큰 순환 속에서 하나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계절의 순환을 존중하는 것은, 더 많이 자고 더 많이 먹으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아유르베다에서 겨울은 '카파' 시간으로, 봄에 다가올 '굶주린 시기'를 위한 자원을 구축하는 시간입니다. 봄 시기의 사람들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을 것이고, 저장해둔 식량은 거의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소 체중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면, 겨울에 일시적으로 체중이 늘어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분의 수면 역시 생물학적으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전체 글 읽기 : https://bit.ly/3DojTx0

이 글에서 소개하는 약초들은 '브라미/시나몬/고투콜라/로즈마리/세인트존스워트' 다섯 가지인데요, (저도 '브라미'나 '고투콜라'는 한번도 안 써봤어요.. ^^;)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쉬운 약초들 중에서 겨울철 건강에 이로운 것들을 좀 더 찾아보았습니다. 자료가 아주 많이 나오는데요, 계피, 생강, 쑥, 둥글레, 감초, 당귀, 도라지 들은 꾸준히 등장하네요. 추운 계절 으슬으슬한 몸에 온기를 더해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고마운 약초들을 더 가까이하며, 건강하게 겨울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충분히 잘 쉬며, 편안한 휴식을 누리는 따스한 연말연시 보내시고요!
올해도 '곰과 호랑이 허브'와 쭉 함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 꾸러미는 3월 초, 봄소식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ㅇ^)//

 

 

Posted by 솔밧
블렌딩 허브티2024. 9. 12. 16:07

 

새로운 계절이 찾아올 때마다, 그 시기에 알맞게 블렌딩한 '계절의 허브티' 그리고 '허브편지'를 함께 담아 띄워보내는 '허브 꾸러미' 정기구독 서비스, 2023년 1월 처음 시작된 이후로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나온 기록을 여기에 모아두었어요! https://tbherb.tistory.com/56) 

 

아래는 '허브 꾸러미' 구독 회원분들께 발송했던, 블렌딩 노트입니다.

 

 

* 허브 꾸러미 정기구독 신청 페이지

https://forms.gle/YDQYV1wVXXWMXV2x8

 

 

2016년 여름 한 달 동안 머물렀던 스코틀랜드 '킹혼'의 들판입니다 :-)

 

 


계절의 허브차 06 _ ‘향기로운 초원에서’

2024. 8.31


안녕하세요! 8월의 맨 마지막날, 선풍기 바람을 쐬며 ‘가을맞이 허브 꾸러미’의 편지를 적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낮 햇볕은 뜨겁지만, 아침 저녁 바람은 선선해서 가을이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고 꿉꿉한 날씨가 오래 오래 이어졌지요. 한창 더울 때는 평소처럼 일상을 이어가는 게 어려울 만큼 몸이 몹시 버거워하는 게 느껴졌는데요, 제가 돌보는 허브들 중에서도 날씨를 잘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버리고 만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가 하면 바질이나 오크라 같은 허브들은 풍성한 햇볕과 높은 온도가 반가웠는지 더더욱 튼실하게 잘 자라더라고요. 


지난 번 꾸러미 편지에서 ‘어쩌면 다음 꾸러미 허브차에는 오늘 옮겨 심은 그 허브들을 거두고 말려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적었는데요, ‘열심히 모아서 거두자’는 목표를 마음속에 세워놓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습니다. 덕분에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이번 블렌딩 허브차의 상당량을 저희 작업실 앞 허브들로 만들게 될 수 있었어요. 작년부터 쭉 키우고 있는 레몬밤과 레몬버베나와 민트들, 봄에 뿌린 씨앗서부터 자라난 홀리바질과 자소엽, 대전천에서 틈틈이 거둬온 수레국화와 토끼풀, 정작 딸기는 몇 알 거두지 못했지만 풍성하게 자라준 딸기잎. 이렇게 내내 함께하며 정이 든 풀들의 이름을 적면서 지나온 여러 날들, 그때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납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씨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런 말을 했대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음악을 왜 시작했는가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잖아요. 모든 음표에 행복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말이 ‘모든 일, 모든 작업, 모든 손길에 행복이 있어야 합니다’ 라고 읽혔어요. 실제로 제가 허브 다루는 일을 할 때, 이 일이 참 행복하구나, 느낄 때가 아주아주 많았거든요. 아침볕을 받으며 허브에 물을 줄 때 눈에 들어오는 그 반짝임, 수확한 허브들을 씻을 때의 싱그러운 풀향기, 파삭하게 잘 마른 허브에서 풍겨오는 그윽하고 깊은 향기, 허브 자료를 찾고 공부할 때 느껴지는 감동과 책임감, 아이디어를 총동원해서 블렌딩을 고안할 때의 즐거움..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많은 행복과 기쁨의 조각들이 이 허브차에 담겨 있습니다. :-)

로즈제라늄, 딸기잎, 레몬밤, 민트, 자소엽, 수레국화, 홀리바질, 토끼풀,
시데리티스, 라즈베리잎, 로즈마리, 민들레, 세이지, 톱풀, 쑥, 엘더베리, 엘더플라워


첫번째 줄의 허브들이 모두 제가 키우거나 거둬온 것들, 두번째 줄부터는 멀리서 온 허브들인데요, ‘시데리티스’ 라는 이름이 낯설지요. 저도 이번에 처음 만나본 허브였는데요, Greek mountain tea, 혹은 ironwort 라고도 부른대요. 얼마 전 그리스 Corfu 섬에 다녀온 친구가 가져다주었는데요, 찾아보니 고대 그리스의 여러 기록들에도 등장하는 오래된 약초이면서, 그리스 어느 가정에서나 일상적으로 차로 마시고 약으로도 쓰는 친근한 약초라고 합니다. 저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인데도, 고마운 이 친구 덕분에, 그리고 이 약초 덕분에 그리스의 풍경이 성큼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해발 1,000미터 이상의 산악지대에서만 자란다는 ‘시데리티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데, 몇 해 전 가봤던 북부 이탈리아 알프스 자락의 마을, 그리고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스코틀랜드 외곽의 들판 풍경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그러면서 절로 흥얼거려지는 멜로디가 있었습니다. 오래 전 즐겨듣던 비틀즈의 ‘Till There Was You’ 라는 노래인데요, '새벽녘 이슬 맺힌 달콤한 향기의 초원에서'(in sweet fragrant meadows Of dawn and dew) 라는 대목이 나와요. 막연히 떠올려보았던 이 허브차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져서, ‘향기로운 초원에서’를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uDxCg1nxUko?si=ENNV4eFaCYlPWCso 


이제 9월이 오면, 더위가 떠나고 나면, 계속 미뤄졌던 작업실 준비작업에 더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10월 중순에는 작은 산속 음악회와 함께, 이곳 공간 오프닝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일정이 잡히는 대로 자세한 소식을 전할게요. 아침 저녁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무척이나 기분 좋은 늦여름 초가을 사이의 날들에, 크고 작은 기쁨과 아름다움들이 함께 하는 날들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향기로운 초원에서’ 허브차가 그런 순간들에 깃드는 좋은 벗이 되어주길 바라며, 평온한 티타임 누리셔요. 늘 고맙습니다.   

 


2024년 8월의 끝날, ‘곰과 호랑이 허브’ 강수희 드림

 

 

 

2016년 여름 찾아갔던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자락의 마을에서 :-)

Posted by 솔밧